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홍형숙 집행위원장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홍형숙 집행위원장 ⓒ DMZ다큐영화제

 
분단과 관련된 작품들과 산업 프로그램인 DMZ인더스트리의 강화.

올해 11회를 맞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영화제 방향은 이렇게 요약된다. 홍형숙 집행위원장의 표현대로 "DMZ(비무장지대)라는 정체성에 주목하고 변화의 바람을 멈추지 않겠다"는 자세와 함께 평화와 생명, 소통의 주제는 선정된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관련기사 : "한국다큐 총집결체 될 것" 11회 맞은 DMZ영화제 '다짐').
 
올해 DMZ영화제가 특히 주목 받는 이유는 홍형숙 집행위원장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첫 행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영화제 개최 직전에 임명돼 준비된 행사를 진행한 것에 불과했다면, 올해는 홍 위원장이 직접 준비한 영화제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올해 상영되는 작품은 46개국 150편으로 근래 들어 가장 많다. 지난해 10회를 맞아 39개국 142편이 상영됐던 것과 비교해 규모가 커졌다. 이전에는 115편 안팎의 영화가 상영된 것과 비교하면 30% 정도 늘어난 것이다.
 
눈에 띄는 작품들은 주로 이념대립과 남북문제에 대한 영화들이다. 남북문제를 담은 영화들은 남북관계가 해빙과 경색을 오가고 있는 시기, 분단의 대치선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지금껏 DMZ영화제를 통해 남북문제와 관련된 작품들이 많이 상영돼왔고, 올해도 그 기조가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대화국면에 접어든 상태에서 DMZ영화제는 남북관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 개막해 첫 회 행사를 치른 평창남북평화영화제와 함께 남북영화 교류에서 필연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파헤치는 <애국자게임2-지록위마>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조작을 파헤친 경순 감독의 <애국자게임2-지록위마>의 한 장면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조작을 파헤친 경순 감독의 <애국자게임2-지록위마>의 한 장면 ⓒ DMZ다큐영화제

   
 북한 송환을 요구하는 김련희씨 이야기를 담은 이승준 감독 <그림자꽃>의 한 장면

북한 송환을 요구하는 김련희씨 이야기를 담은 이승준 감독 <그림자꽃>의 한 장면 ⓒ DMZ다큐영화제

 
이런 고민과 존재감은 올해 선정된 작품에서 엿보인다. 올해 주목되는 상영작을 살펴보면 우선 한국경쟁에 출품된 경순 감독의 <애국자게임2-지록위마>를 들 수 있다. 영화제 홈페이지에는 공개적인 설명이 나와 있지 않지만 <애국자게임2-지록위마>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의 실체를 조명하려는 다큐 감독의 끈질긴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쇼킹 패밀리>와 <레드 마리아1.2> 등을 연출한 경순 감독은 몇 해 전부터 <애국자게임2-지록위마>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조작임을 밝히기 위해 사전 준비작업을 거쳐 2017년 본격 제작에 들어갔다. 이번 DMZ영화제를 통해 공개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승준 감독의 <그림자꽃>은 탈북주민으로 남한에 왔지만 본인의 의도가 아니었다며 북으로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씨에 대한 내용이다.
 
평양에서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다가 지난 2011년 남한에 오게 된 그는 줄곧 평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2015년 여름, 그의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된 후 정부에 공식적으로 송환을 요청했으나 분단의 벽을 넘기는 어려웠다. 2017년 남한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2018년 남북정상회담 성사 이후 그녀의 희망은 최고조에 달하나 여전히 그는 남한에서 2019년을 살아가고 있다.
 
<달팽이별>로 2011년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던 이승준 감독이 21세기에 이산가족이 된 김련희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얀 이야스 감독의 <세트 디자인 너머>

얀 이야스 감독의 <세트 디자인 너머> ⓒ DMZ다큐영화제

 
박영이 김공철 감독이 연출한 <사이사-무지개의 기적>은 재일 조선인학교에 대한 작품이다. 해방 후 재일조선인들이 자체의 힘으로 만든 조선인학교는 1948년, GHQ(연합군총사령부)와 일본정부에 의해 폐쇄령이 내려진다. 전국 각지에서 폐쇄령 반대 투쟁이 일어나고, 4월 24일 고베에서 폐쇄명령철회라는 승리를 얻게 된다.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70년 전과 오늘,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작품이다.
 
최아람 감독의 <부당, 쓰러지지 않는> 역시 재일 조선인학교에 대한 다큐로 1948년 일본정부는 조선학교폐쇄령에 맞서 학교를 지켜낸 지금, 모든 고등학교의 수업료를 무상으로 하는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유일하게 조선학교만 배제시킨 일본 정부에 맞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조선학교의 모습을 담았다.
 
얀 이야스 감독의 <세트 디자인 너머>는 북한의 전 국방위원장 김정일(1942-2011)이 쓴 문학예술 이론서 <영화예술론>(1973년 4월 11일 출판)을 토대로 감독이 가이드투어를 하던 당시 북한에서 직접 촬영한 작품이다. 모든 촬영과 녹음은 철저한 통제와 관리 하에 이루어졌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연극이나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북한을 담고 있다.
 
<평양 유랑>은 8년 동안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이 아마추어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은둔의 왕국'에 사는 북한 사람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작품이다. 감독은 평양과 농촌에서 잔치, 추수, 공장, 노래자랑 등을 촬영하고 북한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산업 기능 강화한 DMZ인더스트리
 
 DMZ인더스트리를 담당하고 있는 조영란 프로듀서

DMZ인더스트리를 담당하고 있는 조영란 프로듀서 ⓒ DMZ다큐영화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DMZ인더스트리에 대한 다큐진영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 모두 나올 정도로 주목도가 크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지원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해, 영화제 측이 DMZ인더스트리를 통해 이를 확장시켰다.
 
최근 인천영상위원회가 주관했던 인천다큐멘터리포트가 내부 사정으로 인해 폐지되면서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천다큐멘터리포트' 기능을 'DMZ영화제'로 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다큐 진영 내부에서는 여러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DMZ다큐영화제 측은 논란에 얽히는 것을 꺼려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산업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는 강하게 나타냈다. DMZ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다큐 감독님들의 개성과 색깔이 강하다 보니 생겨난 일"이라며 "DMZ 인더스트리는 지난해부터 독립영화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준비한 만큼 '지속가능한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위한 산업적 플랫폼 마련'이라는 공통의 목소리를 실현하기 위해 무거운 숙제로 생각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DMZ 인더스트리를 맡고 있는 조영란 프로듀서는 "예상보다 많은 지원이 있었고, 접수기한 연장 요청까지 들어와서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는 1주일간 접수기한을 연장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며 "인천다큐포트 지원작이 그간 어느 정도였는지 잘 모르기에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DMZ영화제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인천다큐멘터리포트의 경우 완성된 영화를 확인할 수 있는 상영 환경이 없었다면, DMZ영화제는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 "영화제가 산업적 기능을 키우는 것은 다른 해외 다큐멘터리영화제와 비교할 때도 성장을 위한 당연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DMZ영화제는 다큐 기획단계부터 제작 중이거나 완성된 작품까지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할 예정인데, 올해는 모두 3억 3천만 원을 지원한다. 프로젝트 단계에서의 공동투자배급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산업적인 역량을 키워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로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겠다는 각오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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