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선언을 하고 있는 문성근 이사장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선언을 하고 있는 문성근 이사장ⓒ 평창영화제

 
 16일 저녁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식

16일 저녁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식ⓒ 성하훈

 
"우여곡절 많았으나 낙담하지 않고 평화를 절실히 갈망하게 됐다."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이하 평창영화제)가 16일 저녁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막식을 열고 평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문성근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이사장은 개막선언을 통해 손에 손잡고 평화를 실천해 가자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을 향해 보내는 남한 영화인들의 메시지기도 했다.
 
평창영화제가 개막한 16일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비난 입장을 발표했다. 남북관계의 여정이 험난함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평창에 모인 정부와 강원도 관계자, 영화인, 관객들은 한반도의 평화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대세임을 분명히 하며, 영화를 통한 평화의 씨앗을 뿌렸다.
 
개막일에 보여 진 북한의 태도에 아쉬움이 있었으나 이에 대해 서운함을 나타내기보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응대했다. 이제 첫걸음마를 시작했지만 평창영화제는 남북관계의 어려움을 평화로 풀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보여 줬다.
 
개막식에는 이런 의미와 상징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참석한 국내외 영화인들과 배우들은 레드카펫 대신 보라카펫을 밟고 입장했다. 보라색은 평창영화제를 상징하는 색깔로 남북을 상징하는 파랑과 빨강을 혼합하면 나오는 색이다. '선을 넘어 하나로, 힘을 모아 평화로'의 슬로건이 상징하듯 남북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첫 회 영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모여든 국내외 영화인들의 면모도 평창영화제의 갖는 의미와 위상을 가늠케 했다. 정지영, 임권택, 이두용 감독과 김동호 전 문화융성위원장,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안성기, 박성웅 배우,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햡회 이사장,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등 진보와 보수를 넘어 영화계 전체가 함께해 평창영화제의 출발을 축하했다.
 
2회는 원산에서 개막식 열 수 있기를 염원
  
 16일 막을 올린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조진웅과 최희서 배우

16일 막을 올린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조진웅과 최희서 배우ⓒ 평창영화제

   
 16일 저녁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16일 저녁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평창영화제

 
개막식은 조진웅, 최희서 배우의 사회로 시작됐다. 두 배우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이 남과 북이 하나 됐던 곳이라 감격스럽다"며 "남북이 손잡고 입장했던 곳으로 남북관계를 넘어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한다"바람을 나타냈다.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는 남북이 갈라진 유일한 도"라며 "가장 불편한 건 북쪽에 도지사가 한 명 더 있는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제가 그 분께 결선 투표를 하자고 했는데, 그쪽 인구가 더 많다"면서 "제가 지더라도 결선투표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통일의 의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내년에는 북한 강원도당 위원장과 함께 북한 원산에서 개막식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축사를 위해 나온 서호 통일부 차관은 최문순 지사의 결선투표 언급에 대해 "최문순 지사의 결선투표 발언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농담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었다. 이어 "내년에는 원산에서 개막식을 하시겠다는데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며 평창영화제를 도울 것을 약속했다.
 
서 차관은 또한 이산가족 문제를 주제로 한 개막작 <새>를 언급하며 "개막작은 분단 가족의 만남과 이별을 그리고 있는데, 우리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아품이 있는 분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무겁게 생각하며, 이산가족 한분 한분 아픔을 알고 있기에 이분들 상봉에 최선을 다하겠고, 분단의 아픔이 영화를 통해 해소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호 차관은 "이번 영화제를 한반도의 평화라는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평창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향한 첫걸음 시작됐고, 남북관계 일부 반목이 있으나 정부는 긴 안목을 갖고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평창영화제가 평화를 생각해보는 자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내년 원산에서의 개막식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평창영화제는 남북이 손을 잡고 대화의 물꼬를 튼 뜻깊은 곳에서 시작한다는 것과 평화의 기운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남북간 대화가 경색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에는 힘이 넘쳤다.
 
경쟁부문 심사위원들 역시 평창이 지향하는 의미를 지닌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는데, 심사위원인 변영주 감독은 부모님이 북쪽 실향민이고, 김중기 배우는 1988년 남북청년학생회담을 제의해 통일에 대한 논의를 확신시킨 주역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안스가 포크트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프로그래머는 "독일과 한국의 역사를 볼 때 영화제에 취지에 공감한다"며 "평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영화제의 메시지가 담긴 개막작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작 북한영화 <새>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작 북한영화 <새>ⓒ 성하훈

 
개막작 역시 영화제의 의미를 잘 살려냈다. 1992년 일본과 합작해 만들어진 북한영화 <새>는 남과 북에서 조류학자로 살고 있는 부자가 조류연구를 위해 날려 보낸 새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류학자 원병호, 원홍구 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북한의 자연환경과 희귀조류 등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다.
 
<새>는 체제선전 내용이 안 들어가 있는데다 휴먼드라마로서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개막작 상영에 앞서 영화에 실제인물인 원홍구 박사의 아들이 나와 북쪽의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아버지가 91세로 생존해 계시다며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영화는 새의 발목에 붙힌 인식표가 남북의 이산가족으로 헤어진 부자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 역할을 하는데, 북쪽의 아버지가 잡아서 확인한 새가 3국의 조류학자를 통해 남쪽의 아들이 날려 보낸 새였음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일부 관객들은 눈시울 붉히기도 했다.
 
제작된 지 17년이 지난 작품이었으나 웃음과 감동, 재미와 의미가 함께한 북한 영화는 이산가족의 아품을 해소하고 함께 평화를 위해 손잡고 나아가자는 평창영화제의 강한 메시지기도 했다.
 
한편 16일 막을 올린 평창영화제는 오는 20일까지 강릉 CGV와 독립예술극장 신영, 평창 알펜시아시네마,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 개설된 천막극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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