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 편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 편의 한 장면 ⓒ SBS

 
2019년 7월 6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20, 30대 남성 4명이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들며 일본어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15시간 만에 검거된 4명은 놀랍게도 모두 한국인으로 밝혀졌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 편은 1945년 8월 일본이 패망하면서 제국의 강점기는 끝이 났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일본의 극우 세력과 우리 안의 친일파를 추적한다. 우리는 정말 독립을 맞이한 걸까? 그들이 소녀상에 침을 뱉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는 평화의 소녀상을 조롱한 후에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던 정 씨를 만났다. 그는 "한일 관계가 파탄이 난 것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랬다"면서 "침을 뱉는 건 경범죄일 뿐이고, 소녀상은 성역이 아니다"라고 반문한다. 이어서 자신을 '친일파'라고 소개한다.

"일제 강점기 때 아무리 우리가 피해를 많이 당하고 했지만, (일본이) 건물 세워주고 철로 깔아주고 전차하고 막 그런 신기술 같은 거 알려주고 했잖아요. 막말로 조선 시대 때 얼마나 미개했습니까?"

정 씨만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아니다. 현대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성장의 원동력을 일제 강점기에서 찾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보수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징용은 없었다는 일본 우익의 '역사 수정주의'를 그대로 전파한다. 나눔의 집에 전화를 걸어 전국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침 뱉기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했던 유튜버 N의 말이다.

"그 당시 위안부가, 벌던 애들이 우리나라에서 1년 번 것보다 한 500배는 더 벌었다고 그랬어요."
  
유튜버 W는 '위안부는 뚜쟁이에 의해 모집되었고 스스로 지원한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일본어로 제작하여 올렸다. 유튜버 A는 '창녀 위안부의 진실'을 파헤치겠노라 큰소리를 친다. 유튜버 O는 욱일기 앞에서 "대일본 제국 만세!"를 외친다. 2012년 6월 22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어로 '다케시마(독도)는 일본땅'이라 적힌 말뚝을 들었던 일본의 극우 인사 스즈키 노부유키 일본 국민당 대표는 말한다.

"일본의 주장을 대변해주는 한국 젊은이가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반가운 일이에요."

한국의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과 유튜버들은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가 없었다는 증거로 문옥주 할머니를 예로 든다. 문옥주 할머니의 일대기를 쓴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를 살펴보면 피해자 중 이례적으로 1943년 8월부터 1945년 9월까지 2만 6천 엔을 저축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것을 근거로 '위안부'는 강제가 아니며 큰돈을 벌었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시 상황에서 나왔던 전표로 전쟁이 끝나면 종잇조각에 불과했고, 당시 버마는 일본의 점령지 중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했던 곳으로 2만 엔으로 정장 한 벌도 살 수 없었다"고 반박한다. 게다가 일본 패망 후 문옥주 할머니에겐 그 돈마저 전달되지 않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 편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 편의 한 장면 ⓒ SBS

 
유튜버 N씨는 자료를 취합한 통로 중 하나로 박유하 세종대 일본학과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를 언급한다. 그러나 박유하 교수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설명한다. 일본 측 주장의 인용과 피해자의 여러 사례를 들었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매춘 운운하는 건 일본이 자발적인 매춘부라고 얘기하는데 그걸 인용한 것이고, 강제연행을 부정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강제연행을 부정한 건 아니다."

중일 전쟁 당시 운전병으로 참전했던 무라세 모리야스가 찍은 사진과 남긴 글, 1945년 미군에 의해 작성된 문서 등 당시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자가 강제로 끌려갔다는 객관적 근거는 곳곳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일일이 해명할 수 없는 정보는 빠른 속도로 퍼지는 상황이다. 일본의 우익은 혐한 서적을 통해 이런 주장을 받아쓰며 한국의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강제연행은 없었고 도리어 피해자들의 삶은 풍족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교장으로 있는 인터넷 사이트 '이승만 학당'과 그곳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이승만TV'의 강의 내용을 근거의 출처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이승만학당은 어떤 곳일까?

이승만학당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 독립운동과 건국의 업적을 연구, 교육, 홍보하는 곳이라 소개한다. 또한, 유튜브 채널 '이승만 TV'와 오프라인 강좌를 통해 '이승만과 대한민국', '한국 최현대사 강의', '한국 근대사 강의'를 진행한다.

