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의 맹렬했던 기세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다.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 이야기다. 첫회 8.4%(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해 2회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고, 3회에서 12.3%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만큼 초반 분위기가 좋았다. 국내 최초로 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뤘고, 대담하게 존엄사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덕분이었다. 물론 '시청률 보증수표' 지성의 존재감도 한몫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답보 상태에 빠졌다. 고점을 찍은 후 6회는 9.2%까지 빠졌다. 7회(10.3%)에서 다시 회복하긴 했지만, 8회는 10.1%에 머물렀다. 물론 이 숫자는 객관적으로 결코 낮은 게 아니다. 지상파가 성적 부진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월화 드라마 폐지를 논의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이런 마당에 <의사 요한>이 시청률 10%대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나 초반의 흐름과 기대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임은 분명하다.

일본소설 <신의 손>이 원작... 흥행부진의 한 이유
 
 새로운 관점의 의학 드라마 <의사요한>

새로운 관점의 의학 드라마 <의사요한>ⓒ SBS


그렇다면 문제가 무엇일까. 외(外)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한·일 관계 악화가 큰 타격이었다. 일본과 관련된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사요한>도 예외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의사요한>이 쿠사카베 요의 『신의 손』(2012)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의 손』은 안락사법 제정을 둘러싼 의사, 정치인들의 암투와 스캔들을 다루고 있는 의학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원작료 지불'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제기됐고, 자연스레 <의사요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제작진은 기자간담회(지난 5일)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조수원 PD는 "최근 정치계가 안 좋은데, 이걸로 작품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기는 것 같아서 아쉽다"면서 "오래 전부터 준비했으며, 원작료도 0.8%밖에 안 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일본 원작'이라는 리스크 때문에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가 묻히는 데 안타까움을 전한 것이다.

"어려운 내용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마지막까지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진심어린 간청이 통했던 걸까. <의사요한>을 둘러싸고 있던 외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이 된 모양새다. 시기상 고점 이후의 시청률 하락은 '일본 불매' 운동과 맞닿아 있다고 봐야 할 텐데, 다시 10%대 시청률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리스크에서 일정 부분 벗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새로운 유입이 원활치 않다는 점에서 여전히 리스크는 작동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살인자를 안락사한 차요한
 
  <의사요한>의 한 장면

<의사요한>의 한 장면ⓒ SBS

 
이번에는 내(內)적인 문제를 찾아보자. <의사요한>은 존엄사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기존의 의학 드라마들이 환자를 살리는 일에만 집중했다면, <의사요한>은 환자의 고통을 멈추는 일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존엄사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고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고 적응이 까다로운 게 현실이다. 여전히 법적인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가 상존해 있다.

<의사요한>은 그 맹점을 검사 손석기(이규형)와 간호사 채은정(신동미)을 통해 접근해 나갔다. 차요한(지성)이 유괴살인범인 항문암 환자 윤성규를 안락사 시키고, 그로 인해 3년 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들어간 상황을 설정한 것이다. 손석기는 차요한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계속해서 감시한다. 병원까지 찾아와 사찰하기에 이른다. 채은정은 차요한에 대한 악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피켓을 들고 시위를 주도하고, 차요한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는 식이다.

드라마 초반, 두 사람의 태도와 대응방식은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차요한이 안락사시킨 윤성규가 유괴해 살해한 2명의 피해자가 각기 손석기와 채은정의 자식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퍼즐이 맞춰지긴 했지만 찜찜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저들이 엉뚱한 대상(차요한)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연성이 부족했던 셈이다.

물론 이해하고자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존엄사도 사형도 살인이라 규정하고 있는 원칙주의자 손석기의 입장에서 범죄자를 법의 심판이 아닌 의사의 결정에 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차요한은 굉장히 위험한 의사였다. 사적인 감정은 없었다고 하지만,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채은정은 자신의 딸을 죽인 범죄자에게 영원한 고통을 주고 싶었다. 임상 실험 동의서를 강제로 받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차요한이 모든 걸 망쳐놓았으니 분노할 만 하지 않은가?

시청자의 반감을 산 두 인물
 
  <의사요한>의 한 장면

<의사요한>의 한 장면ⓒ SBS

 
여전히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의사요한>은 카드를 모두 꺼내놓은 상태이다. 앞으로 차요한이 손석기와 채은정의 '오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손석기의 경우, 위암 3기라고 밝혀진 만큼 함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존엄사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은정의 경우에는 윤성규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임상 실험 동의서를 받은 장면을 차요한이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야기에 탄력을 줬어야 할 두 인물, 손석기와 채은정이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면서 <의사요한>은 탄력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지상파 드라마들이 흔히 빠지곤 하는 '기승전멜로'의 늪에 빠진 것도 아쉬웠다. 이미 통증의학과의 이유준(황희)과 강미래(정민아)가 로맨스를 시작한 마당에, 강시영(이세영)이 차요한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면서 <의사요한>은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로 치달아버렸다. 참신한 전개를 기대했을 시청자들에겐 맥빠지는 일이었다.

<의사요한>은 일종의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시기적으로나 캐릭터 설정, 이야기 전개 등에 있어 아쉬움이 엿보인다. 그러나 '고통(통증)'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쓰여진 의학 드라마라는 점에서, 존엄사를 정면으로 다루며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사요한>의 가치는 여전히 크다. 무엇보다 진정성만큼은 또렷하게 느껴진다. 벌써 반환점을 돈 <의사요한>이 '내우외환'을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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