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스티븐 킹

작가 스티븐 킹 ⓒ Wikimedia Commons

 
2019년, 두 편의 공포영화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7년 개봉해 전 세계 호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그것>의 후속편 <그것: 두 번째 이야기>와 스탠리 큐브릭의 전설적인 공포영화 <샤이닝>의 뒷이야기를 다룬 <닥터 슬립>이 그것이다. 두 영화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주로 공포/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는 스티븐 킹은 세계적으로 3억 5천만 부 이상의 소설이 팔릴 만큼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이자 순수문학계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약 50편의 장편과 200편의 단편을 발표한 스티븐 킹은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드라마화 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의 개봉에 앞서 스티븐 킹의 작품에 대한 기사를 3번에 걸쳐 내보내고자 한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스티븐 킹의 잘 알려진 공포 영화들을, 두 번째 기사에서는 숨겨진 보석 같은 영화들을, 세 번째 기사에서는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놓치면 후회할 스티븐 킹 원작의 잘 알려진 공포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스트>(2007)
 
 <미스트> 스틸컷

<미스트> 스틸컷 ⓒ 청어람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을 통해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그의 세 번째 스티븐 킹 원작 작품으로 <미스트>를 택하였다. 스티븐 킹 스스로가 종교와 인간을 주제에 두고 쓴 이 작품은 평화로운 한 마을에 안개가 끼면서 시작된다. 마트 안으로 한 노인이 피를 흘리며 들어오고 그는 안개 안에 무언가 있다고 말한다. 마트 밖은 안개로 보이지 않고 한 예언가는 마트 밖으로 나가면 다 죽을 것이라 말한다.
 
<미스트>는 스티븐 킹의 인문학적 면모와 이를 작품에 표현할 줄 아는 프랭크 다라본트의 절묘한 조합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킹은 안개를 통해 보이지 않는, 그리고 닥치지 않은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이런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종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존 킹의 작품이 공포를 유발하는 장면에 초점을 둔 반면 다라본트 감독은 괴생명체와 인간의 사투를 그려냄과 동시에 이런 작품의 주제의식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는 스티븐 킹이라는 인기 작가의 작품이 지닌 오락적인 요소보다는 작품이 지닌 방향성에 초점을 두며 두고두고 회자가 될 공포영화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결말은 두려움과 공포가 어떻게 인간을 무너뜨리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강렬한 충격을 전해준다.

<캐리>(2013)
 
 <캐리> 스틸컷

<캐리> 스틸컷 ⓒ Red Bank Films

  
<스카페이스>, <칼리토>, <드레스드 투 킬>을 통해 범죄 스릴러 장르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캐리>를 통해 무명의 서러움을 이겨내고 이름을 알리게 된다. 초능력을 가지게 된 한 소녀의 섬세한 심리를 그려낸 이 작품은 공포영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돼지 피를 뒤집어쓰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이다. 병적일 만큼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 때문에 억압된 삶을 살아가는 캐리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한다.
 
그런 캐리에게 초능력이 생기게 되고 캐리를 불쌍하게 여긴 한 친구는 그녀를 학교 파티에 초대한다. 하지만 캐리를 엿 먹일 계획을 세운 무리에 의해 캐리는 돼지 피를 뒤집어쓰게 되고 이에 분노해 초능력으로 파티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생리가 뭔지도 몰라 몸에서 흐르는 피에 울부짖는 캐리와 그런 캐리를 향해 생리대를 던지며 비웃는 친구들의 모습은 가정에서도 그리고 학교에서도 그저 고통뿐인 캐리의 삶을 보여준다.
 
피와 눈물, 그리고 비명으로 뒤범벅인 이 영화는 그 강렬한 색채와 사운드 못지않게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시선을 끈다.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을 찾지 못하는 캐리의 모습은 그녀의 심적인 괴로움을 그대로 전하면서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견디기 힘든 무거운 심리적인 두려움을 선사한다.

<미져리>(1990)
 
 <미져리> 스틸컷

<미져리> 스틸컷 ⓒ Castle Rock Entertainment

  
요즘도 예능이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집착이 심한 사람을 비유하는 단어 중 하나가 '미져리'이다. 다채로운 연기로 사랑받은 배우 캐시 베이츠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미져리>는 집착이 지닌 광기를 강렬하게 표현해낸 영화이다. '미져리'란 제목에 순애보적인 여인을 등장시킨 소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폴은 순수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미져리를 죽이는 결말로 작품을 끝을 맺는다.
 
