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새 골잡이 케힌데의 부드러운 볼 터치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새 골잡이 케힌데의 부드러운 볼 터치 순간ⓒ 심재철


얼마 전까지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를 놀리기 위해 "인천 강등" 구호를 외치던 수원 블루윙즈 서포터즈가 풀죽은 목소리로 자기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말았다. 2009년 8월 23일 이후 10년 만에 바로 그곳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유상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0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25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김호남의 짜릿한 슈퍼 골 덕분에 1-0으로 이겨 오랜만에 꼴찌 신세를 모면했다.

2009년 8월 23일의 기억 떠올리다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유독 수원 블루윙즈를 만나서 활짝 웃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지금 골키퍼 코치로 있는 김이섭 선수가 골키퍼, 수석 코치로 있는 임중용 선수가 센터백으로 뛰던 바로 그 시절 인천 유나이티드는 빅 버드에서 수원 블루윙즈를 2-1로 이긴 적 있다. 2009년 8월 23일의 일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홈 게임에서도 이긴 기억이 아주 오래 전 일이다. 2013년 12월 1일 그 시즌 마지막 게임에서 2-1로 이긴 것이 가장 가까운 기억이다. 그만큼 수원은 그들에게 벅찬 상대였다. 
 
 전반전, 수원 골잡이 타카트의 결정적인 슬라이딩 슛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침착하게 잡아내는 순간

전반전, 수원 골잡이 타카트의 결정적인 슬라이딩 슛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침착하게 잡아내는 순간ⓒ 심재철

 
새 감독과 새로 데려온 선수들로 꾸려진 인천 유나이티드는 그야말로 겁없이 수원 블루윙즈와 마주섰다. 현재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수원의 타가트(22게임 13골, 1게임에 0.59골)는 역시 위협적이었지만 골키퍼 정산이 고비 때마다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몸 날려 그의 슛을 막아냈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 위로 먹구름이 몰려왔다. 믿고 쓰는 왼쪽 풀백 김진야가 33분에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이지훈을 급하게 대신 들여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는 K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투 톱 '무고사-케힌데'를 앞세워 수원 블루윙즈 수비수들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수원 수비수 입장에서 체격 조건이 더 좋은 케힌데를 막다보면 무고사 앞 공간이 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36분, 무고사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연거푸 터져나왔을 때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수비수 몸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뀐 공을 수원 골키퍼 노동건이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가까스로 쳐내야 했던 것이다.
 
 36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의 오른발 슛이 수비수 몸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뀐 것을 수원 골키퍼 노동건이 날아올라 쳐냈다

36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의 오른발 슛이 수비수 몸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뀐 것을 수원 골키퍼 노동건이 날아올라 쳐냈다ⓒ 심재철

 
'김호남' 발등 깊숙한 곳에서 터진 슈퍼 골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홈 팀 이임생 감독은 유주안을 빼고 데얀 다미아노비치를 들여보냈다. 타가트와 어울려 인천 유나이티드를 완전히 주저앉히고자 하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새로 구성된 인천 유나이티드의 센터백 조합(여성해-이재성)의 끈질긴 수비력에 수원이 원하는 시너지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쪽 골문에 근래에 보기 드문 슈퍼 골이 빨려들어갔다. 51분, 인천 유나이티드 오른쪽 풀백 곽해성이 띄워준 공을 수원 블루윙즈 왼쪽 윙백 박형진이 정확히 걷어내지 못했고 그 뒤로 달려들어간 김호남이 오른쪽 발등 깊숙하게 맞는 발리 슛으로 짜릿한 결승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슛 각도가 넉넉하지 않은 자리였기 때문에 보는 이들이 모두 놀라 탄성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51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호남이 오른발 슛으로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51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호남이 오른발 슛으로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심재철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고 남준재(현 제주 유나이티드)와 유니폼을 바꿔 입는 과정에서 설움을 겪었던 김호남이 이제는 완전히 인천 유나이티드의 간판 선수가 되었다는 것을 상징하듯, 골문 바로 뒤 함성을 내지르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 앞으로 걸어와 자신감 넘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8804명 홈팬들 앞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원 블루윙즈는 박형진을 빼고 날개 공격수 바그닝요를 들여보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10년 만에 그곳에서 꼭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끈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66분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미드필더 최성근이 재치있게 헤더 슛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정산이 지키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오른쪽 기둥 옆으로 살짝 벗어났고 80분에 바그닝요가 찬 왼발 슛은 왼쪽 옆그물을 강하게 때리고 말았다.

수원 블루윙즈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0분에 수비수 양상민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를 향해 거친 반칙을 저지르는 바람에 고형진 주심으로부터 두 번째 옐로 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일까지 겪었다. 7월 21일 성남 FC와의 홈 게임 1-2 패배 이후 빅 버드에서 열린 홈 게임을 세 게임이나 연속하여 패하는 일(1득점 5실점)이 벌어진 것이다. 

반면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복덩이 김호남 덕분에 7월 20일 스틸야드에서 열린 2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게임 승리 이후 3게임 만에 다시 승점 3점을 가져온 덕분에 오랜만에 꼴찌에서 벗어나 11위(18점, 4승 6무 15패 16득점 35실점)로 한 계단 올라서서 다시 한 번 '잔류왕' 수식어를 붙인 희망가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시즌 4승 중 3승을 어웨이 게임으로 따낸 진기록이 이어지고 있기에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서포터즈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는 18일 오후 7시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12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만나 승점 6점짜리 강등권 탈출 게임을 펼치게 되었다. 중위권에서 주춤하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7위 32점, 8승 8무 9패 32득점 31실점)는 17일 오후 7시 춘천으로 건너가서 강원 FC(4위)와 만나게 된다.

2019 K리그 1 결과(10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

수원 블루윙즈 0-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호남(51분)]

◎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한의권, 타가트
MF : 박형진(55분↔바그닝요), 최성근, 유주안(46분↔데얀 다미아노비치), 김종우(87분↔송진규), 구대영
DF : 양상민(90분 경고 누적 퇴장), 민상기, 구자룡
GK : 노동건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케힌데, 무고사
MF : 명준재(83분↔정훈성), 장윤호, 마하지, 김호남(76분↔문창진)
DF : 김진야(35분↔이지훈), 여성해, 이재성, 곽해성
GK : 정산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수원 블루윙즈 54%, 인천 유나이티드 46%
유효 슛 : 수원 블루윙즈 7개, 인천 유나이티드 5개
전체 슛 : 수원 블루윙즈 14개, 인천 유나이티드 11개
코너킥 : 수원 블루윙즈 5개, 인천 유나이티드 1개
프리킥 : 수원 블루윙즈 18개, 인천 유나이티드 13개
오프 사이드 : 수원 블루윙즈 0, 인천 유나이티드 3개
파울 : 수원 블루윙즈 18개, 인천 유나이티드 10개
경고 : 수원 블루윙즈 2장, 인천 유나이티드 3장
퇴장 : 수원 블루윙즈 1장(양상민), 인천 유나이티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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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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