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우 인터뷰 사진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는 파렴치한 성폭행범으로, <베테랑>에서는 중고차 매매업 사장으로, <더 킹>에서는 권력형 비리 검사로... 배성우는 작은 역할로도 늘 관객의 시선을 끌고 화면을 장악했던 '신 스틸러' 전문 배우였다.

오는 21일 개봉 예정인 <변신>을 통해 상업영화 첫 주연으로 도약한 배성우는 인간미 넘치는 면모부터 섬뜩한 표정 연기까지 다채로운 모습으로 극을 이끌었다. 조연이든, 주연이든 관객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것.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배성우는 이제 '대세 배우'가 됐다는 칭찬에 쑥스러워 하며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데, 많이 찾아주시면 더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더 치열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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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강구(성동일 분)네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그렸다. 배성우는 강구의 동생이자 구마 사제 중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배성우는 시나리오 초안에서 현재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바뀐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사건 중심의 전개에서 인물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는 방식으로 변하면서 감정적인 면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맡은 중수 캐릭터도 함께 달라져야 했다. 

"(영화가) 사건 중심이 되면 행동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인물, 가족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중수라는 캐릭터도 함께 무거워졌다. 고뇌하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중수의 키워드는 죄책감이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 다른 사람에 대한 죄책감과 회의감. 그 안에서 감정을 잘 구분해서 촬영을 하려고 했다. (감정의) 낙차가 많이 줄어들었으니까. 더 섬세한 연기가 필요했고 조금 더 뜨거워졌던 것 같다." 

극 중에서 '구마 사제'인 배성우는 악마와 대치하는 장면에서 상당한 양의 대사를 라틴어로 소화한다. 어렵지 않았냐는 물음에 "오히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내가 암기력이 좋은 편이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외웠다"고 답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선생님께 라틴어를 배웠는데 실제로 발음을 거의 비슷하게 따라할 정도였다고. 그러나 그는 "너무 그렇게(유창하게) 발음하는 게 오히려 영화에서는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나는 한국 사람인데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말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겠다 싶었다. 라틴어는 네이티브가 없긴 하지만. 그래서 내가 실제로 말한다면 이 정도 발음이 아닐까 하는 수준으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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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배성우는 의외로 '벌레'라는 답을 내놓았다. 기자들이 놀라워하자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벌레를 무서워하는) 유전자를 타고 난 것이다. 어머니가 시골에서 오래 사셨는 데도 벌레를 무서워 하신다"고 해명했다. 평소에도 지인들 사이에서 벌레를 무서워하기로 유명할 정도라는 그는 벌레와의 촬영이 특히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감독님이 CG를 안 쓰겠다고 하셨다. (지네, 쥐랑 촬영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떻게 하나 싶었다. 그 분들을 다루는 팀이 있다. 쥐, 지네를 데려와서 매니지먼트 하는 분들이 촬영이 끝나면 수거해서 데려가시더라. 이틀 정도 오셨는데 정글이 아니라 세트장에 풀어 놓는 것이라 덜 무서웠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 때 자꾸 (내 쪽으로) 오니까. 거기 있어야 하는데... 나중에는 쥐도 익숙해져서 귀여워 보였다. <라따뚜이> 생각도 나고. 그런데 지네는 정말 끝까지 적응이 안 되더라. 담당자분들이 '물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 물릴까 봐 무서운 것 아니냐. 아무튼 존재감이 대단했다."

<변신>에서 배성우는 tvN 드라마 <라이프>, 영화 <안시성> 등 앞서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성동일과 다시 만났다. 영화 말미에 그려지는 두 사람의 형제애는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배성우는 "성동일 선배님과의 관계가 애틋했는데 그런 연기가 새롭게 느껴졌다"며 카메라 밖에서도 서로 호흡을 주고받았던 현장 분위기를 귀띔했다.

"(성동일) 선배님이 우는 연기 하시는 것 (이전에) 많이 봤고 <라이브>에서도 감정을 주고받는 신이 많았는데 이번에 특히나 많았다. 그리고 본인이 카메라에 안 잡힐 때도 저를 위해 감정을 잡아주셨다. 저도 그랬고. 선배님이 그런 부분을 재미있어 하시더라. 카메라가 누굴 잡느냐에 관계없이 연기하니까 정서적인 공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연극할 때 생각난다'는 말씀도 하시고. 나도 짜릿한 부분이 있었다. 선배님의 새로운 얼굴을 본 것 같다."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의 결말을 두고 일각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신파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배성우는 자신만의 '신파론'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관객이 자연스럽게 슬픔을 느끼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신파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만든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라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나는 영화 보고 우는 걸 좋아한다. 나를 울게끔 만드는 영화에서는 감정이 머리로 올라가니까 (눈물이 나지 않는다). 나를 슬프게 하려고 하는구나 싶고. 웃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의도가 보이면 웃음이 나오지 않고 머리로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연극할 때도 그랬다. 항상 가슴으로 봐야지, 머리로 보게 하면 그때부터 (관객은) 구경하게 된다. 신파가 울리는 거라면 세련된 방식으로 관객을 잘 울릴 수 있는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신파'라고 말씀하신다면 본인이 슬픔을 느꼈다기 보다는 (감정이) 머리로 올라온 게 아닌가 싶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기할 때는 자연스럽게, 배우가 우는 것보다 관객이 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변신>은 공포영화이지 관객을 울리려는 영화는 아니지 않나. 성동일 선배님과도 관객이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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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라이브>에서 인간미 넘치는 경찰 오양촌으로 분해 '배성우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들었던 그는 <변신>을 통해서 또 다른 재발견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관객이 찾게 되는, 매력적인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매 작품이 재발견이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그렇다고 연기를 한다는 게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배우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해도 관객이 그 의도를 알게 되면, 가슴으로 그 캐릭터를 받아들이지 못하지 않겠나. 앞으로도 제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 인물에게 결합시키는, 양쪽의 줄타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변신>이 관객들에게도 그런 모양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관객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실 때 배우의 매력 때문에 찾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토리나 캐릭터도 신선해야 (배우의) 매력이 살아날 것이다. 양쪽이 잘 결합되야 하는데, <변신>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으셨으면 한다. 잘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잘 살아야 매력이 생길 것 아니냐. 연기나 캐릭터 분석도 당연히 연마해야하고. 양쪽을 다 잘 가져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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