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전장>의 한 장면

영화 <주전장>의 한 장면ⓒ (주)시네마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만든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계 미국인이다. 그는 일본에서 영어 교사를 하던 중 일본 내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걸 본 우익세력이 그를 집요하게 공격·협박하고 나섰다.

그는 1991년 일본군 위안부 김학순 할머니의 사례를 처음 보도한 아사히신문 기자 우에무라 다카시 기자 역시 우익세력으로부터 신변에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일본 우익이 왜 위안부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왜곡하고 역사에서 지우려 하는지 의구심을 갖던 미키 데자키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 대중에게 전하기로 결심한다. 
  
 영화 <주전장> 포스터

영화 <주전장> 포스터ⓒ (주)시네마달


<주전장>은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드나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쟁점을 논리적으로 담아냈다. 위안부 문제 전반에 걸친 맥락과 논란이 되는 쟁점들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그 차이를 줄이고 싶었다는 감독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다각도로 치우침 없이 모두 담았다.

'위안부' 피해자를 돕고 있는 시민단체나 인권단체, 의식 있는 학계 인사만이 아니라 아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강제 동원이나 위안부 자체를 부인하는 정치인, 우익 단체들의 모습도 그대로 담았다.
 
우익들은 국가가 강제동원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피해자들이 매춘으로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는 식으로 매도한다. 영화에는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을 낸 뒤 '나눔의 집' 할머니들로부터 명예훼손 등의 소송을 당한 박유하 세종대 교수도 나온다. 영화에는 "조선의 가부장 사회가 아들과 가족을 위해 딸의 희생을 간과했으며 식민지 조선이 위안부 피해를 낳았다는 부분을 짚고 싶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 담기기도 했다. 

일본은 조직적으로 미성년자인 소녀들을 '군수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 혹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로 속인 뒤 데려가 인권을 짓밞고 인간의 삶을 무너뜨렸다. 이건 심판 받아야 할 국가범죄일 뿐, 그 어떤 말로도 용서될 수 없는 행위다.

영화에 나온 아베 정부의 후원을 받고 있는 한 우익 단체장은 "국가에게 잘못을 지적할 수 없으며 비록 국가의 잘못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국가는 절대 사과해선 안 되고 국가에 사과를 요구해서도 안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일부 양심 있는 법학자나 역사학자, 시민단체들은 어떤 변명과 거짓으로도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인 '위안부' 문제를 가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과 글, 증거 자료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들은 부풀려진 수치화도 경계한다. 그들은 본질인 인권의 문제에 접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어찌하든 일본이 저지른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거나 없는 사실로 만들고 싶어한다. 일본 정부로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정기 집회 1000회차에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이래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2013년 7월 미국 LA 글렌데이 시립공원을 시작으로 7개 주, 캐나다, 호주 시드니, 중화인민공화국, 홍콩 등에 일본의 전쟁 범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반성을 촉구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일본이 감추려는 문제이다 보니 일본의 젊은이들은 '위안부' 문제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은 패전의 역사나 부끄러운 역사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명치 유신 등 자신들이 자랑스러워 할만한 역사적 사실만을 강조해서 가르치고 침략사 등은 교과서를 통해 배운 적이 없다는 말에 놀랐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고 현재의 연장선이다.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만일 부끄러운 범죄의 역사라고 숨기거나 반성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에서 적폐의 뿌리인 친일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아베 정권은 역사를 왜곡하거나 덮으려하지 말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 시작점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배상, 그리고 강제 노동자로 끌려갔던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아닐지.
 
좌우 모두의 목소리를 치우침 없이 담아낸 영화 <주전장>을 좌우나 국적에 상관없이 봐야하는 이유는 인권과 인간에 대한 문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편 24일 오후 2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선 미키 데자키 감독과 함께하는 '다이렉트 토크'도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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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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