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싸이더스

 
"여기에 뭐가 있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뭐가 있어요? 그냥 햇볕이에요. 햇볕..."


이는 영화 <밀양>에서 주인공 신애(전도연)의 대사다. 영화 <밀양>은 지난 2007년,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 내며 세계 3대 영화제 중 꼽히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던 바 있다. 위에 인용한 말은 극 중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기독교 신자가 햇빛 한 조각에도 주님의 뜻이 담겨있다고 말하자, 신애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대사다. 종교인이 아닌 사람이 실체가 보이지 않는 절대자를 믿게 되는 과정은 이처럼 어렵다.

기독교는 일본에서 전 국민의 1%도 채 안되는 소수 종교이다. 더군다나 종교가 없던 소년이 타지의 미션계 학교(그리스도교 계통의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로 전학 온다고 생각해보자. 소년은 더욱 더 혼란스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눈을 감으면 작은 예수를 보는 소년, 그가 소원을 빌자...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싸이더스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는 사실 열두 살 소년이 외딴 동네로 이사 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적응하면서 겪는 다양한 감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도쿄에서 한적한 시골 마을로 전학 오게 된 소년 유라(사토 유라)는 모든 것이 낯설다. 미션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유라는 학교 안에 있는 예배당을 찾아 두 손을 모으고 "이 학교에서 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빌게 된다. 그 순간, 한 뼘 만한 작은 예수님(채드 멀레인)이 나타나고,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친구인 카즈마(오오쿠마 리키)와 단짝이 된다.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싸이더스

이후 유라는 어린 아이라면 누구라고 생각해봤을 "돈이 생기게 해주세요" 같은 소원을 빌기도 한다. 이 소원마저 이뤄지자, 소년은 작은 예수님을 흡사 알라딘의 '지니'처럼 부르며 또 다른 소원들을 빌게 된다. 이후에도 시간이 점차 흐를수록 유라의 행동이 대범해진다. 두 손을 모으면 작은 예수를 마주하게 되는 유라는 다른 사람들이 눈을 감고 있을 때 홀로 눈을 뜨고 기도한다. 점차 유라가 기도를 할 때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는 느낌이다.

그러자 곧 엄청난 사건이 유라에게 시련으로 다가온다. 바로 단짝친구 카즈마가 큰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다. 유라는 카즈마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하지만, 그동안 보였던 작은 예수님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자 유라는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예수님을 원망한다.

감독의 실제 경험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스토리, 탁월했다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싸이더스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는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 본인이 어렸을 적 미션계 유치원을 다니면서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지난 일을 회상한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영화다. '보이지도 않는 존재를 이렇게나 믿을 수 있을까'라는 종교를 향한 순수한 의심을 가졌었던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본인의 과거를 열두 살의 유라를 통해 투영했다.

나는 영화 속 유라를 보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학교 앞 교회에서 한 전도사가 교회를 다니면 짜장면을 사주겠다는 말에 혹해 나갔던 예배당에서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같은 터무니 없는 소원을 빌었고, 결국 유타처럼 작은 예수님을 만나지도, 돈벼락을 맞지도 못하자 '예수님은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다시는 예배당에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믿음에 대한 마음가짐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와 같은 관객들에게 그릇된 기복신앙의 태도로 종교를 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비단 특정 종교와 특정 국가의 문제로 볼 수도 없다.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싸이더스

이런 점에서 <나는 예수님이 싫다>로 데뷔한 스물셋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편집이 다소 매끄럽지 않은 장면들도 더러 있었지만, 이러한 단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탁월했다. 또한 이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각본, 연출, 촬영, 편집 등 제작 전반을 담당하며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스톡홀름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만큼 이후 행보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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