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제주 알렉스(왼쪽)와 전북 문선민(오른쪽)이 경합하고 있다.

2019년 7월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제주 알렉스(왼쪽)와 전북 문선민(오른쪽)이 경합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2선 공격수들이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시즌 K리그1의 '주인공'은 단연 수원 삼성의 애덤 타가트다. 올 시즌 수원의 유니폼을 입은 타가트는 적응기 없이 리그에서만 16골을 넣으며 득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뛰어난 위치 선정과 침착한 마무리로 K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타가트다.

특점왕 타이틀은 3년 연속 외국인 선수(조나탄-말컹-타가트)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2선 자원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울산 현대의 김보경이다. 올해 국내 무대로 복귀한 김보경은 24경기에 나서 10골 6도움을 기록했다. 도우미로서 능력은 여전하고, 이번 시즌에는 뛰어난 결정력까지 선보이며 맹활약하고 있다. 울산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시즌 최우수선수(MVP)는 김보경 차지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리그 1위 전북 현대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문선민도 있다.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전북으로 넘어온 문선민은 '강등권 팀 에이스'에서 '우승권 팀 에이스'로의 격상을 만끽하고 있다. 지난 16일 울산과 경기에서 문선민은 상대 수비를 철저히 부수며 이를 증명했다.

김보경과 문선민이 익숙한 이름이라면 박용지와 조재완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선수들도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먼저 2012년에 데뷔하며 나름 잔뼈가 굵은 박용지는 매 시즌 2% 부족한 모습으로 소속 클럽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상주 상무 소속이 된 후 완전히 달라졌다. 올 시즌에만 26경기에 출장해 9골 3도움으로 12개의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상무 입대 전 2017년 인천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이 커리어하이인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강원FC 김병수 감독 축구의 첨병 조재완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에 데뷔한 조재완은 13경기에 나서 8골 1도움으로 순도 높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치명적인 드리블과 날카로운 킥으로 '강원의 아자르'라는 애칭도 얻었다.

최하위 팀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의 핵 윤일록도 주목할 만한 2선 공격수다. FC 서울 시절 도우미로 이름을 날렸던 윤일록은 올 시즌에는 향상된 골 감각으로 8골을 기록하며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다. K리그 데뷔 이후 국내 무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엮어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윤일록이다.

역대급 2선 자원풀, 벤투의 선택은?

위에 언급한 선수들 모두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이번 시즌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국가대표팀 입성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벤투호의 2선 공격수 자원 풀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일단 부동의 에이스 손흥민이 건재하고,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재성의 입지도 단단하다. SC 프라이부르크의 권창훈과 FC 레드불 잘츠부르크의 황희찬도 선택받는 게 당연해 보이는 선수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상 이후 카타르 무대에서 컨디션을 빠르게 회복 중인 남태희와 언제나 벤투 감독의 레이더망 안에 있는 이승우와 나상호도 발탁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과 정우영도 국가대표로서 자질이 있다. 베테랑 이청용이 부상으로 6일 뒤 있을 명단 발표에 포함될지 미지수임에도 벤투호의 2선 자원은 풍부하다.

오는 26일 발표될 대표팀 명단은 9월부터 시작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지역예선에 대비한 것이다. 월드컵을 향한 진짜 경쟁이 시작되는 중요한 순간이니, 선수들에겐 개인적으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각에선 벤투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 기용 성향을 감안할 때, 예선 시작 시점에 선택을 받으면 본선까지 가는 유리할 지점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올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2선 자원 중 가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인물은 문선민 선수다. 문선민은 이미 벤투 체재 아래에서 중용을 받은 기억이 있다. 대표팀 코치진이 현장에 나온 울산전에서 문선민은 최상의 컨디션을 과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동성 있는 문선민은 2차 예선에서 만날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는데 도움을 줄 매력적인 카드다. 지난 겨울에 있었던 AFC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 한계를 드러낸 문선민의 능력을 지적하며 그를 본선 무대에 데려가지 않았다. 이에 문선민은 전북 이적 후 보다 섬세한 플레이로 좁은 공간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이는 등 대표팀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결국 결정은 벤투 감독의 몫이다. 문선민의 달라진 플레이를 높게 평가할 수도 있고, 이전의 생각을 유지할 수도 있다. 또한 문선민이 아닌 다른 선수가 깜짝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6일 뒤 어떤 K리거 2선 자원이 벤투의 선택을 받을지, 아니면 그 어떤 선수도 벤투 감독 구상에 포함되지 않을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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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차 예선 파울루 벤투 문선민 김보경 K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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