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음원강자' 크러쉬가 9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는 지난 28일 싱글 발매와 동시에 빠르게 음원차트를 올킬했고, 결국 1위 자리에 눌러앉는 모양새다. '믿고 듣는'이란 수식어에 걸맞은 저력을 보이고 있는 크러쉬의 신곡 '나빠(NAPPA)'를 리뷰해본다. 

이 남자의 '자기반성'

 
크러쉬 크러쉬 신곡 '나빠'의 앨범 커버 및 프로필 이미지

▲ 크러쉬크러쉬 신곡 '나빠'의 앨범 커버 및 프로필 이미지ⓒ 피네이션

 

처음에 '나빠'라는 노래 제목과 뾰루퉁한 표정의 크러쉬가 내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보고는 "네가 나빠"란 내용의 노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가사를 들어보니 "내가 나빠"라고 말하는 자기반성적인 곡이었다.   

"미안하단 말이 입에 붙어서 yeah/ 또 미안해 슬쩍 말을 꺼내보지만/ 눈칫밥에 체한 난 몸살 나려 그래/ 오늘은 이래저래 음 늦었어 yeah/ 쓸데없이 핑계만 늘어놓고선 yeah/ 날 안아줘 my baby 바보 같은 나"

크러쉬는 자신의 잘못을 하나하나 성찰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은 약속에 늦었는지, 허겁저겁 핑계를 늘어놓는다.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미안하단 말을 너무 많이 해버린 나머지 별 효력이 없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상대의 눈치를 보느라 체할 지경이다. 그래도 끝엔, 나쁘고 바보 같은 나지만 "날 안아줘"라며 귀여운 투정을 부린다. 그리고, 반성은 계속 된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 또 미안하단 말만 되뇌어보지만/ 실망 가득한 표정에/ 발걸음은 더 느려져/ 네 마음 바득바득 긁어놓고선/ 난 어리광만 피워 진짜 이기적이야/ 날 안아줘 my baby 바보 같은 나"

또 미안하다고 말하는 크러쉬. 이번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결국 정말로 지키지 못했나보다. '네 마음을 바득바득 긁어놓았다'며 자신의 죄를 상세하게 서술한다. 어리광만 피우는 본인이 자기가 생각해도 참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마지막엔 날 안아달라고 어수룩하게 부탁하듯 말한다. 미워하다가도 도저히 끝까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뭘 잘못했느냐, 나쁜 건 너"라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이 가사 속 화자처럼 자신의 부족한 행동들을 먼저 시인하고, 이렇게나 부족한 나지만 그래도 나 좀 귀엽게 봐달라고 당부하는 이에게 더 정이 갈 수밖에 없다. 

"말해줘 너에게 난/ 나빠 아파/ 내가 바빠 바빠서/ 네 맘 아파 아파서/ 나빠 나빠 나빠 내가 나빠 나빠"

크러쉬의 자기반성과 성찰은 절정으로 향한다. 내가 나빠서 네 맘이 아프다는 단순하고 비슷한 음절의 가사 반복이 노래의 리듬감을 살린다. 

바보 같아서 따뜻한 마음들

 
크러쉬 크러쉬 신곡 '나빠'의 앨범 커버 및 프로필 이미지

▲ 크러쉬크러쉬 신곡 '나빠'의 앨범 커버 및 프로필 이미지ⓒ 피네이션

 

특히 '나빠(NAPPA)'는 평소 크러쉬가 즐겨듣는다는 보사노바를 접목한 리듬감 있는 편곡이 돋보이는 노래다. 크러쉬가 작사하고 Haventseenyou와 프로듀싱과 공동 작곡을 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드는 미안한 감정을 표현한, 단순하면서도 공감 가는 가사가 리듬감 넘치는 보사노바 리듬과 어울리지 않을 듯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널 바래다주는 길은/ 괜히 딴청을 피우고/ 네 손잡으려고 해도/ 나 좀 봐달라고 떼써도/ 초라한 나에겐/ 온 세상이 너인데"

잘못해도 미안해할 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 요즘 세상에, 비록 가까운 사람에게이긴 하지만 "내가 참 나쁘다"라고 먼저 말할 줄 아는 것. 그것은 '쿨함'을 강요하는 이 시대에 어쩌면 좀 바보 같고, 그의 말처럼 초라해보여서, 그래서 오히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좀 짠해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도 독특하고 재밌다. 미국 LA에서 촬영한 뮤비에는 크러쉬의 실제 해외 친구들이 등장한다. 이들과 함께 촬영했으니 크러쉬 본연의 엉뚱하고 순수한 면모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밖에. 크러쉬는 '나빠'를 '세상에 나쁜 애는 없다'는 메시지를 기둥으로 하여 만들었다고 밝혔다. 며칠 전에는 V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자아성찰의 시간들을 가졌다"며 "저란 사람을 저울질하면서 그 사이에서 굉장히 많은 음악적인 영감을 얻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