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이 취소되자, 앤 마리는 곧바로 트위터에 자신의 입장을 적어 올렸다.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이 취소되자, 앤 마리는 곧바로 트위터에 자신의 입장을 적어 올렸다.ⓒ Anne-Marie 트위터


한국을 방문한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날강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는 동안, '우리 누나'라는 별명을 새로이 얻게 된 가수가 있다. '2002'와 'Friends'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스타덤에 오른 앤 마리(Anne-Mari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앤 마리는 지난 7월 28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린 '홀리데이랜드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최사 '페이크버진'은 관객들에게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와 앤 마리의 공연 취소 소식을 알렸다. '우천으로 인한 뮤지션의 요청'으로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앤 마리는 바로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은 공연을 취소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당일 밤 긴급하게 팬들을 위한 무료 공연을 열었다. 앤 마리의 프로 정신에 탄복한 팬들은 그녀에게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고, 앤 마리는 눈물을 보였다.

앤 마리가 남긴 훈훈한 미담과 함께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페이크버진 역시 7월 29일, 운영 미숙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공연 취소의 책임을 단순히 아티스트에게 전가하는 기획사의 태도는 많은 팬의 입방아에 올랐다.
 
 2019 지산락페스티벌은 행사 3일을 남겨놓고 취소를 선언했다.

2019 지산락페스티벌은 행사 3일을 남겨놓고 취소를 선언했다.ⓒ '세기말공연창고' SNS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이외에도, 올 여름은 국내 뮤직 페스티벌의 수난 시대나 다름없었다.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과 비슷한 기간에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2019 지산락페스티벌'은 행사를 열지도 못 하고 취소되었다. 흔히 알려진 CJ 주최의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는 다른 페스티벌로써, '디투글로벌컴퍼니'라는 공연기획사가 주최를 맡았다.

15만 원을 호가하는 티켓 가격은 물론, '지산'이라는 상징성 있는 지역에서 페스티벌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록팬들이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공개된 라인업은 실망스러웠다.

호주 밴드 킹 기저드 앤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LIZARD WIZARD)가 섭외되긴 했으나, 헤드라이너 급 뮤지션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산락페스티벌은 공연을 일주일 앞둔 상황까지도 헤드라이너를 발표하지 못했던 지산락페스티벌은 공연을 3일 앞둔 상황에서 취소를 선언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견해가 부족했다', '주관사의 업무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 취소의 변이었다. 지산락페스티벌을 해체 전 마지막 무대로 삼았던 인디 밴드 '데카당'으로서는 씁쓸한 뉴스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앞서 6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이하 UMF 코리아) 역시 많은 관객들을 분노케 했다. 공연 당일에는 헤드라이너인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Swedish House Mafia)의 출연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를 보기 위해 셔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셔틀 버스 안에서 취소 소식을 전해 듣는 관객들도 있었다. 

문제는 단순히 공연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티스트의 공연이 시작하는 당일까지도 무대 세트 설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오고 가는 관객들을 위한 충분한 안내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SNS로 전시되는 화려한 이미지 뒤의 그림자는 꽤 짙었다. 페스티벌 현장의 실상을 알린 한 유튜버의 영상은 5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뮤직 페스티벌이 정점을 찍은 것은 2013년이다. 특히 여름에만 5개가 넘는 록 페스티벌이 난립했다. 2013년 이후로도,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명멸하기를 반복했다. 함량 미달의 기획사 역시 찾아볼 수 있었다. '힙하고 멋진' 뮤지션의 이름을 포스터에 올리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페스티벌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사람들의 발을 페스티벌로 이끄는 데에 있어 라인업은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페스티벌의 방향성이 사람에 대한 존중과 견고한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다면, 모든 것이 공허해질 뿐이다. 여름뿐 아니라,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가을에도 뮤직 페스티벌들이 여럿 열릴 계획이다. 많은 여름 페스티벌들을 반면교사 삼아, 성공적인 축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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