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리 선수 지난 15일, 경기 전 레일리 투수가 어린 학생들을 위해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

▲ 레일리 선수지난 15일, 경기 전 레일리 투수가 어린 학생들을 위해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저리 열심히 떤지는데 느그들은 머하노'

어떻게든 7회초까지 2점으로 막았다. 경기를 같이 본 친구는 참다 참은 분노를 쏟아냈다. 야구장 티켓이 생겼으니 징검다리 연휴에 놀러 오라는 '영업'(?)에 내려온 부산. 초저녁부터 부산의 상징인 소주 한 잔에 회 한 접시가 간절했지만 몰입한 친구에게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럴 만 한 것이 롯데의 1선발 브룩스 레일리(31)의 등판 경기였다.

적어도 패전의 멍에는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팔짱만 낀 채 사직 경기장만 주시하고 있었다. 다행이 윌슨이 적시타를 쳐 힘 빠져가는 응원에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점수는 2-1. 2아웃에 타석에는 서울에서 이직한 민병헌. 2아웃 3볼 2스트라이크 1루. 투수 서폴드와 실갱이 끝에 볼넷으로 1루로 출루했다. 다음 타석은 채태인. 초구에 배트를 힘차게 돌렸다. 하지만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로 1점 추격에 만족 해야했다.

이후 타선은 친구의 소원대로 점수를 뽑아 주지 못하였다. 결국 8회초까지 91개 투구로 다시 패전의 멍에를 써야했고 패전은 11로 늘어났다. 9회말까지 경기를 지켜본 친구와 나는 장탄식을 내뱉으면서 사직 구장을 빠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머리 속에서 '과연 레일리 투수는 재계약을 할 만한 투수인가 아닌가'를 생각했다.
 
내년 시즌에도 그와 함께 해야 하는 이유
 
1) 시즌 내내 제대로 지원 받지 못 한 점수
 
레일리 투수의 평균자책점과 득점 지원 레일리 투수는 올 시즌 평균 자책점과 득점지원의 차이가 거의 '0'이었다. 아무리 그가 잘 던져도 승수 올리기가 힘든 이유다.

▲ 레일리 투수의 평균자책점과 득점 지원레일리 투수는 올 시즌 평균 자책점과 득점지원의 차이가 거의 '0'이었다. 아무리 그가 잘 던져도 승수 올리기가 힘든 이유다.ⓒ 장정환

 
실제 지난 16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충분히 잘 던졌지만 타자들이 지원한 점수는 1점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그는 얼마나 올 시즌 복이 없을까. 멀리 볼 것 없이 서울로 이직한 린드블럼과 대조해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 그는 24경기 출장 19승이라는 경이적인 승수를 쌓았다. 빼어난 투구를 보여주었으니 19승을 올렸지만 등판했을 때 전광판에 지원받은 점수는 8.01이다. 그의 자책점과 비교해 보면 마진이 어마어마한 것.

반대로 린드블럼의 전직장 동료 레일리가 등판한 날 전광판에 팬들이 구경한 평균 점수는 3.84점이다. 평균자책점과 득점 지원 마진을 살펴보면 거의 0에 수렴한다. 극단적으로 부실한 득점 지원 때문에 승수 쌓기가 시즌 내내 '기적'에 가까웠다. 실제로 최근 동료들의 실수가 나오면 굳어지는 표정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 예상보다 좋은 탈삼진 능력과 땅볼 유도 능력
 
레일리의 세부 투구 기록 레일리는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탈삼진 능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 밖에 땅볼 유도 능력도 상당히 좋다.

▲ 레일리의 세부 투구 기록레일리는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탈삼진 능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 밖에 땅볼 유도 능력도 상당히 좋다.ⓒ 장정환

 
사실 레일리의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은 145km/h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팬들이 타자를 맞춰 잡는 능력은 좋지만 삼진을 잡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예상대로 그가 타자들에게 뺏어 낸 땅볼 숫자가 198개로 리그 3위, 내야 타구 비중은 리그 6위다. 여기까지는 팬들도 어느정도 짐작 가능한 숫자. 하지만 레일리는 탈삼진도 잘 뽑아내는 투수다. 그가 기록한 삼진 숫자는 118개로 리그 5위. 이는 위급할 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위기 탈출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또 하나 레일리가 괜찮은 투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는 이닝 소화 능력. 레일리는 154.2이닝으로 리그 6위다. 25경기 등판을 감안 했을 때 적어도 6~7이닝은 책임 졌고 퀄리티 스타트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성공률은 68%로 7위다. 현실적으로 두 자리 승수는 요원하지만 내용을 놓고 보면 경쟁력 있는 투수이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필요한 금액 상한제가 내년 시즌도 적용한다면 구단에서 최선책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으로 선택 할 수 있는 투수이다.
 