산속 호텔을 향하다 사고를 당한 폴은 간호사 출신의 애니라는 여성에게 구조된다. 애니는 심하게 다쳐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폴을 극진히 간호한다. 눈보라로 구조요청도 할 수 없는 폴은 '미져리'의 팬인 애니의 간호로 건강을 회복해 나간다. 하지만 '미져리'의 결말에 실망한 애니는 분노를 터뜨리고 폴에게 다시 결말을 내라 강요한다. 애니의 광기를 목격한 폴은 그녀가 정신이상자이며 과거 영아 연쇄 살인범임을 알게 된다.
 
<미져리>는 소설의 순애보적인 여주인공과 상반된 집착과 광기를 지닌 여인을 등장시키며 극적인 긴장감을 전한다. 특히 사고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폴이 애니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애를 쓰는 장면 하나하나와 폴의 행방을 조사하는 보안관 버스터가 애니의 정체에 점점 다가가는 전개는 서스펜스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것>(2017)
 
 <그것> 스틸컷

<그것>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미스트> 이후 스티븐 킹 원작의 공포영화 중 관객이나 평단에게 주목받은 영화는 드물었다. TV영화 <피의 피에로>로 선보인 적 있는 '그것(It)'이 <그것>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영화화 된다는 소식은 당시에는 긍정보단 부정의 시선이 강했다. 광대공포증이 주가 된 작품의 공포가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1탄을 어린 아이들로, 2탄을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로 구성한 이 작품은 신선한 공포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살인사건과 실종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 마을 데리를 배경으로 개인의 내면이 지닌 가장 두려운 존재로 등장하는 '그것'과 일곱 아이들이 뭉친 '루저 군단'의 대결을 그린 이 작품은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를 뽐내는 루저 군단의 매력과 세련된 공포 장면을 통해 오컬트와 좀비호러가 주가 되었던 미국 공포영화계에 색다른 바람을 불어넣었다. 가장 염려가 되었던 광대공포증 역시 성인관객도 두려움을 느낄 있게 강도가 올라가면서 공포의 질감을 더했다.
 
특히 주인공 빌의 동생 조지가 비 오는 날 종이배를 띄우고 놀다 하수구에서 '그것'에게 납치당하는 장면은 독특한 서스펜스를 유발해내며 색다른 공포를 선사하는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광대공포증을 내세운 작품들이 우스꽝스러운 느낌과 기괴한 호러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탄탄한 드라마와 세련된 긴장감을 선보인 <그것>은 후속편 <그것: 두 번째 이야기>로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샤이닝>(1980)
 
 <샤이닝> 스틸컷

<샤이닝> 스틸컷 ⓒ Warner Bros.

  
스티븐 킹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그래서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제작한 <샤이닝>은 아쉽게도 관객들은 스티븐 킹보다 스탠리 큐브릭의 손을 들어준 영화이다. '공포 영화 베스트'를 뽑을 때마다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는 <샤이닝>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인 스탠리 큐브릭의 재능이 공포라는 장르에서 얼마나 뛰어난 '광기'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 보여준 영화라 할 수 있다.
 
극 중 소설가 잭은 작품을 쓰기 위해 가족과 함께 조용한 호텔에 묵게 된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는 '샤이닝' 능력을 지닌 아들 대니는 이 호텔에 있는 음산한 영혼들을 보게 되고 이 영혼들은 잭 역시 불안으로 몰아넣는다. 폭설로 호텔은 고립되고 점차 현실과 환상의 벽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잭은 광기에 휩싸여 미쳐간다. 그리고 그 광기의 대상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다.
 
<샤이닝>은 시각과 심리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 공포영화계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샤이닝 능력으로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대니의 모습과 점점 광기에 휩싸여가는 잭의 모습은 물론 후반부 잭의 폭주하는 광기는 공포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스티븐 킹은 스탠리 큐브릭의 각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현재까지도 추앙받는 최고의 공포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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