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셉션> 포스터.

영화 <인셉션>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2008년 슈퍼 히어로 영화 <다크 나이트>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천재'에서 '거장'으로 거듭난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놀란 감독은 워너브라더스에서 큰 돈을 투자받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보라는 전언과 함께. 그에 놀란은 10여 년 동안 갈고 닦은 시나리오로 2년 만에 <인셉션>을 들고 와 또 한 번 거대한 성공을 거둔다. 

놀란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 <덩케르크>까지 워너브라더스와의 윈-윈 작업을 이어나간다. 놀란과 워너브라더스는 <다크 나이트> 이전, <배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 또한 함께해왔다. 그리고 내년 개봉 예정인 국제 첩보 액션물 <테넷>도 함께할 예정이다. 15년여 기간 동안 함께한 놀란과 워너브라더스의 작업물들 중 놀란의 독자적인 천재성이 돋보이는 <인셉션>은 분명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앞서 범죄 및 스릴러 장르에 천착해 온 놀란은 <인셉션>을 기점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를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기획과 제작과 프로듀서 방면으로도 발을 넓히기도 했다. 놀란에게 <인셉션>은, 그의 이름을 알린 <메멘토>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평을 듣는 <다크 나이트> 이상 가는 의미를 지닌 영화라 하겠다. 그 놀라운 이야기의 간략한 줄거리를 살펴보겠다. 

꿈속에 침입해 생각을 주입하는 '인셉션'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과 꿈을 공유하고 타인의 꿈속에 침입해 비밀을 추출해내는 추출자다. 그는 사이토(와타나베 켄)라는 일본 기업가의 비밀을 추출해내려 하지만 실패해 고용주 코볼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코브의 실력에 감탄한 사이토는 역으로 그에게 협박 및 제안을 한다. 코브는 죽은 아내와 얽힌 사건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처지인데, 이를 사이토가 해결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코브가 해야 할 일은 꿈 속에 침입해 비밀을 추출해내는 게 아니라 생각을 주입하는 '인셉션'이었다. 

사이토가 제안한 일은, 사이토 기업의 경쟁 기업이자 세계 에너지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피셔 모로우의 후계자 피셔(킬리언 머피)의 머릿속에 '물려받은 기업을 분할하겠다'는 생각을 심는 것이었다. 코브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위해 드림팀을 조직한다. 기존의 한 팀인 포인트맨 아서(조셉 고든 레빗)와 함께 하고, 교수인 장인에게 설계자 아리아드네(앨렌 페이지)를 소개받고, 위조꾼 임스(톰 하디)와 약제사 유서프를 물색해 찾아낸다. 사이토는 관광객이지만 직접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함께 한다. 

한편, 코브는 팀원들 몰래 매일 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아내 맬(마리옹 꼬띠아르)과의 기억을 투영한 꿈의 세계를 유영하며 기억의 최하층에 맬의 무의식을 가둬놓는 실험도 병행하고 있었다. 때문에 맬은 코브가 임무에 임할 때마다 무의식 형태로 등장하며 방해를 했고 그 방식은 점차 대담·대범해졌다. 불가능에 가까운 인셉션 임무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끝없는 난관 위의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절대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 그곳엔 무엇이 있는지. 

꿈과 현실의 환상적 이야기의 이면, 디스토피아

영화 <인셉션>의 주된 내용 자체는 거창하지 않다. 드림팀을 조직해 불가능에 가까운 큰 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나 최동훈 감독의 '케이퍼 무비'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영화 내적으론 팀을 조직해 강탈을 주된 목적으로 활동하고, 영화 외적으론 치밀한 각본과 화려한 촬영 테크닉을 자랑한다. <인셉션> 또한 여기에 거의 완벽히 부합한다. 다만, 그 안에 들어찬 이야기 및 의미가 전혀 다르다. 

영화는 우선 강탈이 아닌 주입이 목적인 점이 다르다. 이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데, 한 사람을 규정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는 생각 자체를 주입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 작업이 가능하다면, 가능하다는 점 자체로 이미 전에도 후에도 없을 디스토피아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했다손 쳐도, 세상이 아무리 파멸에 가까워진다손 쳐도 꿈 속에 침입해 생각을 주입한다는 게 가능할까. 또한, 그건 어떤 세상을 불러올까. 생각하기도 힘들고, 생각하기도 싫다. 

영화는 그러니까 놀란 감독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 세상을 우리 앞에 내보였던 것이다. 큰 범위에서 그가 <인셉션> 이전까지 선보였던 '인간 타락'의 끝이자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나의 것이 아니고, 나의 세상이 나의 것이 아니며, 결국 나의 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는 끔찍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만다. 우리는 영화의 치밀하게 직조된 각본과 화려하기 그지 없는 촬영 테크닉에 압도되고 '꿈과 현실'이라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환상적 이야기에 경도되어 그 이면을 살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 영화

'영화는 영화다'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이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찾기도 힘들 것이다. 영화 외적으로 짚어볼 만한 부분이 많은 이 영화는, 영화 내적으로 즐길만한 요소도 충분하다. 꿈속에 침입해 비밀을 추출하고 또 생각을 주입하는 과정과 방식과 그에 따른 단어들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까지 들어가 찰나의 찰나까지 쥐어짜는 쫄깃함을 맛볼 때는 그야말로 100% 이입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해석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설정들은 그 자체로 영화를 둘러싼 재미요소다. 예를 들어, 지난해 8년 만에 밝혀진 결말 부분의 '꿈과 현실 논쟁'의 진실이 그것인데 코브가 꿈과 현실을 구분짓는 토템을 돌려놓고는 끝까지 보지 않고 가버렸고 결말이 나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나버렸다. 그러나 지난해 마이클 케인은 관객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장면은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사실 별 것 아닐 수 있음에도 <인셉션>의 가장 큰 논쟁 요소이기도 했다. 이는 영화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하게 하는 면이다. 

한편 이 영화를 보다 훨씬 풍성하게 만든 결정적 요소가 음악이다. 각본에 더해 촬영도 한 몫했지만 한스 짐머 특유의 웅장하면서도 긴장감 어린 음악이 없었다면 상당히 밋밋했을 게 분명하다.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으로 <덩케르크>까지 짐머는 놀란의 음악적 페르소나로 6편을 함께 했다. <인셉션>은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와 더불어 놀란 보다 짐머가 더 돋보이는 영화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인셉션>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에디트 피아프의 마지막 대히트곡 '아뇨, 전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이다. 극 중 꿈에서 나올 때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던 노래, 그 구슬픈 음색 안의 가사는 코브와 맬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에디트 피아프를 그린 영화 <라 비 앙 로즈>는 물론, 영화 <몽상가들>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청춘의 지난날을 감싸기도 했던 이 곡은 참 절묘하다. <인셉션>과 <몽상가들> 모두 꿈에서 빠져나오는 데 이 곡을 쓰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우리네 인생이 그 옛날 장자가 들여다봤던 것처럼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현실이면 또 어쩌겠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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