그와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하려면 해결해야 할 것들

 1) 그가 남기는 주자의 수
 
레일리가 허용한 이닝당 타자 출루(whip)와 남긴 주자 레일리는 괜찮은 투수지만 타자를 자주 출루시켰다는 것은 옥에 티. 그리고 구원 투수에게 본인 책임 주자 역시 꽤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 레일리가 허용한 이닝당 타자 출루(whip)와 남긴 주자레일리는 괜찮은 투수지만 타자를 자주 출루시켰다는 것은 옥에 티. 그리고 구원 투수에게 본인 책임 주자 역시 꽤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장정환

 
레일리가 가지고 있는 꺼림직한 기록 중 하나는 마운드에서 내려 왔을 때 남겨놓은 주자의 숫자다. 레일리가 구원투수들에게 남겨놓고 간 주자들은 지금까지 20명이다. (2018시즌은 22명) 이는 외국인 투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즉, 구원 투수가 등판 했을 때 레일리 투수가 남긴 주자들을 달고 던질 기회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 확실히 레일리는 빈약한 득점 지원과 허술한 수비를 등에 지고 허허벌판에서 자신을 믿고 던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내용이 좋은 투구를 했어도 주자를 자주 내보내거나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온 점은 불안하다.

그리고 레일리의 whip (이닝당 주자 출루율)은 1.39로 리그 18위다. 레일리보다 한 이닝당 주자를 많이 내 보내는 외국인 투수는 KIA의 윌랜드, 터너(1.57), 한화의 채드벨 셋이다. 아래 표를 보면 레일리가 외국인 투수들 중에서 꽤 많은 주자를 이닝당 내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편식을 고쳐야 한다
 
레일리의 최근 4년간 우타자 성적과 대전 팀의 라인업 레일리는 특유의 투구폼 때문에 좌타자에게 재앙이었지만 우타자는 그렇지 못 했다. 특히 최근 3경기의 상대팀 라인업을 보면 극단적으로 우타자를 집중 배치 해 레일리를 괴롭혔다.

▲ 레일리의 최근 4년간 우타자 성적과 대전 팀의 라인업레일리는 특유의 투구폼 때문에 좌타자에게 재앙이었지만 우타자는 그렇지 못 했다. 특히 최근 3경기의 상대팀 라인업을 보면 극단적으로 우타자를 집중 배치 해 레일리를 괴롭혔다.ⓒ 장정환

 
레일리가 재계약에 성공하기 위해 지금부터 관리해야 할 부분은 좌, 우 타자의 성적 편차다. 아래의 표를 보면 레일리가 좌우 편향이 상당히 심한 편임을 알 수 있다. 지난 올 시즌을 포함한 4년간 성적을 살펴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좌타자는 상당히 억제를 잘 한 반면 우타자는 올 시즌을 제외하고 피안타율이 3할이 넘었다. 

이 때문에 상대팀도 이를 알고 레일리가 나올 때 표적 라인업을 가동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실제 최근 그가 등판한 3경기를 살펴보면 상대팀이 좌타자 한 두 명을 제외하고 전원 우타자를 선발 출장시켰다. 다행이 이 3경기 모두 순식간에 그가 무너지지 않았지만 (필자가 보러 간 한화와의 사직 경기는 2실점 패전 투수였다.) 이 부분을 최대한 개선하지 못 한다면 재계약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
 
 그에게 놓인 재계약과 결별 사이

롯데는 올 시즌 내내 시끄러웠다. 감독은 1년도 못 채우고 단명했고 단장까지 공석이다. 공필성 감독 대행이 어떻게든 추스리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 하지만 외부에서 보아도 의욕이 사라진 듯한 플레이를 하는 느낌은 누구나 쉽게 받는다.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주고 있는 레일리 투수가 팬들에게 칭찬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올 시즌만 야구를 하지는 않는다. 롯데는 내년 시즌에도 야구를 해야 한다. 당연히 신중하게 외국인 선수에 대해 접근 해야 한다. 레일리 투수가 보여주는 성적에 비해 훨씬 잘 해주고 있지만 남은 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에 따라 재계약이냐 결별이냐 결정 나는 것은 사실이다.

분명히 그는 괜찮은 투수다. 하지만 일부 기록은 타 팀의 외국인 투수와 비교 해 보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짐을 보여준다. 물론 팬들의 심정으로는 재계약이 맞다. 하지만 그가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하고 싶다면 몇 가지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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