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을 연출한 고국진 PD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을 연출한 고국진 PDⓒ 이영광

 
지난 15일 KBS가 광복 74주년을 맞아 방송한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이하 윤동주 콘서트)>이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4달라 아저씨' 이미지로 최근 사랑받는 탤런트 김영철씨와 배우 한혜진씨가 진행을 맡은 이 콘서트는 시 낭송, 노래, 뮤지컬, 다큐를 잘 버무려 색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윤동주 콘서트>를 연출한 고국진 KBS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고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윤동주 시인의 시로 문 열고 닫고자 했다"

-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을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마치신 소회가 궁금합니다.
"일단 사내 반응도 좋았고, 좋은 기사도 많이 나와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방청하러 오신 분들이 '굉장히 뜻깊은 공연을 봤고 공영방송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한 것 같다'라고 말한 걸 들었어요.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광복절에 방송됐기 때문에 특별했다고 생각하고, 또 <윤동주 콘서트>는 다른 방송사가 안 한 아이템이어서 뿌듯했어요."

- 광복절과 윤동주 시인 사이에서는 어떤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해방되기 6개월 전 윤동주 시인이 일본 형무소에서 사망했잖아요. 그리고 윤동주 시인은 나중에 독립운동가로 선정되었죠.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있지만 총 대신 팬으로 독립운동을 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았으니 광복절에 조명받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의 행보를 시간 순서대로 돌아보는 딱딱한 다큐 영상물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이 모두가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노래로 윤동주 시인에 대해 보여주고 들려주면 광복의 의미를 조금 더 깊이 새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했죠."
 
- 콘서트 기획에 관한 구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하늘과 바람, 별과 시>라는 책이 출판됐잖아요. 제작진이 그걸 구매해 시를 다 보고, 가장 유명한 시 외에 알려지지 않은 시 중 괜찮은 것이 뭐가 있을지 찾아봤어요. 그러면서 시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고 언제 쓰였는지, 이 시를 통해 무엇을 알려주고 싶었던 건지 공부하는 게 제일 먼저였어요."
 
- 원래 예능 PD시잖아요.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이 예능 프로그램은 아닌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콘서트나 공연물 제작은 예능국에서 해요. 그래서 공연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노래들로만 구성된 콘서트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와 시낭송, 짧은 드라마 등 많은 것이 들어갔는데, 이건 이번에 처음 해 본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음악 구성하는 것 외에 다큐멘터리 구성도 해야 하고 드라마 대본도 써야 하고 촬영도 나가야 했어요. 장르를 넘나드는 일을 했었죠."

-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막막했을 것 같아요.
"막막했죠. 윤동주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기획했다가 윤동주 시인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부족하다고 느껴지진 않을까, 아니면 설명이 잘못되거나 하진 않을까, 걱정했었어요. 그런데 윤동주 시인 연구하시는 교수님과 충분히 이야기하며 역사적인 부분을 해결했어요. 또 국가기록원에 의뢰해서 정보도 많이 얻고요. 구성할 때 어떤 요소를 이용하면 윤동주 시인의 일생과 그가 남긴 시를 약간 감성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이런 일 했고 이렇게 살았다'로 딱딱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이런 시를 썼을 때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으로 구성했어요. 또 그 구성과 비슷한 가사가 있는 노래 부른 가수가 나와 노래 부르는 식으로, (보는 이들이) 좀 더 윤동주 시인에게 빠져들 수 있도록 감정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 콘서트 초반부는 한혜진씨의 시 낭송으로 시작하던데요.
"고민 많이 했던 부분인데... 보통 오프닝 무대는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는 거라서 PD들 가장 많이 신경 쓰거든요. 검은 천으로 다 닫아놓고 한혜진씨 혼자 올라가서 '별 헤는 밤' 시를 낭독했는데요, (윤동주 시인의) 가장 대표적인 시를 저희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MC가 따뜻하게 낭송 했을 때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왜냐면 '윤동주' 하면 시를 빼놓고서는 이야기가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윤동주 시인의 시로 문을 열고 제일 마지막에 윤동주 시인의 시로 문 닫자고 결정한 거죠."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중 한 장면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중 한 장면ⓒ KBS

 
한혜진, YB, 이적... 출연 흔쾌히 응해 '윤동주 시인이 섭외한 것' 생각도

-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했잖아요. 개인적으론 윤동주 시로 만들어진 노래를 부르지 않은 게 아쉬웠어요. PD님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처음엔 그 생각 했거든요. 윤동주 시인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게 150곡 넘어요. 처음엔 그걸로 준비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윤동주 시인 시는 다 알지만, 그 시로 만들어진 노래는 대부분 모르는 거예요. 모르는 노래를 했을 땐 듣는 사람도 감정이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윤동주 시인 시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 가수 곡으로 선곡하기로 결론을 내린 거죠. 그만큼 대중적이고 시처럼 아름다운 가사가 있는 노래죠.

기본적으로 가수가 노래를 잘 부르고, 노래가 유명하고, 가사가 예쁜 것들이 복합적으로 충족돼야 대중에게 사랑을 받잖아요. 그래서 가수 본인의 노래 중 저희 공연과 어울리는 곡들을 골라 부르는 게 좋겠단 생각했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몰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결정 내렸지만 중간에 포레스텔라 고우림이 부른 '별 헤는 밤'이라든지 윤형주씨가 부른 '윤동주에게 바치는 노래' 등은 윤동주 시인을 위한 추모곡이에요."

