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 Netflix


지난 7월 24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게 50억 달러(한화 약 6조 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이하 'CA')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몰래 수집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대한 페이스북의 관리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 일로 CA는 문을 닫았다. 

페이스북 사례뿐 아니라,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끝없이 터져나왔다. 이젠 무딜대로 무뎌져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건은 들여다보면 들여다볼 수록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명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 유출 사건'으로 알려진 이 일은, 주지했듯 2016년 미국 대선이 가장 큰 관련 이슈이지만 나아가 전 세계 수많은 주요 선거들까지 얽혀 있다. 그리고 결국 우리 자신으로 귀결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개인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정치적 무기'로 쓰였던 것이다. 물론 SNS에 나의 개인정보를 올린 이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쓰일지 판단하는 이도 나 자신이어야만 한다. CA는 내 개인정보와 연결된 다른 이들의 개인정보까지 취합한 것도 모자라, 그걸 정치적 선전에 이용했다.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정보 유출 사건 다큐멘터리

페이스북이 사상 최대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얼마 후 넷플릭스에 <거대한 해킹>이라는 제목의 관련 다큐멘터리가 올라왔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스캔들과 관련된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사건 자체는 우리와 멀다면 멀 수 있지만, 사건 이면의 진짜 이야기는 우리와 매우 가까울 것이 분명하다. 

다큐멘터리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따라간다. 스캔들 자체는 CA의 전 직원 크리스토퍼 와일리의 폭로로 시작되었지만, 다큐멘터리는 또 다른 내부고발자인 브리트니 카이저의 시점을 주요하게 다룬다. 그녀는 CA의 핵심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마케팅과 홍보를 넘어서 선거에 '개입'하는 일을 한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알렉산드르 코간이 '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이름의 성격 퀴즈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CA에게 넘긴 데서 시작한다. CA는 이 앱을 이용해 27여 만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결된 수많은 '친구'들의 개인정보까지 취합, 8700만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CA는 그 페이스북 앱을 기반으로 수많은 개인정보들을 이용하여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트를 당선시키기 위해 정치적 선동을 서슴지 않는다. 선거를 하면 어느 후보자나 자신을 띄우고 상대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못해 안달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법적으로' 취합한 개인정보이고 정치적 '테러'와 다름 없는 활동에 활용되는 등 그 자체가 '무기'와 다름 아닌 게 되어 버리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 Netflix

 
이 사건에서 2016년 미국 대선이 뒷전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CA의 교묘한 수법과 페이스북에 부과된 거대한 벌금 등 때문일 것이다. 선거 이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댓글부대에 의한 사이버 여론 조작 의혹들, 이번엔 그 규모와 수법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나아가 다분히 가해자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고자 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이 다큐멘터리는 2016년 미국 대선 조작 의혹이나 페이스북-CA 정보 유출 사건보다 그로 인해 피해를 당한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는다. 정작 이 작품에서 그들을 볼 순 없지만, SNS상엔 이미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다. 다만 앞의 사건들이 너무나도 컸기에 부각시킬 수밖에 없었고, 다큐멘터리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맨 앞과 맨 뒤 정도에만 할당했다. 그게 핵심이다.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개인정보로 누군가가 무슨 짓을 하든 내가 알 도리가 마땅치 않다. 그런 와중에 영화 <인셉션>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생각이 바뀌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 상엔 나의 데이터가 널려 있을 테고, 그걸 바탕으로 나를 분석하고 규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테며 티 나지 않게 나의 생각을 바꾸는 것 또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한편, CA의 실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CA는 2016년 미국 대선뿐만 아니라, 대표적으로 브렉시트 캠페인에서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에게 여론조사 데이터를 제공했다. 나아가 트리니나드 토바고, 말레이시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케냐, 가나 등에서 방대한 데이터로 선거에 개입했다. CA의 본사 SCL은 본래 민간 군사업체였다고 한다. 그들은 다국적 군부대와 함께 일하며 심리전을 담당했다. 총성 없는 전쟁의 최전방에 있었던 것이다. 그때 그 기술을 가져와 선거에 개입했다. 이른바 핵 무기보다 무섭다는 데이터 무기를 가지고 말이다.  

핵 무기보다 무서운 데이터 무기

빅테이터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부각되는 핵심 개념인데, '우리의 삶을 한없이 윤택하고 편리하게 해준다'는 긍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것이 올바르게 쓰지 않을 때 어떤 폐해를 불러오는지에 대해서도 주도면밀하게 분석해왔다. 또한 이는 '무기'가 되어 우리 삶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에서 파괴의 주범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거대한 해킹>에선 이것이 정치적 선동의 수단으로 쓰였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다루지만, 데이터는 불평등을 확대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기까지 한다. 개인, 집단, 회사, 국가, 체제를 아우르고 넘어 전 세계를 해킹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 개인정보 하나일 뿐인데 하는 생각은, 모든 게 연결된 이 빅데이터 사회에선 통하지 않고 통해선 안 될 생각이다. 

CA의 전 직원이 또 다른 데이터 분석업체를 차려 2020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 선거 캠페인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자체로 불법일 건 없지만, 데이터에 대한 경각심엔 끝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요동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데이터가 점점 더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무섭고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예측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잘 알지 못하기에 이 말밖에 더 할 도리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데이터를 지켜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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