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홈에서 열린 'U-18 야구 월드컵'에서 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대표팀은 8일 부산광역시 기장 현대차 드림 볼파크에서 열린 호주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6-5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우승을 차지한 대만, 미국에 이은 3위의 성적이다.

청소년 야구 대표팀은 가을 장마와 태풍 등 급변하는 기상상황 속에서도 성실히 경기에 임했다. 일본전, 캐나다전 등에서 투혼을 발휘해 얻어낸 값진 동메달 역시 큰 성과이지만, 이번 대회에 참전하여 처음으로 많은 관중들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낸 선수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성과였다.

김지찬, 박주홍, 이주형... '미래의 주전 선수' 발굴했다
 
 U-18 야구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남지민 선수.

U-18 야구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남지민 선수.ⓒ 박장식

 
이번 대회의 타선은 그야말로 호타준족의 전형이었다. 대회 내내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한 김지찬(라온고)은 상대팀을 뒤흔드는 작전과 판단으로 출루를 얻어내고, 상대의 실책을 유도했다. 김지찬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도루와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의 활약에 힘입어 이번 대회 올스타 12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주형(경남고)과 박주홍(장충고)의 활약도 이어졌다. 대회 내내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이주형은 호주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9회 초 기적적인 역전 홈런을 쏘아내며 한국의 극적인 메달 획득에도 기여했다. 박주홍 역시 물오른 타격 감각을 아낌없이 대회 내내 쏟아부으며 한국의 3위 달성에 기여했다.

매서운 타격감의 '이도류' 남지민(부산정보고)과 장재영(덕수고) 역시 대회 내내 투타 모두에서 활약했다. 타자로는 역전의 순간마다 활약한 장재영은 본업인 투수로 등판했을 때에도 제 실력을 아낌없이 펼쳤고, 남지민 역시 투타 모두에서 활약하며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강현우와 소형준 배터리, '제2의 박경완-김원형' 꿈꿀 수 있을까
 
 U-18 야구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강현우 선수의 모습.

U-18 야구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강현우 선수의 모습.ⓒ 박장식

 
이번 대회 내내 야구 팬들을 감탄케 한 장면은 여느 프로선수 못지않았던 투수들이었다. 타선을 꽁꽁 묶었던 사이드암 에이스 이강준(설악고), 빗속의 역투를 보여주며 상대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이민호(휘문고), 상황을 가리지 않고 나와 이닝을 막았던 허윤동(유신고) 등 투수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투수는 소형준(유신고)이었다. 황금사자기 우승의 주역이기도 한 소형준은 같은 학교의 강현우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첫 경기인 한국-네덜란드 전에서, 숙명의 라이벌과의 대전인 한일전에서, 그리고 동메달 결정전이었던 한국-호주 전에서 모두 상대 타선을 막아냈다.

소형준과 강현우는 2020 시즌부터 kt 위즈에 함께 입단해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혹자는 전주고를 졸업하고 함께 쌍방울 레이더스로, SK 와이번스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보낸 '영혼의 배터리' 박경완과 김원형을 언급하며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소형준과 강현우가 향후 KBO를 상징하는 '제2의 영혼의 배터리'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간절했던 선수들의 투혼, 그리고 스포츠맨십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아낌없는 투혼을 보여줬다. 내야안타의 가능성이 있는 타구에 거침없이 슬라이딩을 했고, 땅볼이라도 허투루 뛰지 않았다. 비가 오는 진창에서도 내야에, 외야에 떨어지는 공을 잡아내고자 몸을 던져 호수비를 보여냈다. 그런 집중력 덕분에 한일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스포츠맨십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던' 한일전의 9회말에서 미야기 히로야에게 사구를 맞고 출루한 이주형이 미야기의 사과를 고개숙여 받았던 모습은 한일 양국의 여러 매체에서 보도되며 이번 대회 최고의 장면으로 꼽혔다. 

즐겼으면 된다, 그것이 '청소년 대회'다
 
 U-18 야구 월드컵 기간 내내, 선수들은 웃으며 경기에 임했다.

U-18 야구 월드컵 기간 내내, 선수들은 웃으며 경기에 임했다.ⓒ 박장식

 
선수들은 충분히 대회를 즐겼다. 우승에, 좋은 성적에 목메어 얼굴을 굳히고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 대신 실수에는 서로가 감싸주고,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에는 덕아웃 모두가 누구보다도 기쁜 모습으로 서로를 칭찬했다. 프로 무대에서도 배워야 할, 청소년 선수들이 만들어낸 3위의 비결이었다.

이번 대회는 '우승을 왜 못했냐'는 숨 막히는 이야기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축하받는 동메달을 기록한 경기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우승을 목표로 두고는 있지만,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 대신 충분히 대회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기장을 찾은 야구 팬들은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선수들은 빠르면 내년부터 프로에서 만날 수 있다. '보다 보면 맥이 빠지는' 현재의 프로야구를 그들만의 간절함과 스포츠맨십으로 바꿀, 새로운 활력소가 될 선수들이다. 이들의 모습을 야구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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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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