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16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알펜시아 컨벤션센터 곳곳에 영화제 홍보 현수막이 걸렸다.

2019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16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알펜시아 컨벤션센터 곳곳에 영화제 홍보 현수막이 걸렸다. ⓒ 박장식

 
평창과 강릉이 영화와 함께하는 닷새의 시간을 보냈다. 강원도에서는 처음 열리는 국제영화제인 제1회 2019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평창군 올림픽 스타디움, 알펜시아 리조트, 강릉시의 신영극장과 강릉 CGV에서 개최되었다.

'남북관계'와 '평화'로 주제를 잡아 개최된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서는 33개국에서 출품한 85개의 작품이 평창, 강릉의 상영관을 채웠다. 남북관계를 그려낸 대중영화인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 <웰컴 투 동막골>은 물론, 사람들의 시선을 끈 여러 단편작품이 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북한' 이야기, 때론 무겁게, 때론 즐겁게

이번 영화제에는 남북관계를 다룬 여러 창작영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며 시네필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최초의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인 <황후 심청>이 상영되고, 제작과정을 담은 특별전이 열려 관람객을 맞이했다. 그런가 하면, 외국인의 눈으로 북한을 본 <마이클 페일린, 북한에 가다> <영광의 평양사절단> 등도 상영되었다.

북한의 영화 역시 영화제에 올랐다. 시얼자티 야하푸, 김현철 감독의 북중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한 상영된 이후 16년 만에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상영된 림창범, 고학림 감독의 로맨스 영화 <봄날의 눈석이>(1985) 등이 상영됐다. 북일합작영화인 림창범 감독의 <새>(1993)는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한국의 시선에서 북한을 바라본 영화도 있었다. 판문점에 에어컨을 수리하러 갔다가 '북측의 실외기'를 수리하러 월북하게 생긴 수리기사의 에피소드를 담은 이태훈 감독의 <판문점 에어컨>, 남북관계를 다룬 세 편의 단편영화가 엮인 옴니버스 <우리 지금 만나> 등이 상영되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VR로 구경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되었다. 조직위는 KT와 함께 '5G 피스풀 존'을 운영하고 싱가포르의 콘텐츠 제작자 아람 판이 VR 콘텐츠로 촬영한 평양 시내 등 북한 곳곳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게끔 했다. 평양뿐만 아니라 기차를 타는 모습, 나선시와 청진시 곳곳의 모습 등이 VR 콘텐츠로 공개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세계적 이슈 고발한 영화들 스크린에 올라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서는 네 편의 영화들이 밤의 대관령을 벽과 천장삼아 야외상영되기도 했다.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서는 네 편의 영화들이 밤의 대관령을 벽과 천장삼아 야외상영되기도 했다. ⓒ 박장식

 
'평화'를 주제로 한 많은 영화도 영화제 현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첨예한 이슈 속에 다뤄지고 있는 종교·인종·성별·전쟁과 난민·테러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슈에 대한 고발이 담긴 영화가 상영되었다.

<스펙트럼> 섹션에서는 팔레스타인 이민자를 둘러싼 인종차별을 담은 <슬램, 분노의 리듬>과 20대 종군기자가 죽음에 이르게 된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그린 애니메이션 <크리스 더 스위스>, 이스라엘에서 테러로 인한 후유증을 겪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단편 <트라우마> 등 5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특히 난민 문제를 다룬 영화는 <POV: 지상의 난민> 섹션으로 분류되어 관객들과 만났다. 센션에는 항해 중 난파된 난민선을 맞닥뜨린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볼프강 피셔 감독의 오스트리아 영화 <스틱스>, 스리랑카 난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M.I.A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마탕기/마야/M.I.A> 등 9편이 관객과 만났다.

여름에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와,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도 상영되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이야기를 다룬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다큐멘터리 <크로싱 비욘드>, 남측의 북한군 포로수용소에서 춤판이 벌어진다는 내용의 <스윙 키즈>, 청각장애인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말 할 수 있는' 비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룬 강원영상위원회 제작지원의 <나는 보리> 등 여러 장단편 영화가 상영관 곳곳을 채웠다.

1회 영화제, 앞으로 가져가야 할 정체성 보여줬다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시상식에서 경쟁부문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성근 영화제 이사장, <별들은 속삭인다>(심사위원상)의 여선화 감독, <은서>(대상)의 박준호 감독, <사회생활>(심사위원상)의 이시대 감독, 방은진 집행위원장, 안스가 포크트 심사위원.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시상식에서 경쟁부문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성근 영화제 이사장, <별들은 속삭인다>(심사위원상)의 여선화 감독, <은서>(대상)의 박준호 감독, <사회생활>(심사위원상)의 이시대 감독, 방은진 집행위원장, 안스가 포크트 심사위원. ⓒ 박장식

 
이번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교통편 운영과 많지 않았던 관객 등의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셔틀버스의 시간이 영화 상영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짜여져 이용하기 불편했고,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이 많지 않아 일부 상영관의 관객 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줬고, 프로그램 역시 훌륭하게 짜여져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특히 프로그램 면에서도 공개된 콘텐츠들이 차기 영화제를 기대하게끔 했다. 개성공단을 주제로 한 전시 프로그램이 부대행사로 운영되는가 하면,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북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또한 대관령의 시원한 밤하늘을 천장 삼아 영화가 야외상영되는 현장도 관람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안겨주었다.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첫 영화제를 하면서 콘텐츠를 채우는 것에 전력을 쏟았다. 아직 자리잡는 단계이다 보니 관객들이 적은 것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오히려 주말보다 월요일에 더 관객들이 많아 점점 사람들에게 인식이 된다는, 차기 대회에서의 가능성을 보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북한에서 영화를 촬영한 감독과의 토크 프로그램이 원래의 (예정된) 시간을 넘겨 진행되기도 했다. 이런 자리를 사람들이 원했구나 싶었다"라며, "북한 영화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민간에서 시도할 수 있는 최대한도까지 시도했다. 앞으로도 매년 '남북'과 '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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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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