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주)쇼박스


일제강점기 시절 나라를 위해 싸우기로 마음먹는 과정은 사람마다 달랐을 것이다. 1919년 3.1 운동 이후 전국 각지에서 벌어졌던 항일 투쟁들을 이끌어간 사람들은 모두 독립군이라 부를만한 사람들이다. 부당함에 대항하기를 마음먹은 사람들은 다같이 모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항일을 실현했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저항의 물결은 저 멀리 만주와 근방에서 활동하던 독립군에게도 뻗쳐 나갔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독립군 최초의 승리로 기록되어 있는 봉오동 전투를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영화는 도적에서 독립군으로 변모한 황해철(유해진)과 독립군 소속 이장하(류준열)를 중심으로 그 당시 상황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두 주인공은 어린 시절 일제의 만행으로 가족과 헤어지게 된 피해자들이다. 영화 내내 그들은 허허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지만, 실제로 일제를 만난 순간, 그들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한다.
 
이들이 영화 내내 보호하려 애쓰는 희생자들의 분골은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도 없이 한데 섞여있다. 일제에 저항하는 독립군들의 모습도 그들의 계층이나 직업과 같은 구분 없이 섞여 있다. 영화 초반에는 각자 속한 조직이나 직업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일제에 대항해 싸운다는 공통적인 목적만이 남는다.

영화는 독립군의 눈으로 일본군이 한 마을을 얼마나 참혹하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독립군을 추격하고 있는 일본군 대장 야스카와 지로(키타무라 카즈키) 역시 그들이 한국 민족을 얼마나 열등하고 하등한 존재로 바라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과거 전쟁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자신의 경험에 도취되어 점점 깊은 봉오동 골짜기로 들어가게 된다. 

당시 독립군의 눈으로 보는 일제의 만행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컷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컷ⓒ (주)쇼박스

 
봉오동으로 향하기 전, 지로의 휘하 부대원들은 한 마을을 발견하고 그들을 죽이거나 부녀자들을 성폭행하려 한다. 반항하면 목이나 팔다리를 잘라 나무에 매달기도 한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들의 총칼에 그저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게 된다. 그들이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것의 반은 재미 삼아하는 행동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었을 경우에도, 얻지 못했을 경우에도 모두 피해자들에겐 죽음만 기다리고 있다. 일제는 비단 영화 속 마을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모든 마을에서 이런 참극을 실행했다고 한다. 그들이 벌이는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도 않는다.

마을 주민들이 거의 전멸하기 직전, 찾아온 해철 일행들은 일본군을 처단하고 소수의 남은 주민들을 구한다. 생존자들은 정신을 추스른 이후 독립군이 된다. 그들은 총칼을 잡지 않더라도 독립군의 밥을 하거나, 누군가를 치료하면서 기꺼이 헌신한다. 잠깐의 슬픔을 뒤로하고 나면 그들에게 남는 건 일제를 향한 분노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산과 산을 뛰고 또 뛴다. 그렇게 독립군들은 수를 불려 나간다. 모두가 독립군이 될 수 있다.

해철이 영화 중반 자신 휘하의 독립군들에게 한 말은 꽤 인상적이다.

"일본군은 독립군이 몇 명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어제 농민이었는데 오늘은 독립군이 되거든. 그걸 저 놈들이 어찌 알겠어!"

실제로 영화에서도 10대 소년, 소녀부터 일반 농민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역할을 수행한다. 독립군의 자금을 지키고 일제를 향해 총을 겨눈다. 독립군은 분노를 억누르면서 최대한 이성적으로 일제에 대항하려 노력한다. 영화 후반부, 그들은 일제에게 쫓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옆에서 쓰러지는 동료를 챙기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승리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차가운 분노로 일본군에 치열하게 맞서다
 
 영화 <봉오동 전투> 장면

영화 <봉오동 전투> 장면ⓒ (주)쇼박스

  
배우 류준열이 연기한 이장하는 모두를 살리고 일제를 격퇴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그가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뛰어갈 때, 그를 돕기 위해 주변의 독립군들은 일제에게 총구를 겨눈다. 더 많은 수의 일본군이 뒤따르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수를 동원한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무엇보다 독립군이 전투에 임하는 태도에 집중한다. 그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준다. 이러한 장면은 우리가 일본에 대항하는 현 상황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한국 국민들은 분노하지만, 이성적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불매운동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묵묵히 실행한다.

영화 속 농민들처럼 어제의 보통 사람이었던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항일을 외치고 있다. 어쩌면 과거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이 최초로 승리를 거둔 것처럼 2019년에 벌어지는 경제 전쟁에서도 우리는 승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전투 신들은 분노의 감정을 잘 전달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해결되는 상황이 여러 번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적절히 잘 살리지는 못한다. 인물들의 분노와 사명감을 표출하는 도구로만 활용될뿐이다. 그래서 전투 장면으로 인한 영화적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수의 독립군 인물들에 대한 묘사나 설명은 다소 부족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몇 없다는 점도 아쉽다. 주요 등장인물인 이장하와 황해철을 제외하면 나머지 인물에 대해서는 그저 소모적으로 활용한 게 아닌가 싶다.

여러 영화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독립군의 승리를 기록한 영화로서 가진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봉오동 전투의 지형이 어땠는지, 어떤 작전을 펼쳤는지, 그리고 일본군들은 어떤 형태로 추적해 왔는지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장하 역할인 류준열의 연기는 독립군의 특별한 태도를 볼 수 있어 훌륭하게 다가온다. 우리 독립군 지사들이 승리한 역사를 보면서 그들의 길을 따라가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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