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이 되고 싶다고?>의 포스터.

<무슬림이 되고 싶다고?>의 포스터.ⓒ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조직위원회


'학교 수업을 어쩌다 빼먹고, 가끔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 정도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했던 딸 니나가 어느날 갑자기 엄마 완다의 속을 끓게 한다.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식탁에서 화를 내고, 어딘가에 갈 때는 딸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된다. 딸 니나가 무슬림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오스트리아 영화 <무슬림이 되고 싶다고?(Womit haben wir das verdient?)>는 2019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상영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되었다. 웃음 속에 종교와 성별에 대한 차별의 위기의식이 묻어나는 <무슬림이 되고 싶다고?>는 무신론자 엄마에게 이슬람교로 귀의하겠다며 선언한 딸과의 에피소드를 그려냈다.

어느 날 갑자기 '파티마'가 된 딸

딸 니나가 어느날 갑자기 히잡을 쓰고, 자신의 이름을 '파티마'라고 불러달라고 요구해 엄마 완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하루아침에 뼛속까지 무슬림이 되어버린 딸 니나는 '구텐 탁' 대신 '앗살람 알라이쿰'으로 아침 인사를 하고, '라마단'을 지켜야 한다며 식사를 거절하는 등 주인공 완다를 기절초풍시킨다.

그날부터 완다와 '파티마'의 갈등이 시작된다. 큰 맘을 먹고 딸을 이해해주려 이슬람 사원에 가지만 완다는 더욱 의구심을 멈출 수 없다. 극 중 이맘이 '여성의 생리'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장면을 보며 표정이 일그러지기도 한다.

수영 수업에 가려면 이제부터 전신 수영복인 '부르키니'를 입어야 한다는 말에 마지못해 수영복 가게를 가면서도 가열찬 '디스'를 주고받기도 하고, 화장실에 남자 가족이 들어온다는 것을 거부하려는 파티마와 아침부터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무슬림이 되어버린 딸과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완다와 파티마의 변화 과정 역시 영화에서 주목할 만하다.

드러나는 '종교와 성별 차별', 무겁지 않게 희석했다
 
 <무슬림이 되고 싶다고?>의 스틸컷.

<무슬림이 되고 싶다고?>의 스틸컷.ⓒ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조직위원회

 
영화가 마냥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곳곳에 드러나는 이슬람에 대한 차별은 보는 이들에게 조금은 씁쓸함을 안겨 준다. 앞서 부르키니를 고르면서도 니나는 직원과 손님들의 냉소를 견뎌내야만 했고, 딸을 구하기 위해 완다가 부르카를 쓰고 잠입하려는 장면에서는 경찰의 불심검문과 사람들의 차별적인 발언에 시달리기도 한다.

파티마가 무슬림 친구들과 함께 '더 나은 이슬람교'를 위한 집회를 열었을 때도, 오스트리아의 네셔널리스트들은 '맞불시위'를 열고 '집에 가서 밥이나 해라' 등의 말로 상처를 주곤 한다. 최근 유럽에서도 난민 문제 등으로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극심해지고, 여성 차별 역시 나아진 점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명 코미디 영화의 외견을 갖추고 있지만, 영화 <무슬림이 되고 싶다고?>의 내용은 현재의 유럽 상태를 그대로 풍자한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무슬림을 둘러싼 달갑지 않은 눈초리, 나아가 '아랍인의 종교를 믿을 것을 자처하는 백인'에 대한 시선은 영화를 마냥 웃음으로만 볼 수 없는 영화, 그럼에도 시종일관 터뜨려주는 웃음 덕분에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인 셈이다.

이슬람에 대한 차별의식은 오스트리아를 위시한 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슬람교를 둘러싼 가짜뉴스로 인해 무슬림들이 고통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어느날 내 주변의 한국인이 무슬림이 되겠다고 이야기한다면?' 같은 상상을 해 본다면, 한국에서의 상황이 이 영화보다 덜하리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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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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