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인터뷰 사진

김고은 인터뷰 사진 ⓒ BH 엔터테인먼트

 
"감독님께서 내게 그냥 (이유없이) 제안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배우 김고은이 데뷔작 <은교>를 함께했던 정지우 감독과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은교>를 통해 김고은은 당시 여러 영화제 신인여우상을 휩쓸고 단숨에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정지우 감독 역시 그 해 부일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오랜 만에 조우한 두 사람의 작품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오는 28일 개봉 예정인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김고은은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 미수 역을 맡아 밀도 있는 연기를 펼쳤다. 극 중에서 미수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제과점을 운영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가게에 들어온 현우(정해인)와 사랑에 빠진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매년 '멜로 영화를 찍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며 "데뷔 7년 만에 꿈을 이뤘다"고 기뻐했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무엇보다 정지우 감독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지난 6년간 정지우 감독님은 한 번도 내게 캐스팅을 제안한 적이 없었다. 감독님이 이 인물을 잘 표현할 자신이 있다고 얘기했고, 그래서 나는 고민하지 않고 '그럼 하겠다'고 얘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절대 말을 허투루 뱉지는 않는 분이다. 저한테 제안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그래서 믿음이 있었다."

영화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현우와 미수의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을 그린다. 극 중에는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부터 PC통신, 폴더폰 등 추억을 자극하는 아날로그 소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1991년생 김고은은 90년대 감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을까. 

"1994년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다. 그런데 94년도의 느낌이 유지됐던 시기가 몇 년 더 있었고 그 시대를 나도 경험했다. 영화에 나온 컴퓨터는 내가 어릴 적에 사용했던 모델이고, 휴대폰이 없었던 시절을 나도 살았다. 친구들이랑 만나기 위해 집 전화로 약속을 잡았고 약속 장소에서도 기약 없이 기다린 적도 있다. 때문에 크게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나오고 여러 가지가 발달해, (영화 속 상황이)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시대에는 우리 모두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으니까."
 
 김고은 인터뷰 사진

김고은 인터뷰 사진 ⓒ BH 엔터테인먼트

 
<음악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잔잔한 라디오 사연같은 전개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김고은 역시 이 시나리오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이야기가 다이내믹 하게 전개되는 건 아니지만, 두 인물의 고민이나 내면의 갈등, 그리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일상적이었고 보면서 많이 공감했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극 중에서 정해인과의 현실적이고 달달한 멜로 연기는 영화에 활력을 더했다. 김고은은 정해인과의 호흡에 대해 "짧게 만났지만 <도깨비>에서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때부터 친근함을 느꼈다"며 "연기 파트너로 만났을 때,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호흡이 안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정해인 역시) 그런 상대였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깊었다. 어려운 장면들이나 (촬영 중에)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도 서로 믿고 잘 넘길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데뷔 때부터 함께한 만큼, 정지우 감독은 김고은에게도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었다. 김고은은 <음악앨범> 작업 이전에도 정지우 감독을 종종 만나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고백했다.

"고민이 있거나 힘들 때 (주변에)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이다. 친구들이나 가족한테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로 이야기하는 건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혼자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지우 감독님은 저를 데뷔시켜준 분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정리되지 않은 고민을 얘기할 수 있는 상대인 것 같다. 1년에 한 번씩은 만났던 것 같다. 고민은 그때마다 달랐지만 내 상태와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털어놨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은교> 촬영 때는 감독님이 저를 이끌어 줬다면, 이번에는 감독님께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7년 동안 김고은은 아무것도 모르던 신인 배우에서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다시 만난 정지우 감독과의 작업은 그에게도 설레는 일이었지만, 한편 더욱 긴장되는 일이기도 했다고. 자신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 준 정지우 감독을 실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라서 편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두 번째로 작품을 함께 한다는 게 오히려 더 긴장되기도 했다. 감독님에 대한 이해도는 훨씬 높아졌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의 폭도 넓어졌지만, 그만큼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임했다."
 
 김고은 인터뷰 사진

김고은 인터뷰 사진 ⓒ BH 엔터테인먼트

 
김고은은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킹: 영원의 군주>에도 출연을 확정했다. 지난 2017년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도깨비>에 이어, 또 한 번 김은숙 작가와 손을 맞잡은 것. 그는 "다시 불러주신다는 건 좋게 봐주셨다는 거니까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라며 "이번에도 실수하지 않고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음악앨범> 속 미수는 IMF 위기 속에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한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초라한 스스로에게 좌절하기도 한다. 올해 데뷔 8년 차, 스물아홉을 맞은 김고은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을까. 그는 아쉬운 기억은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신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간에 많이 깨져보자'라는 생각으로 용기 있게 여러 작품을 선택했다. 좋은 선배님들과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뛰어들었던 것 같다. 내년에 서른이 되는데 돌아보면 당연히 아쉽기도 하다.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도 이런 시행착오들을 거쳤다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기할 시간들 속에 다 묻어있고 이 시간들을 통해서 분명히 성장했을 것이다. 매 작품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게 지금 배우로서 가장 큰 목표다."
김고은 유열의음악앨범 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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