- 가수 섭외에 관해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가수 이적씨 같은 경우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에 나온 건 거의 6년 만이거든요. 이제 방송 활동보단 혼자 곡을 작업하고 공연 위주로 활동하시는 분이 되었는데, 섭외하니 그 다음 날 바로 하겠다고 연락 왔어요. YB도 마찬가지고요. 섭외에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보통 '섭외가 반'이라고 해요. 그러나 이건 저희가 한 게 아니라 윤동주 시인이 섭외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윤동주라는 브랜드를 보고 나온 게 아닌가 하죠. 섭외가 어렵고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연락이 와서, 저희는 선곡이나 편곡, 무대 구성에 시간 쓸 시간이 많아지는 등 고민할 시간이 늘어나서 더 좋았죠."

- 진행자로 참여한 분이 배우 김영철-한혜진씨인데, 두 분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일단 김영철 선생님은 공연 진행은 처음이라 저희가 연락드렸을 때 부담스러워 하셨어요. 그러나 연기 대상을 받을 정도로 관록이 있으시고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4달라 아저씨'로 유명하시거든요. 게다가 <동네 한 바퀴>란 KBS 프로그램을 하면서 훈훈하고 따뜻한 이미지가 생겨서 '중년의 윤동주' 혹은 '중년이 생각하는 윤동주'로 MC가 되어서 전달하기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하는 거라 걱정은 하셨어요. 하지만 걱정은 걱정뿐이었고 방송에서 너무 잘해주셔서 다행이었죠.

배우 한혜진씨는 일단 웬만한 아나운서보다 진행을 잘하고 얼굴에 선한 이미지도 있고 역사 인식도 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시 낭송할 때도 그렇고 전달할 때도 그렇고 전달력이 좋은 데다 감성적 표현을 너무 잘해줘서 큰 힘이 됐죠."

"전 세계에 윤동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중간에 객석에서 관객이 마이크 잡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던데요.
"저희가 무대 구성 다 해놓고 다 됐다 싶을 때 생각했던 건, 윤동주라는 분과 그의 시는 무대 위 가수들만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하는 거였어요. 윤동주 시인을 계속 기억하는 국민을 대표해 누군가가 객석에서 조명받으며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윤동주 시인의 숭실고 후배 그리고 일본에 계신 윤동주 시인 사랑하는 팬, 윤동주 시인 조카 같은 분이 나와 이 무대에 대한 소회를 얘기하면 시청자를 대표해 무대 위 올라간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해서 구성했어요. 개인적으로 가수의 무대보다 객석 부분이 좋았어요."

- 프로그램 중 '윤동주 로드'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코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공연의 큰 구성을 짤 때 윤동주 시인의 시작과 끝을 다시 돌아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윤동주 시인이 태어나고 묻힌 곳, 다닌 학교, 살았던 일본의 형무소 혹은 교토 우지강에서의 모습을 한눈에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김영철 선생님이 MC니까 <동네 한바퀴>처럼 돌아보는 느낌으로, '로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윤동주 시인을 돌아보는 걸 시간 순서로 담아보자고 한 거죠.

'윤동주 로드'를 세 개 구성했고 그것에 맞춰서 한 거예요. 윤동주 시인이 태어나고 다시 돌아가고 싶었으나 못 갔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윤형주씨와 민우혁씨가 다뤘고, 연희전문 학교에 다니며 썼던 시들은 청춘이라 생각하고 윤동주 시인의 대학교 후배인 스윗소로우 같은 친구들이 선배를 생각하면서 노래를 불렀어요. 그 다음에 다이나믹 듀오처럼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는 힙합 가수들이 노래도 불렀죠.

마지막 VCR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 윤동주 시인 팬이 굉장히 많거든요. 한국인 시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윤동주 시인 평전을 100편 이상 번역한 사람이 아직도 윤동주 시인 시낭송 모임을 주최한다는 사실이 요즘 분위기를 봤을 땐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깊은 울림을 줄 것 같더라고요."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중 한 장면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중 한 장면ⓒ KBS

 
- 일본에 윤동주 시인 팬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들은 윤동주 시인을 어떤 사람으로 알고 있나요?
"윤동주 시인이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한 뒤 슬퍼하며 참회록에 담았다는 것이나, 생체실험 때문에 사망한 걸 정확히 알고 있어요. 또 한국인이란 이유로 일본에서 핍박받고 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 분들도) 처음엔 몰랐다가 윤동주 시를 접하면서 알게 되는 거예요. 일본의 잘못도 윤동주 시인 통해 알게 되고요. 이걸 여러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자발적으로 시를 번역한 분들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그분들이 왜 윤동주 시인 사랑하는지를 한국 사람도 알길 바랐어요. 일본에도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여러 나라에도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일본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뭔가 우리나라 역사를 제대로 알고 일본이 조금 더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 개인적으로 윤동주 시인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하나 꼽아주세요.
"이번 프로그램 준비하기 전까지는 같았어요. '별 헤는 밤', '서시' 같은 걸 좋아했거든요. 이번에 알게된 것 중에, 개인적으로는 '쉽게 쓰여진 시'라는 게 가장 좋더라고요. 그 작품은 창씨개명을 부끄러워 한 후에 일본 유학중 썼던 시예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독립(운동)이 활발한데 본인은 여기서 늙은 대학교수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고 시가 쉽게 쓰여지는 게 맞는 건지를 되새기는 내용이에요. 이렇게 시가 쉽게 쓰여지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시인이 자기 시에 대해서 부끄럽다고 이야기하는 게 소름 돋았거든요.

몸 던져 독립운동하는 것도 굉장히 대단하고 존경받을 일이지만 내가 독립운동 못 하는 걸 부끄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그에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부끄러워 하는 마음) 없이 일본에 굴종한 부분도 되게 많잖아요.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마음조차도 큰일이라... 제가 그 당시에 있었다면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쉽게 쓰여진 시'가 가장 와닿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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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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