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가 LG를 완파하고 하루 만에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터트리며 14-0으로 대승을 거뒀다. 전날 7-8 끝내기 패배를 14-0 대승으로 되갚은 키움은 이날 KIA타이거즈에게 1-4로 패한 두산 베어스를 제치고 하루 만에 2위 자리를 되찾았다(67승46패).
 
 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SK 대 키움의 경기. 1회 초 키움 선발투수 브리검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8월 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SK 대 키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 브리검의 모습.ⓒ 연합뉴스

 
키움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이 6이닝3피안타1볼넷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9승째를 따냈고 양현과 김성민도 남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서건창이 시즌 2호 홈런을 포함해 3안타, 박병호와 임병욱, 김혜성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키움의 '소리 없이 강한'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는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4안타6타점을 폭발하며 시즌 24호 홈런으로 홈런 부문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 

'넥벤저스'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았던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  

히어로즈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격의 팀으로 유명했지만, 외국인 타자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물론 2015년에 활약했던 브래드 스나이더가 26홈런71타점, 2016년에 활약했던 대니 돈이 16홈런70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 강정호, 유한준(kt 위즈), 서건창, 김민성(LG), 김하성 등으로 대표되던 '넥벤저스'의 화려한 타선 사이에서는 언제나 '조연'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어줄 적임자로 혜성처럼 등장한 선수가 2017년 대니 돈의 대체 선수로 합류했던 마이클 초이스였다.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지명됐을 정도로 특급 유망주였던 초이스는 KBO리그 합류 후 46경기 동안 17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단순 계산으로 전 경기를 출전했다면 약 52개의 홈런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히어로즈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초이스와 총액 6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만약 초이스가 미국에서 복귀한 박병호와 함께 2018 시즌 히어로즈의 쌍포를 형성해 준다면 히어로즈는 매우 경제적인 가격에 그토록 기다려 왔던 거포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초이스의 2018년은 2017년과 많이 달랐고 히어로즈가 기대했던 그림은 끝내 그려지지 않았다.

2017년 46경기 만에 17홈런을 때렸던 초이스는 작년 17홈런을 때리기까지 96경기가 필요했고 .307에 달하던 타율은 .258로 뚝 떨어졌다. 히어로즈는 1년 만에 '공갈포'로 전락한 초이스를 지난해 8월 7일 웨이버 공시했고 곧바로 대체 외국인 타자 샌즈의 영입을 발표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 영입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한창 순위 싸움을 하고 있었던 히어로즈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1사 2루 키움 샌즈가 투런 홈런을 쳐낸 뒤 조재영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1사 2루 키움 샌즈가 투런 홈런을 쳐낸 뒤 조재영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던 샌즈의 몸값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10만 달러(약 1억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아무리 시즌 후반에 활용할 대체 선수라고는 하지만 10만 달러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10만 달러짜리 선수' 샌즈가 짧은 기간 동안 보여준 활약은 100만 달러 선수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지난해 시즌 8월 중순에 합류해 25경기를 소화한 샌즈는 타율 .314 12홈런37타점이라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히어로즈의 가을야구 복귀에 큰 공을 세웠다. 포스트시즌 10경기에서도 3홈런11타점을 몰아치며 히어로즈의 가을 명승부를 이끈 선수 역시 샌즈였다. 샌즈는 시즌이 끝난 후 히어로즈와 총액 5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스폰서가 바뀐 키움에서 계속 활약하게 됐다.

가을야구를 포함해 시즌 막판에 터진 15개의 홈런에 힘입어 재계약까지 성공했지만 사실 샌즈를 바라보는 히어로즈 구단과 팬들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히어로즈는 정확히 1년 전에도 초이스라는 외국인 선수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샌즈는 히어로즈 팬들의 걱정을 환호로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키움이 치른 113경기 중에서 109경기에 출전한 샌즈는 타율 .318 24홈런98타점81득점으로 리그 홈런과 타점, 장타율(.580) 부문에서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지면서 올 시즌 타자들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샌즈의 타율은 오히려 작년(.314)보다 더 높아졌다. 타점 2위 김하성(키움, 82개)과의 차이를 16개로 벌리며 타점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샌즈는 시즌 100타점 돌파에 단 2개를 남겨두고 있다.

8월 들어 10경기에서 3홈런10타점을 기록하며 홈런왕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샌즈는 14일 LG전에서 드디어 홈런 부문에서도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샌즈는 4회와 6회 LG의 두 번째 투수 강정현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이날 비로 경기가 연기된 SK 와이번스의 최정(23개)을 제치고 홈런 부문 선두로 뛰어올랐다. 샌즈는 이날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4안타로 6타점을 올리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샌즈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LA에인절스)과 닮은 외모로 유명한 백인 선수지만 '모래'라는 뜻을 가진 성(姓) 때문에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통칭 '흙형'으로 불린다. 그리고 키움 팬들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난 샌즈의 별명을 '흙신'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홈런과 타점,장타율(.580) 부문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선 샌즈는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정규리그 MVP 레이스의 숨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