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 이어 유벤투스FC의 사령탑에 선임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유벤투스를 이끈 5시즌 동안 한 번도 리그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014-2015 시즌 4강, 2016-2017 시즌 준우승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세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탈락했고 이번 시즌부터 유벤투스의 감독은 알레그리가 아닌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으로 교체됐다.

사실 감독이 자주 바뀌는 팀으로는 사리 감독의 전 소속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FC를 빼놓을 수가 없다. 2000년대 중반 조세 모리뉴 감독이 연속 우승을 견인했을 당시 3시즌 동안 팀을 이끈 이후 첼시는 지난 십수 년 동안 두 시즌 넘게 팀을 이끈 감독이 없다. 거스 히딩크, 콘테, 카를로스 안첼로티 감독 같은 세계적인 명장들은 물론이고 첼시에서 6시즌이나 활약하고 은퇴했던 로베르토 디마테오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어렵게 데려온 사리 감독이 단 한 시즌 만에 다시 이탈리아 무대로 돌아간 것을 지켜 본 첼시는 고민 끝에 아끼고 있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첼시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스타 플레이어 프랭크 램파드를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램파드는 첼시를 이끌고 리그에서 2경기를 치렀지만 램파드 감독이 지도자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첼시 FC의 프랑크 람파드 감독

첼시 FC의 프랑크 람파드 감독ⓒ EPA/연합뉴스

 
첼시 유니폼 입고 14년 동안 211골 넣은 역대급 '미들라이커'

램파드 감독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2001년 첼시로 이적해 파란 유니폼을 입고 무려 14년 동안 활약했던 선수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팀을 조율하는 능력은 물론이고 공격에도 적극 가담해 포지션 대비 최상급의 득점력을 갖춘 미드필더로 유명했다. 첼시를 상징하는 선수라는 의미의 '푸른 심장'과 골 넣는 미드필더라는 의미의 '미들라이커' 모두 램파드라는 선수를 표현하던 수식어로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동시대에 활약했던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디디에 드로그바와의 콤비 플레이는 2000년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기였다. 드로그바가 문전에서 몸싸움을 통해 상대 수비의 시선을 분산시킨 사이 램파드가 침투해 득점을 올리거나 반대로 램파드가 만들어 준 기회를 드로그바가 골로 연결시키는 플레이는 첼시의 가장 핵심적인 득점루트였다. 상대는 첼시의 작전을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램파드는 첼시에서 활약한 14년 동안 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4회, 리그컵 우승 2회를 차지했고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램파드가 첼시 유니폼을 입고 기록했던 211골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은 구단 역대 최다득점 기록으로 남아있다. 2005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는 '외계인'으로 불리던 호나우지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표를 얻기도 했다.

리버풀FC의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와는 오랜 라이벌로 2000년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오랜 기간 경쟁했다. 여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스콜스의 이름을 넣는 축구팬도 있었고 아예 유럽축구 전체로 판을 키워 사비 에르난데스와 사비 알론소를 포함시킨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가지 슬픈 사실은 잉글랜드 국가대표에서는 영국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두 선수의 공존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3-2014 시즌까지 첼시에서 활약하던 램파드는 2014년 신흥강호 맨체스터 시티 FC로 이적했고 2015년 여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의 뉴욕 시티로 자리를 옮겨 커리어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그렇게 램파드는 프리미어리그 통산 609경기 출전과 역대 최초 10시즌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이라는 위대한 기록들을 남긴 채 첼시, 그리고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2라운드까지 20개 구단 중 15위, 어울리지 않는 첼시의 초반 성적

유니폼을 벗은 램파드는 현역 시절 라이벌이었던 스콜스, 제라드 등과 축구전문 프로그램의 패널로 활동하다가 첼시 유스팀의 비공식 코치직을 맡으며 지도자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2부리그 소속의 더비 카운티 FC 감독에 선임돼 더비카운티를 승격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켰다. 지도자로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른 램파드는 지난 7월 유벤투스로 자리를 옮긴 사리 감독의 후임으로 첼시의 새 감독으로 선임됐다.

사실 램파드 감독이 부임했을 때 첼시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소년 선수 영입 및 등록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2019년 여름과 2020년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금지 징계를 받은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팀의 레전드가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구단이 어떤 전력보강도 해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첼시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에당 아자르(레알 마드리드)와 알바로 모라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다비드 루이스(아스날FC)등이 팀을 떠났다.

아직 시즌 개막 후 단 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토트넘 핫스퍼FC를 제치고 리그 3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인 첼시는 이번 시즌 현재 1무 1패로 리그 15위까지 밀려났다. 지난 두 시즌 동안의 임대생활을 마치고 첼시로 돌아온 1999년생 유망주 메이슨 마운트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램파드호의 황태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시즌을 앞두고 워낙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경기마다 선수들의 체력이 너무 빨리 떨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맨유와의 첫 경기에서는 0-4로 완패를 당했지만 원정경기의 불리함과 준비를 잘하고 나온 맨유의 역습을 막지 못했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었다. 하지만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 찬 레스터시티FC와의 홈 개막전에서는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넣고도 체력이 일찍 고갈되면서 전반 중반부터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 동점골을 허용했다. 해리 매과이어(맨유)가 빠진 레스터 시티에 안방에서 이토록 고전한다면 강팀과의 대결은 기대하기 힘들다.
 
 첼시의 엔골로 칸테가 2019년 2월 27일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 FC와 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에서 활약하고 있다.

첼시의 엔골로 칸테ⓒ 연합뉴스/EPA

 
프로미어리그는 오는 가을부터 FA컵과 카라바오컵 등 컵대회 일정이 시작되고 지난 시즌 리그 3위였던 첼시는 유럽 챔피언스리그도 준비해야 한다. 가뜩이나 선수부족으로 시즌 초반부터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첼시에 더욱 버티기 힘든 강행군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과연 '초보 감독' 램파드는 이 난관을 극복하고 첼시를 자신이 현역으로 활약하던 시절의 강팀으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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