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KBS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무엇이고 내가 모르는 사실이 무엇인가. 내가 알고 있는 사실,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것들을 토대로 추론할 때 어떤 주장을 내가 펼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조국을 꼬꾸라뜨려야 한다는 그 욕망, 그것이 언론 보도를 지배하고 있죠."

"진실까진 안 바란다"고 했다. "가족 인질극", "거의 미쳤구나", "저질 스릴러"라는 거센 표현이 난무했다. 지난달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국 후보자 검증에 나선 언론에 전체를 향해 "언론에 대한 절망감"을 토로했다.

일각에선 언론의 불신과 '기레기'란 비판이 난무했다. 지난달 8일 후보자 지명 이후 지난 3주간 펼쳐진 한국 언론의 보도 양상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역대 최고의 보도량을 자랑했고, 개별 언론별로 수많은 '단독' 보도를 쏟아냈다.

실제로 그랬다. 소셜 미디어 상에선 조 후보자 관련 기사가 네이버 포털에서만 같은 기간 수십만 건 쏟아졌다는 '증거 수집'이 횡행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조 후보자 관련 보도 모니터링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언론은 왜 그럴까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KBS


지난 8월 9일부터 25~26일 5대 일간지는 568건, 비슷한 기간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는 360건의 검증 보도를 토해냈다. 후보 자질이나 전문성, 정책 관련 기사가 아닌 후보자 가족 의혹이나 도덕성 검증이 압도적이었다. 그러자, 도대체 언론은 왜 그럴까하는 의문들도 잇따랐다. 2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로 출연한 KBS 최경영 기자도 그런 의문을 가진 이 중 하나였다. 최 기자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사람들은 기자들이 알고도 그런다고 말한다. 오해다. 기자들은 잘 모른다. 사람들은 기자들이 고의로 그런다고 말한다. 정파적 이유 때문에. 그것도 절반쯤은 오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이것이다. 기자들이 대체 왜 이러지?

대부분의 원인은 경쟁적 문화, 상명하복의 구조, 질문하지 않는 습성, 부족한 시간, 넓은 지면, 엄청난 방송 뉴스 시간, 재계발이 되지 않는 시스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주입식 교육 등에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적, 구조적 요인들 중 단 한 가지만 뽑으라면... 장사다. 논란이 돼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 한국 언론의 본질은 공론이라는 공공적 행위가 아니다. 자사의 클릭 수, 시청률, 이익이다. 신뢰나 품위 또는 객관이라는 제스처도 이를 가리기 위한 변장술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은 장사다. 그냥 무작정 더 많이 팔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조국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다."


도덕성 검증의 폐해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KBS


본질은 장사일 수 있다. 일선 기자들이 탐사나 검증보다 '어뷰징'에 매달려야 하는 군소 매체의 '받아쓰기'가 절대 보도량을 늘린 탓도 없지 않다. 소위 '진영 논리'도 작용했을 터다. 더불어 '정치 플레이어'임을 감추고 '객관적'인 척 중립성을 가장하는 것 역시 문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하다. 일부 국민들이 피로감을, 불쾌감을 호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도대체 왜 그래야 했을까. 조국 후보자 언론 보도를 다룬 <저널리즘 토크쇼 J> 1일 방송은 이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납득 가능한 해설서와도 같았다. 그간 언론이, 방송이 직접 말해주지 않은. 특히 패널 중 한 명인 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는 이전 방송과 비교할 때 확연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바로 이렇게.

"그러니까 의혹을 다른 언론사가 던지면 그 의혹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왜 언론사들은 행동할까라는 합당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거든요. 그게 쉬워서예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건 두 가지 부담이 생깁니다. 하나는 사실 검증에 책임이 생기고요. 사실이 검증됐을 때 어? 의혹이 해소되는 답이 나왔다? 그럼 뭐예요?

정치적으로 '쟤는 편드네'라는 식으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낙인을 회피하는 방법은 다른 의혹을 자기들이 새로 던지거나 의혹을 키우거나 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하는 거예요. 이게 마침 언론이 현 집권 세력에 대해서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는 방법이거든요.

즉, 책임도 회피하고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비판성이라는 알리바이도 만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검증이라는 이름 하에 남의 질문에 답을 스스로 하지 않는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는 게 나오는 거죠."


그렇다. 양수겸장이 따로 없다. 너도나도 '조국 검증'이란 미명 하에 검증은커녕 미완의 '단독' 기사를 쏟아내는 이 장사의 향연에서, 언론이 잃을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 점에서, 정 교수의 '알리바이'론은 꽤나 유효해 보였다.

이어 정 교수는 '도덕성 검증'이란 미명 아래 자행된 신상털이 혹은 조 후보자 일가족에 쏠린 관심도 혹독하게 비판했다. 특히 공동체의 관점에서 전혀 득이 될 게 없다는 지적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 정도로 과도한 도덕성 검증이 "일종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견해였다.

