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 영화 포스터.

<호크니> 영화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주)


지난 넉 달 동안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영국 출신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그의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한 장소로 불러들인 것일까? '현대 미술의 거장',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그의 이름 앞에 붙는 거창하고 유혹적인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그에겐 분명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전시의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지난 8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호크니>(2014)는 우리를 그의 작품과 인생 속으로 보다 가까이 끌어당긴다. 

1937년 영국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그림 그리기'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일상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가난했기에 질 좋은 종이와 물감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그에게 그것은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부족함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 재미를 찾았고, 전쟁의 공포와 가난으로 굶주렸던 유년 시절은 그에게 어둠이 아닌 즐거움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그렸고, 자연스럽게 예술학교에 진학했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의 재능과 노력은 그에게 빠른 성공을 가져다주었고, 이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거장이자 유일무이한 작가가 되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그의 삶과 작품을 연대순으로 따라가고 있는데 1960년대 중반 미국여행과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여든이 넘은 오늘날 까지 멈추지 않는 회화를 향한 열정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호크니 본인과 지인들(친구이자 그의 작품 속 모델들이기도 한)의 인터뷰, 그리고 과거 영상 자료들이 영화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 나이에 성공을 해서인지) 과거 인터뷰 장면들도 꽤 많이 나오는데 그가 직접 자신의 작품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얼마나 대중친화적인지 알 수 있다. 
 
 영화 <호크니>의 한 장면.

영화 <호크니>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주)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염색한 금발머리에 동그란 뿔테안경 그리고 튀는 옷차림이라면 그를 결코 잊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강렬한 눈빛이다. 더 많은 것을 보려는 의지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의 두 눈은 사진 속에서도 영상 속에서도 그 뜨거움이 느껴질 정도다. 그의 스타일은 작업 방식의 변화와 함께 성장하고, 그만이 보는 특별한 세상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의 작품을 통해 각자의 시야를 확장시킴으로서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이름은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된다. 

영화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담고 있지는 않다. 호크니의 작품과 증언들로 이루어진 113분짜리 특강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두 시간동안 오직 그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곧 여든을 바라보는(영화를 촬영한 시점에서) 예술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여전히 뜨거운 눈빛으로 자신이 보는 세상을 화폭에 담을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감이자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얼마 전 끝난 전시회의 여운을 달랠 수 있는 선물이 되어 줄 것이고, 그의 작품이 아직 낯선 사람에게 이 영화는 호크니의 팬으로 입문하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추신.
그의 1972년 작품 <예술가의 초상>이 2018년 뉴욕 경매에서 9030만 달러(한화 약 1018억 원)에 낙찰되면서 그는 생존 작가의 작품으로는 가장 비싼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기록은 제프 쿤스의 조각 <토끼>가 9110만 달러에 판매되면서 깨지게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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