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시 빌리 아일리시의 첫 정규 앨범 <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

▲ 빌리 아일리시빌리 아일리시의 첫 정규 앨범 <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마침내 빌리 아일리쉬가 역사를 썼다. 19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던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Old Town Road'(Feat. 빌리 레이 사이러스)를 제치고,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 2001년생인 빌리 아일리시는, 2000년 이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최연소의 뮤지션으로 기록되었다. 카우보이의 노래 'Old Town Road'와 'Bad Guy'는 서로 판이한 성향의 음악이지만, '신드롬'이라 할 만한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Bad Guy'는 결코 차트 친화적인 음악이 아니다. '나는 나쁜 남자야'(I'm the bad guy')라고 반복되는, 쉽게 주제 의식을 찾기 어려운 가사, 조용히 읊조리는 듯한 창법,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스 리프 등. 지금까지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곡 중에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 곡은 '대중성'과 '중독성'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천편일률적인 발라드로 가득한 한국의 음원 차트에서도 높은 순위에 올랐다. 빌리 아일리시의 다른 음악들 역시 일반적인 리스너의 예상에서 빗나나기는 마찬가지다. 다양한 장르의 결합, 악기의 조합에 능한 프로듀서 피네스 오코넬(빌리 아일리시의 친 오빠)의 역할도 컸다.
 
'21세기의 너바나' , '21세기의 빌리 아일리시'
   
빌리 아일리시 빌리 아일리시의 'when the party's over' 뮤직비디오 중.

▲ 빌리 아일리시빌리 아일리시의 'when the party's over' 뮤직비디오 중.ⓒ 뮤직비디오 갈무리


 

빌리 아일리시의 정서는 '자기혐오'와 '불안', '우울' 등으로 설명된다. 'Bellyache'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싸이코패스의 심리를 노래했고, 'Bury A Friend'에서는 자신의 내면 속을 '침대 밑에 사는 괴물'로 비유했다. 전형성과 거리가 먼 표현 방식은 그녀의 우상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빌리 아일리시의 외향적인 모습은 펑퍼짐한 옷, 흐릿한 눈빛, 무대 위에서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듯한 동작 등으로 설명된다. 팝스타라기보다는, 록스타의 애티튜드에 가깝다. 뮤직비디오 역시 많은 사람의 의표를 찌를 수 있는 것이었다. 'When The Party's Over'에서는 하염없이 검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you should see me in a crown'에서는 살아있는 거미를 얼굴에 올려놓기도 한다. 그녀는 단순히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충격적인 표현과 제재를 선택하지 않는다. 내면을 묘사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을 선택한 것.

빌리 아일리시는 'Ocean Eyes'를 발표한 이후, 늘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현재의 빌리 아일리시는 팝계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콘 중 하나가 되었다. 'Bad Guy'가 실린 첫 정규 앨범 <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는 발표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었고, 첫 주에 3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샘 스미스(Sam Smith) 같은 팝 뮤지션은 물론, 톰 요크(Thom Yorke)와 데이브 그롤(Dave Grohl) 같은 록의 거장들 역시 그녀에게 열광한다. 심지어 데이브 그롤은 그녀를 자신이 속해 있었던 너바나(Nirvana)에 비유하며 극찬했다. 심지어 '빌리 아일리시 같은 뮤지션을 볼 때, 나는 로큰롤이 죽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극찬을 할 정도였다.
 
빌리 아일리시 현상은 그녀가 다른 뮤지션으로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음에 기인한다.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부지런히 자신만의 조합법을 만들어 낸 결과다. 지난 4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가장 광적인 반응을 몰고 온 뮤지션은 아리아나 그란데나 블랙핑크도, 차일디시 감비노도 아닌 빌리 아일리시였다. 첫 곡 'bad guy'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모든 곡을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인기 뮤지션의 공연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자기 혐오와 우울로 점철된 음악을 유행가로 만들었다. 그녀는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바깥으로 끄집어낸다. 마이너한 것을 무엇보다 메이저한 것으로 만든 것이다. 그녀를 현세대의 대표 뮤지션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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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일곱. http://blog.naver.com/2hyun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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