"말씀하신 것처럼 (도덕성 검증이)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제도가 만들어낸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대단히 세밀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것을 건드려서 까면 부정적인 정서가 일어날 걸 뻔히 알아요.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공직자이거나 정치인이거나 언론이라면,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사실 이 부분을 공개해서 이야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가 감당 못 할 논란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상태가 벌어져요. 이 박탈감과 좌절감 어떻게 할 거예요? 이거를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고 '정서를 가지고 한번 싸워 보세요'라고 하면 결과적으로 당장은 정치적, 자파(自派)의 이익이 생길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또는 우리 공동체의 개선의 관점에서 보면 실제로는 제 살 깎아먹기밖에 안 됩니다."


한국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조국 후보자 검증 보도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KBS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방송과 언론의 주요 보도 중 자극적인 의혹 보도는 물론 팩트 체크가 부족했거나 악의적인 의도가 엿보이는 기사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지난달 19~20일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의 단독 보도 이후 쏟아진 조 후보자 딸 조모씨의 입시 전반에 관련된 의혹 보도의 허점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전방위'란 표현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 중 백미는 이른바 '공주대 논문 특혜 의혹'의 당사자인 공주대 교수의 토로였다.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십을 주관했던 해당 교수는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 과도한 취재에 실망감을 넘어 고통을 호소할 정도였다. 조 후보자 검증과 관련해 일부 언론의 '하이에나'식 취재와 보도가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랄까.

"(새벽) 2시 반에 잠이 깨서요. '며칠째 왜 이러시냐고, 여기까지 와서 지금 내일 중요한 발표도 있는데 이제 그만 좀 해주세요', 그리고 끊은 것 같아요. 근데 아침에 이제 올 때 보니까 그렇게 나와 있더라고요. 이제 정말 겁이 나요. 제대로 변명을 해 볼 통로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왜 이렇게 없는 걸까요."

대부분의 언론 검증이 후보자의 일가족, 즉 '조국 가족'에 집중되고, '도덕성 검증'에 집중되는 것에 대해서도 따끔한 비판이 나왔다. 그건 조 후보자를 향한 과도한 보도가 결국 고위 공직 후보자나 정치인에 대한 어떤 '기준'과 관련된 문제라는 시각이었다. 이 역시 충분히 지적되어 온 문제였다. 그리고 그 문제는 결국 '언론의 역할'과 이 언론 검증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과 맞닿아 있었다.

"한 공직자 개인과 책임져야 하는 범위까지를 이야기해야지 마치 무슨 일가라고 해서 모든 걸 털어버리는 건 절대로 맞는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게 정말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 필요하다고 한다면 옛날에 사학법 개정 막았던 수많은 정치인들, 집안이 다 사학재단인 분들 그리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학재단을 활용했는지 이번 기회에 다 같이 한번 까보는 거, 저는 굉장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회개혁을 위해서." (정준희 교수)

"언론의 역할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그 부분에 대해서 왜 이렇게 청문회가 늦춰지고 있느냐에 대한 또 문제의식을 가진 어떤 기사나 보도도 저는 전혀 보지 못했다는 거죠.

그런데 이건 사실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검증 장치인데 왜 이것을 활용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 이런 의혹을 양산하고 그리고 이 의혹에 또 기대서 또 다른 도덕성이라는 의혹을 더 양산하는 과정으로 가는 것 자체가 저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은 거예요. 왜 청문회를 이렇게 늦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왜 안 던지십니까라고 묻고 싶습니다." (강유정 교수)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 KBS


2일 조 후보자 국회 청문회는 결국 무산됐다. 조 후보자는 여야 의원 대신 언론 앞에서 입장 표명과 해명에 나서게 됐다. 그간 의혹을 제기한 언론들을 직접 마주하게 된 형국이다. 언론이 사회 공기로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만하다.

"당신들이 쓴 기사에 책임지십시오. 함부로 펜대를 굴리지 마십시오. 언론의 윤리와 책임을 망각한 당신들은 부디, 부끄러워하십시오."

조국 후보자 언론 보도가 정점에 다다른 지난달 29일,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화제를 모은 '한국 언론 사망' 성명서의 말미다. 시간이 더 흐른 뒤, 이번 조 후보자 청문회 정국을 둘러싼 한국 언론의 과열된 보도 행태에 대해 더 많은 분석이 이뤄져야 마땅해 보인다. 정파적 이익이나 이슈 파이팅, 어뷰징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양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의심의 여지는 없을 것 같다. 일각에서 제기한 언론을 향한 강력한 비판과 실제 언론들이 쏟아냈던 과도한, 전무후무한 보도의 기록들이 한국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란 사실은. 이번 <저널리즘 토크쇼 J> 방송은 공영방송이 남긴 그 첫 번째 자성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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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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