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벚꽃연금'의 장범준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드라마 OST에 참여했다. 천우희와 안재홍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세 번째 OST에 합류한 것. 장범준은 가창뿐 아니라 직접 작사-작곡-편곡한 자작곡으로 자신만의 감성을 보탰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라는, 제목부터 낭만적인 노래가 그것이다.

낭만적이면서 쓸쓸한 가사 돋보여
 
멜로가 체질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한 장면

▲ 멜로가 체질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한 장면 ⓒ JTBC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지나간 건가 뒤돌아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 거야/ 다 와가는 집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 거야/ 한번 연락해 볼까 용기 내 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야"

노래의 시작엔 샴푸향이 나오면서 무언가 샤랄라라한 분위기가 이어지려나 했더니, 가슴 아픈 이야기로 곧장 치닫는다. 너의 샴푸향을 맡은 것만 같아서 황급히 뒤돌아보지만, 너는 없고 지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덩그러니 멈춰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짝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그린곡이라는 장범준의 설명처럼, 이 노래는 '내 마음만 아쉬울 뿐'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의 안타까운 모습을 담았다.

<멜로가 체질> 4화 마지막 신에서 임진주(천우희 분)와 손범수(안재홍 분)가 직접 이 노래를 부름으로써 시청자의 큰 관심을 받았다. 회의 중 의견이 안 통하는 손범수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의도로 임진주가 기타를 가져와 그의 앞에서 이 곡을 불렀던 것. 극중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손범수의 전 여자친구가 직접 작사한 노래여서, 이 곡을 듣기만 하면 손범수는 전 여자친구 생각에 곧장 우울해진다. 

하지만 그걸 노린 임진주의 의도와 달리, 손범수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 트라우마를 극복한 듯 직접 기타를 치며 그 노래를 자신의 입으로 부른 것. 이 모습을 임진주는 놀라면서도 뿌듯한 표정으로 지켜봄으로써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처음에 천우희가 불렀을 땐 록처럼 발랄하고 신나는 느낌이었다면, 안재홍의 가창은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어쿠스틱한 느낌의 차분한 버전이었다. 같은 노래를 두 사람의 각기 다른 버전으로 듣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천우희와 안재홍의 케미스트리
 
멜로가 체질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한 장면

▲ 멜로가 체질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한 장면 ⓒ JTBC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 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지나치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만 보이는거야/ 스쳐지나간 건가 뒤 돌아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바빠진거야"

그리운 그 사람 집 앞에서 계속 기다리지만 그렇다고 벨을 누른다거나 전화를 할 수도 없는 딱한 상황에서, 샴푸향에 혼란스러워하며 "내 마음만 바빠진 거"라는 가사가 무척 인상적이다.

이 곡의 설명에 의하면 "초기 버스커버스커 감성을 담고 있는 노래로,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을 만들기 위해 장범준이 특히 신경썼는데, 무엇보다 극중 인물 두 사람이 부르기에 편한 곡을 만들기 위해 가성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식 OST로 나온 장범준 버전은 천우희, 안재홍의 노래와 또 다른 부드럽고 감미로운 매력을 지닌다.
 
멜로가 체질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한 장면

▲ 멜로가 체질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한 장면 ⓒ JTBC

 
"어떤 계절이 너를/ 우연히라도 너를 마주치게 할까/ 난 이대로 아쉬워하다/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리면서 아무 말 못하고/ 그리워만 할까"

"때론 지나치고 다시 기다리는/ 꽃이 피는 거리에 보고파라 이 밤에/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아쉬워하다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 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손범수가 전 여자친구를 향한 자신의 지긋지긋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극중 결정적인 도구로 작용한다. 이 노래 때문에 우울해졌고, 이 노래 때문에 우울함에서 빠져나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도록 중간에서 힘을 쓴 것이 임진주이기에 둘의 스토리라인에서 이 노래는 없어선 안 될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듯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 곡이 마지막회의 그들에게 어떤 의미의 곡으로 새롭게 남게될지 궁금해진다.
 
멜로가체질 천우희 안재홍 장범준 샴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