이승만학당은 김학은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주익종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김용삼 전 월간조선 편집장,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낙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안기 고려대학교 교수 등이 교사로 활동한다. 최근에는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반일 종족주의>을 공동으로 집필하여 발간했다.

이우연 연구위원은 "'위안부'는 20세 이상의 여성들이었다. 모든 조사가 그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20세 미만의 피해자는 36%에 달한다는 2001년 '전쟁과 여성 인권 센터'의 통계에 대해선 "기억의 왜곡, 착란,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바에 따라서 기억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심지어 "이미 1930년대 초의 조선 사회는 성매매 산업이 발전했고, '위안부'의 다수는 기존의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다"라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이영훈 교수 역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 편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 편의 한 장면 ⓒ SBS

 
이영훈 교수는 2004년 MBC < 100분 토론 >에서 '위안부'는 상업적 목적에 따른 자발적 참여였다고 주장하다가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그는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자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에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현재는 태도가 돌변했다. 신운용 안중근 평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학문적으로 그게 확실하면 왜 사과를 해요. 말이 안 되는 거지. 그건 학자가 아니에요. 정치인이지"라고 이영훈 교수의 태도를 비판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영훈 교수를 필두로 한 이승만학당의 주장이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과 똑같다고 지적한다. 그의 말처럼 이승만학당의 이우연 연구위원, 이영훈 교수, 이영훈의 스승인 안병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주장은 일본 극우세력를 대표하는 나카야마 나리아키 전 일본 유신회 의원단 회장, 마쓰바라 진 전 국가공안위원장의 주장을 빼닮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승만학당의 연구를 의회에서 인용할 정도다.

"서울대의 한 분이 일제 강점기 시대에 왜 인구가 증가했는가 하는 관점에서 분석한 자료도 있습니다."

일본 우익의 역사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은 1997년 결성된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부터 시작했다. 2007년 일본 총리에 당선된 아베 신조는 위안부는 군 당국의 요청으로 인해 설치되었으며 관리에 일본군이 관여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꿈꾸고 있다.

일본 우익의 주장과 맞닿은 역사수정주의 흐름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이영훈 교수는 2008년 기존 교과서가 좌파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며 한국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를 출간을 목표로 발족한 '교과서 포럼'의 대표를 역임했다. 그러나 기획 단계부터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 새 교과서가 일제 강점기를 찬미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인 가운데 일본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우호적인 이야기를 하는 '신친일파'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 다른 이도 일본은 한국인 청년이 유학을 오게 하여 장학금이나 연구비, 때론 용돈을 주며 관리한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한 전문가는 안병직 교수가 처음에는 민족주의적 입장을 갖고 있다가 일본 도요타 재단의 연구비를 계기로 돌아섰다고 밝힌다. 하지만 안병직 교수는 자신과 이영훈 교수가 하는 연구가 매국이 아닌 애국이라고 주장한다.

"이영훈 교수의 활동 때문에 혐한 분위기가 없어졌습니다. 한국에도 사람이 있네. 깔볼 나라가 아니야. 그거는 엄청난 국익입니다. 그게 애국이 아니면 뭐가 애국입니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 편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 편의 한 장면 ⓒ SBS

 
1922년 일본은 조선총독부 직속 기관인 '조선사편찬위원회'를 만들어 일제의 한국 침략과 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한국사 왜곡을 시도했다. 당시 이 기관의 고문이었던 자가 이완용이다. 그는 조선의 외교권은 힘을 키워 다시 찾으면 된다며 고종에게 을사늑약 서명을 강요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왕실을 지킨 충신이라고 자부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엔 신친일파가 나타났다. 이들은 '지금은 친일이 애국이다', '지나간 과거는 묻고 미래로 나가기 위해선 일본과 친해져야 한다', '일본과 대적하는 것은 어리석은 멸망의 길이다'라고 주장한다.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 문제와 일제 강제 동원 문제는 인권, 평화, 상식에서 접근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신 친일파들은 애국과 국익이란 이름으로 과거를 왜곡하고 국민들을 분열시키려고 한다. 경제 성장을 해야 한다면서 청산해야 할 과거를 쉽게 묻어버리려는 이들을 향해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묻는다.

"IMF가 끝나고 난 다음에 역사 교과서 문제가 터졌을 때 역사보다는 경제가 아닌가 (말했다). 그런데 지금 20년이 지나고 한국 경제가 이 정도로 성장을 했을 때 마찬가지로 여전히 우리는 역사보다는 경제라는 논리를 앞세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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