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부르의 우산> 영화 포스터

<쉘부르의 우산> 영화 포스터ⓒ 에스와이코마드

  
1964년 자끄 드미 감독이 연출한 <쉘부르의 우산>이 국내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모든 대사가 노래(레치타티보: 오페라의 창법 중 하나)로 이루어진 매우 실험적인 뮤지컬 영화로, 전 세계적인 흥행은 물론이고 1964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에서 엄마의 우산가게 일을 돕고 있는 열일곱의 쥬느비에브(까뜨린느 드뇌브)는 엄마 몰래 자동차 정비공 기(니노 카스텔누오보)와 연애 중이다. 젊고 아름다운 연인의 다정한 눈빛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함께 가정을 꾸리는 소박하고 행복한 꿈으로 가득하다. 

쥬느비에브의 엄마는 사랑만 믿고 결혼하기엔 그녀가 아직 너무 어리다며 둘의 연애를 반대하지만, 기와 함께라면 엄마와의 관계도 끊을 수 있을 것 같은 쥬느비에브에게 엄마의 반대는 중요하지 않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에스와이코마드

 
진짜 위기는 기가 군에 징집되면서 찾아온다. 알제리(알제리 독립전쟁, 1954~1962)로 2년간 떠나있어야 하는 기와의 이별 후, 쥬느비에브에겐 매일 매일이 고통이다.

기의 아이를 임신한 쥬느비에브는 매일 기의 편지를 기다리지만 그의 편지는 시간이 갈수록 뜸해지고, 엄마는 그가 쥬느비에브를 잊은 것이 틀림없다고, 그녀도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기와 함께 꿈꾸었던 미래도, 그의 얼굴, 그의 존재도 까마득해지고, 지칠 대로 지쳐버린 쥬느비에브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에도 부유한 보석상 롤랑드의 구애를 받아들인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이 왔지만 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슬픔뿐이다. 쥬느비에브는 결혼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그가 술과 여자로 슬픔을 달래는 사이 그를 키워준 이모마저 세상을 떠나 버린다.

이모의 병간호를 해오던 마들렌까지 떠나버리면 이제 그는 완전한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는 마들렌을 붙잡고, 그녀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2년 전, 쥬느브에브와 함께 꿈꾸었던 삶을.

영화를 걸작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에스와이코마드

 
'나는 너 없이는 살 수 없을 거야' 하고 속삭였던 연인의 그토록 뜨겁고 절실했던 사랑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함께 미래를 꿈꾸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나눌 수 없는 과거뿐. 예상치 못한 재회의 순간이 왔을 때, 이들이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전형적이다. 이야기는 평면적이지만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프랑스 음악계의 거장, 미셸 르그랑이 영화 음악을 맡았다)이 사랑에 대한 감성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며 이 영화를 걸작으로 만든다.

첫 장면, 비가 내리는 항구의 모습에서 틸트 다운, 극부감으로 담긴 잿빛 거리 위를 걷는 사람들이 펼치는 다양한 우산들에서부터 의상은 말 할 것도 없고, 거리의 벽화, 세트 미술, 자전거 등등 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의 최상을 영화는 보여준다.

파스텔 톤의 화려한 색들이 과할 정도로 넘쳐나는데도 우리의 눈은 피로를 느끼기는커녕 색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까뜨린느 드뇌브의 눈부신 미모도 물론 빼 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만 이번이 세 번째 개봉(1965년, 1992년, 2019년)이다. 1964년의 색감을 그대로 복원(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다)해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잔잔히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서정적인 음악과 달콤하고도 쓴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상은 8월 22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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