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포스터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스티브 잡스는 지독한 미니멀리스트였다고 한다. 검은 터틀넷과 리바이스 청바지는 그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단순하게 사는 것은 몸과 마음 모두가 일치할 때 가능한 것이다. 현대인은 너무 과한 물건 속에서 허우적 거린다. 때문에 빼기의 기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영화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는 채워지지 않는 현대인의 소비력을 미니멀리즘을 극복하려 한다. 당신에게 딱 100가지 물건으로만 살아가야 한다면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

절친에서 졸지에 경쟁자가 된 친구 사이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 영화사 진진

 
IT 스타트업의 공동 CEO '폴(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과 '토니(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위층과 아래층에 사는 이웃사촌 겸, 한 여자와 둘 다 만났던 경험도 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 형제 같지만 성격은 정반대다. 폴은 감성적이며 정리와는 거리가 멀다. 쇼핑 중독 때문에 자기가 뭘 샀는지도 모르고 또 물건을 지르고 만다. 

반면 토니는 매사에 완벽한 자기관리가 특징이다. 정리 정돈의 끝판왕. 외모가 사람을 완성한다고 믿는다. 얌체처럼 보이는 안경을 쓰기 싫어 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탈모가 걱정되어 발모약도 꾸준히 복용한다.

어느 날, 그들의 아이템이 1400만 유로에 계약 성사돼 이들은 축하파티를 연다. 이제 부자가 되는 일만 남았다고 들떠 있던 찰나, 역시나 술이 문제다. 취기에 전 직원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내기를 해버린다. 모든 물건을 집어넣은 창고에서 매일 한 가지씩 필요한 물건을 꺼내며 100일 동안 살아야 하는 것. 이 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과잉생산, 소비주의에는 미니멀리즘 처방을...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 영화사진진

 
막상 물건도 없고 돈도 쓸 수 없으며 스마트폰도 없으니 바보가 된 기분이다.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라는 흘러간 유행가 '타타타' 가사보다도 못하다. 일단 뼛속까지 파고 들어오는 칼바람을 막아 줄 외투가 절실하다. 그보다 시급한 건 가리고 걸칠 것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을 잃고 나니 비로소 필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로 이동해 먹이를 구하려 다니던 선사시대로 돌아간 듯싶다. 인간 생활 세 가지 기본 요소 중 집만 해결되었고 머지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

인간은 평균 1만 개의 물건을 소유한다고 한다. 계절이 바뀌면 옷장을 열어보고 한숨부터 짖는다. 입을 옷이 없다. 작년에 대체 뭘 입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곧바로 인터넷 쇼핑몰 창을 켠다. 1시간을 쇼핑하지만 결국 옷장에 있는 비슷한 취향의 옷을 구매한다. 이 과정을 매년 반복한다. 어떨 때는 이 물건을 언제 왜 샀는지도 모른다. 아예 뜯지도 않은 물건도 있고, 없는 줄 알고 또 산 물건도 있다. 손가락만 톡톡 쳐도 원하는 물건을 당장 얻을 수 있는 현대인에게 미니멀리즘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 영화사진진

 
일본의 유명한 미니멀리스트 겸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만져보고 설레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릴 것'을 주장했다. 이는 어떤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싶은지를 묻는 물음이다. 물건의 가치를 깨닫고, 더 자유로운 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소유욕은 끝이 없다. '내 것'이라는 집착은 점점 더 많은 물건을 사들인다. 어쩌면 사람도 소유의 연장선일지 모른다. 갖기 전에는 갖고 싶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일단 손에 넣고 나면 흥미가 떨어지는 물건처럼 말이다. 부족함 없는 현대인들의 소비주의는 병이 된지 오래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찾아서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마침내 폴과 토니는 '토끼와 고슴도치' 우화를 통해 깨닫는다. 토끼가 아무리 빨랐어도 늘 고슴도치는 결승선에 도착해 있었다. 이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토끼는 항상 앞장서서 가는 토니고, 가족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 결승점에 도달하는 고슴도치는 폴인 것이다.

쉽게 '토끼와 거북이'로 우화로 바꿔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먼저 가는 거북이가 되기보다, 토끼를 깨워 같이 갈 수 있는 거북이가 되는 건 어떨까? 우리가 만고불변이라 믿는 무엇도 비틀어보고, 다르게 생각해보는 열린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 영화사진진

 
인간은 완벽한 것 같지만 누구나 결점이 있고 불완전하다. 그걸 평생 채우려고 돈을 벌고, 배신하고, 소비하며 발버둥 치지만 결코 채울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미니멀리즘은 가진 것만큼 살기, 욕심내지 않고 필요한 물건만 최소한으로 갖는 일이다. 이는 무의미한 일이나 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것도 포함이다. 행복을 멀리서 찾기 보다 가까운 곳에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는 물건에서 느끼는 가짜 행복 대신 인생에서 중요한 진짜 행복을 찾아 나설 것을 촉구한다. 현대인의 소비를 부축이는 기업의 생산구조를 꼬집고 있기도 하다. '루시(미리엄 스테인)'는 구멍 난 영혼을 채우기 위해 물건을 사들이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명품 백, 예쁜 옷과 구두로 치장하면 세상도 나를 그렇게 볼 거라 기대했다. 물건을 표현의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양과 비싼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부족함을 채워 과대포장하는 거다. 급기야 빚만 늘어나고 이제는 병원 신세까지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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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 영화사진진

 
사실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모두 '미니멀리스트'였다. 엄마 뱃속에서 무엇 하나 들고 나오는 사람 있을까?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인생은 아무것도 없이 왔다가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지금 우리 중에는 다 가졌어도 불행한 사람이 많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만 곁에 두는 삶. 자본주의가 만든 물건 과잉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영화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는 독일산 코미디다. 흥미진진한 소재를 빌어 속도감 있는 템포가 재미도 더한다. 무엇보다도 철학의 나라 독일답게 신랄한 자기비판과 행복에 대한 물음도 놓치지 않는다. 폴 역의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는 이 영화에서 연기, 시나리오, 연출까지 맡았다.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자기반성과 자기 성찰의 두 마리 토끼를 얻어 갈지도 모른다. 오는 12일 개봉.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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