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2010년대 들어서 한국 영화시장에서 '멜로' 장르가 점차 소외를 받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는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시월애> <클래식>과 같은 멜로 영화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액션 영화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이 때문에 멜로가 설 자리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그간 멜로 영화를 기다려왔던 관객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1994년 당시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했던 유열이 '유열의 음악앨범' DJ를 처음으로 맡은 날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제과점을 운영하던 미수(김고은)는 교복을 입고 콩으로 만든 제품을 찾는 현우(정해인)와 만나게 된다. 미수는 현우에게 콩으로 만든 제품이 없으니 근처 슈퍼마켓으로 가보라고 한다. 이내 곧 현우는 다짜고짜 제과점으로 들어와 열심히 일할 테니 일자리를 달라고 하고, 이에 미수와 은자는 적지 않게 당황하지만, 결국 그들은 제과점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미수와 현우가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던 크리스마스의 겨울 밤, 우연히 현우를 보고 제과점에 들어온 현우의 친구들이 제과점을 찾아 소란을 피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친구들과 함께 밖을 나선다. 미수와 은자는 현우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직감한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미수제과점은 더 이상 문을 열지 않는다.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던 미수는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위해 공장 사무직으로 취업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문 닫은 미수제과점을 들른 미수 앞에 현우가 나타난다. 서로 반가워하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은 계속 어긋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1997년, 2000년, 2005년까지 총 네 번의 시점을 배경으로 구성됐다. 영화는 11년 동안 만나고 엇갈리기를 반복하는 두 남녀를 그려내는 동시에, 그들이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었던 뒷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이별해야 했던 기억을 하나씩 하나씩 불러 모으며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저 그때 그 시절을 즐기자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영화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약속을 잡고 만날 수 있는, 지금이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시절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메신저와 SNS는 물론 휴대폰도 없어 연락이 닿지 않을 때면 초조함을 느껴야 했던 그 시절의 연애담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유열의 음악앨범>을 볼 예정인 관객들에겐 '그저 그때 그 시절을 즐기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10대 관객들이라면 전혀 겪어 보지 못했던 과거이기에 공감대가 적을 수 있겠지만, 20대 후반 이상의 관객이라면 어릴 적 봐왔던 동네의 풍경, 간판들 그리고 지금은 촌스러워 보이는 티셔츠마저 아련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편 영화는 의상부터 공간, 미술, 음악 전 분야에서 그 당시의 모습들을 회상시키는 다양한 오브제를 배치시켰는데, 세심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영화는 <침묵> < 4등 > <모던보이> 등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자유자재로 연출하며 폭넓은 경험을 가진 정지우 감독의 작품. 정 감독은 특유의 섬세하고 디테일이 돋보이는 연출로 영화를 조각하며 관객들을 더욱 깊이 매료시킨다.

그중에서도 세계적인 뉴에이지 아티스트 Yanni의 곡부터 신승훈, 이소라, 루시드폴 등 당대를 풍미했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핑클, 모자이크 등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다채로운 음악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그동안 잊혔던 한국 멜로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1994년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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