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미국 현지시간) 히어로 영화 팬들에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소니와 디즈니 간 진행되던 영화 <스파이더맨> 제작 협상이 결렬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잠시 동안 합류했던 <스파이더맨>은 또다시 마블 스튜디오의 품을 떠나게 되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입 배분율을 둘러싼 소니와 디즈니 측의 의견 차이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을 사랑하던 세계 각지 영화팬들 사이에선 이번 결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소니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마블 코믹스에서 시작된 대표 캐릭터지만 정작 마블이 직접 영화 제작을 할 수 없는 '할리우드판 홍길동'(?) <스파이더맨>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디즈니 + 소니의 협업... <어벤져스> 및 신규 <스파이더맨> 대성공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한 장면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코리아

 
잘 알려진 것처럼 <스파이더맨>은 과거 마블 코믹스의 재정난과 맞물려 영화 판권이 매물로 나오면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 판권을 획득했던 영화사들의 연이은 파산과 온갖 법적 다툼이 겹치던 끝에 1999년 소니 산하 콜럼비아 픽쳐스가 영화화 판권을 영구 보유하는 것으로 재판에서 정리되면서 지리멸렬하던 수년 간의 분쟁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샘 레이미 감독의 3부작 <스파이더맨>, 그리고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소니에 의해 제작된 바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실패로 곤욕을 치른 소니는 결국 디즈니 산하 마블스튜디오에 영화 제작비를 지불하고 MCU에 캐릭터 사용권을 주는 대신 배급권 및 수입의 95%를 가져간다는 계약 조건으로 톰 홀랜드 주연의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탄생시켰다. 그 결과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와 연계된 <스파이더맨 : 홈커밍> <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흥행 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기존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소니와 디즈니는 계약 연장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입 배분율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은 무척 심했던 모양이다.    

비난 받는 소니... 그들도 할 말은 있다?
 
 영화 <베놈>의 한 장면

영화 <베놈>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코리아

 
어려움에 처했던 소니의 위기 탈출에는 분명 마블의 협업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 결과 아이언맨, 닉 퓨리, 해피 호건 등 MCU의 인기 캐릭터들이 소니 제작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가 하면, 반대로 캐릭터 스파이더맨은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등에 합류해 재미와 흥행의 극대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일단 국내외 다수의 팬들은 소니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했더니 보따리 달라고 한다"라는 속담을 인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확실한 기획력과 성과를 내준 마블에 비해 빈약하기 그지 없던 소니의 과거 실적을 감안해 <스파이더맨>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소니로서도 나름의 이유는 존재한다. 디즈니가 수입을 '50대50'의 비율로 나누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기존에 95%를 챙기던 소니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의 부활에 마블의 힘이 컸지만 자신들의 몫을 대폭 내놓아야 한다는 건 기업 입장으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지난해 <베놈>의 등장은 소니로서도 마블 상대로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베놈>은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새 영화를 만든 소니의 작품이다. 비록 작품성에 대해 혹평이 쏟아졌지만 전 세계 8억5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흥행 성공이 이어지다 보니 굳이 MCU에 구애받지 않고 '스파이더맨+베놈' 기반의 소니 측 독자적 시리즈 구축의 여건을 조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사화와는 별도로 진행된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소니에 큰 힘이 되었다. 

'스파이더맨+베놈' 앞세운 소니 vs '스파이더맨' 없는 MCU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한 장면.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첫 선을 보였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한 장면.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첫 선을 보였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소니는 '스파이더맨+베놈'을 양대 축으로 영화 제작을 이어가게 되었지만 기존 이야기에 큰 재미를 더해준 MCU 캐릭터를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당장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 등장했던 온갖 설정은 후속작에서 상당 부분 사용이 어려울 만큼 '대공사' 수준의 이야기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디즈니 및 마블 역시 신규 MCU에선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수 없다 보니 극 중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와의 작별에 이어 인기 캐릭터 부재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양사의 협상 결렬은 향후 전망을 쉽지 않게 만들었다.  

한편으론 소니 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던진 디즈니+마블 또한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10~20%도 아닌 수익의 50%를 요구했다는 건 애초부터 협상 결렬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배경 특성상 <블랙 위도우 > <상치> <이터널스> 등 MCU 차기작에선 앞선 작품들과 달리 스파이더맨을 활용할 여지가 크지 않다 보니 디즈니+마블로선 <스파이더맨>을 다시 소니에 내주더라도 크게 부담이 될 건 없다는 일부 의견도 눈 여겨볼 만하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마블의 대표 캐릭터 <스파이더맨>은 다시 한번 혼돈의 상황에 휩싸였다. 주연 톰 홀랜드와의 잔여 계약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안해 몇몇 히어로 영화팬들은 '스파이더맨 또 리부팅' -> '벤 삼촌 또 죽음' -> 'MJ 혹은 그웬 재출연' 등의 재탕을 우려하기도 한다. 팬들로선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의 앞날을 자본 및 비즈니스 논리가 가로막는 현실이 그저 야속하기만 할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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