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리그는 2000년대 중반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FC, 아스날 FC, 리버풀 FC가 오랜 기간 4강을 형성하며 경쟁해 왔다. 그러던 2000년대 후반부터 만수르 구단주의 오일머니를 앞세운 맨체스터 시티 FC와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이상 레알 마드리드 CF),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 같은 좋은 재능들을 끊임없이 배출한 토트넘 핫스퍼 FC가 약진하면서 6강 체제로 흐름이 바뀌었다.

2010년대 중반 맨유의 추락과 레스터 시티 FC의 돌풍이라는 혼란(?)을 겪긴 했지만 프리미어리그의 6강 체제는 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2016-2017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최근 세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의 6강은 서로 순서만 바뀌었을 뿐 상위권 여섯 자리를 독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도 맨유가 부진에 빠지며 6위에 그쳤지만 '빅클럽 킬러'로 명성을 날린 7위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와의 승점 차이는 9점에 달했다.

이번 시즌에도 대부분의 축구전문가와 팬들은 6강의 순서만 다르게 전망할 뿐 기존의 6강이 프리미어리그의 상위권을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개막해 각 팀이 1라운드를 치른 결과 프리미어리그의 굳건했던 6강 체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 있는 반면에 불안한 전력을 노출한 팀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투자 아끼지 않은 맨시티-'가장 비싼 수비수' 영입한 맨유
 
 2019년 5월 12일(한국시간), 2018-2019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의 모습.

2018-2019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의 모습. ⓒ EPA/연합뉴스

 
2017-2018 시즌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초로 승점 100점 시대를 열었던 맨시티는 지난 시즌에도 98점의 승점을 쌓으며 38경기에서 단 1패를 당한 리버풀을 제치고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그리고 맨시티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1억6700만 유로를 투자해 '리틀 부스케츠'로 불리는 로드리, 포르투갈 국가대표 출신의 풀백 주앙 칸셀루 등을 영입하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시즌 우승 전력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부족했던 부분을 보강한 맨시티는 1라운드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맨시티는 웨스트햄과의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측면 공격수 라힘 스털링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5-0으로 완승을 거뒀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대신 선발 출전한 가브리엘 제주스가 맨시티의 시즌 첫 골을 넣었고 알제리 국가대표 출신의 미드필더 리야드 마레즈는 2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터뜨린 후 자축하고 있다.

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 ⓒ 연합뉴스/EPA

 
반면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승점 1점 차이로 리그 우승을 놓치면서 절반의 기쁨밖에 누릴 수 없었던 리버풀은 지난 시즌과 달리 이적 시장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1라운드 경기에서 노리치 시티를 4-0으로 완파하며 우승 후보의 면모를 과시했다. 다만 1라운드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한 주전 골키퍼 알리송 베커가 4~8주 정도 결장이 불가피해 진 것은 시즌 초반 리버풀의 커다란 악재다.

이적 시장에서 1억5900만 유로를 투자하며 부지런히 움직인 맨유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를 8700만 유로의 거액을 투자해 영입했다. 이로써 매과이어는 단숨에 버질 판 데이크(리버풀)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비수로 이름을 올렸다. 뛰어난 태클능력을 보유한 수비수 아론 완 비사카와 스피드와 체력이 좋은 대니얼 제임스도 맨유 미래의 핵심 자원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젊은 유망주들이다.
 
 2019년 8월 12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에서 열린 맨유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경기. 맨유의 해리 맥과이어 선수가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맨유의 해리 맥과이어 선수 ⓒ AP/연합뉴스

 
맨유는 12일 첼시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마커스 래시포드의 멀티골과 제임스의 이적 첫 골에 힘입어 4-0으로 대승을 거뒀다. 물론 첼시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지만 맨유의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경기였다. 다만 여전히 유벤투스 FC 이적설이 돌고 있는 폴 포그바와 팔고 싶어도 아무도 데려 가려는 팀이 없는 '주급 먹는 하마' 알렉시스 산체스는 서로 다른 이유로 맨유에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손흥민 공백 느낀 토트넘, 호된 신고식 치른 첼시의 램파드 감독

지난 시즌 두 번의 이적 시장에서 단 한 명의 영입도 하지 않았던 토트넘은 기존 멤버를 데리고 리그 4위와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토트넘은 파울로 디발라(유벤투스)와의 최종협상이 결렬됐지만 공수밸런스가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를 영입해 무사 시소코 홀로 고군분투하던 중원을 강화했다. 2000년생 윙백 유망주 라이언 세세뇽 역시 성장 속도에 따라 대니 로즈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일 영국 런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FC와의 UEFA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토트넘 홋스퍼 FC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 FC 크리스티안 에릭센 ⓒ EPA/연합뉴스

 
하지만 토트넘은 승격팀 아스톤 빌라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만 보면 3-1의 여유 있는 역전승이었지만 경기 막판까지 단조로운 공격패턴으로 아스톤 빌라의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했다.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에릭센과 지난 시즌 최종전 퇴장 징계로 2라운드까지 뛸 수 없는 손흥민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 경기였다. 토트넘은 2라운드에서도 손흥민 없이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를 상대해야 한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유벤투스로 떠난 첼시는 현역 시절 '미들라이커'로 첼시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프랭크 램파드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첼시는 램파드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유소년 선수 영입 및 등록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019년 여름과 2020년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금지 징계를 받았다. 전력을 보강해도 모자란 판에 선수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첼시 FC의 미드필더 조르지뉴의 모습(자료사진)

첼시 FC의 미드필더 조르지뉴의 모습(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실제로 첼시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에이스 에덴 아자르가 레알 마드리드로, 중앙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가 아스날로 떠났다. 아자르의 이적은 일찌감치 예정돼 있었지만 루이스의 경우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발표가 나는 바람에 첼시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결국 첼시는 램파드 감독의 공식 데뷔전이었던 맨유와의 경기에서 후반 20분부터 36분까지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0-4로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아스날은 언제나 그렇듯 이번 시즌에도 조용하지만 알찬 보강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윙포워드 자원으로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 니콜라 페페를 데려온 아스날은 이적 시장 막판 키어런 티어니와 루이스를 차례로 영입했다. 아스날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결승골에 힘입어 기분 좋은 승점 3점을 따냈다.
 
 2019년 5월 3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발렌시아의 유로파리그 4강 1차전 경기. 아스널의 오바메양(왼쪽부터), 겐두지, 나일스, 라카제트의 모습.

아스널의 오바메양(왼쪽부터), 겐두지, 나일스, 라카제트의 모습.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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