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헌트>(2019) 스틸컷

영화 <더 헌트>(2019) 스틸컷 ⓒ 유니버설 픽처스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가 다음 달 개봉 예정이던 영화 <더 헌트>(The Hunt)의 개봉을 취소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유니버설 픽처스는 "지난주 <더 헌트>의 마케팅 활동을 중단한 데 이어 개봉을 아예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성명을 통해 "<더 헌트>의 마케팅을 중단한 후 신중한 검토를 거쳐 영화 개봉을 취소하기로 했다"라며 "앞으로도 사회를 풍자하는 대담한 비전을 가진 제작자와 함께 영화를 제작할 것이지만 지금은 이 영화를 개봉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크레이그 조벨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아카데미 수상 배우 힐러리 스왱크와 베티 길핀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와이오밍·미시시피·플로리다 등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에서 사람들이 납치돼 총격 사냥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진보적 할리우드는 분노와 증오에 찬 인종차별주의자"

미국의 뿌리 깊은 정치적 분열을 풍자한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공화당과 민주당 강세 지역을 의미하는 <레드 스테이트 대 블루 스테이트>이었다가 <더 헌트>로 바뀌어 다음 달인 9월 27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3~4일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잇달아 총기 난사로 31명이 숨지는 참사로 미국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유니버설 픽처스가 개봉을 한 달여 앞두고 영화 개봉을 전격 중단한 것도 총기 난사 사건의 여파로 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2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진행된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자료사진) ⓒ 이희훈

 
곧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위터에 "진보적 할리우드는 엄청난 분노와 증오에 찬 최고 수준의 인종차별주의자"라며 "그들은 자신을 엘리트라고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그들은 엘리트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또한 "곧 개봉할 영화는 혼란을 일으키고 불을 지피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그들은 폭력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려 하는 진정한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이 나라에 매우 나쁘다"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의 구체적인 제목을 밝히지 않았지만 <더 헌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비난에 갑론을박... '문화 검열' 논란도 이어져

하지만 <더 헌트>의 개봉 취소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에 비판적인 영화의 개봉을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사실상 '검열'에 나선 것이라며 영화계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영화평론가 카일 말론은 < LRM온라인 >에 "유니버설 픽처스가 정말 총기 참사를 고려한 것인지, 아니면 보수층의 불매 운동을 두려워하는지 알 수 없지만 개봉 취소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맞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예술가들을 다시는 일을 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자유로운 표현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라며 "<더 헌트>는 예정대로 개봉해야 하고, 여기에 반박하고 싶다면 그런 영화를 만들면 된다"라고 밝혔다.

반면 <버라이어티>는 칼럼을 통해 "만약 <더 헌트>의 개봉 취소 이유가 검열 때문이라면 당연히 반대하지만 이번 경우는 검열이 아닌 '타이밍'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테러를 소재로 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콜래트럴 데미지>가 2001년 9월 개봉하려다가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개봉을 4개월 미룬 것을 사례로 들며 유니버설 픽처스의 결정을 두둔했다. 
도널드트럼프 총기난사 더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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