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방에 모기가 있어 10cm '방에 모기가 있어'

▲ 방에 모기가 있어10cm '방에 모기가 있어'ⓒ 매직스트로베리(주)


제목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노래 제목이 '방에 모기가 있어'래. 말이 돼? 최근에 본 제목 중에 우디의 '대충 입고 나와'도 되게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이건 더 생활밀착(?)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말이 안 될 건 없다. 노래 제목에 아름다운 것만 들어가란 법은 없으니까. 꼭 바다나 태양, 계곡, 파란 하늘이 들어가야 서머송인 건 아니지 않나. '방에 모기가 있다'는 말보다 더 여름정서(?)를 폴폴 풍기는 것도 없을 듯하다. 10cm다운 서머송이다.

"오늘 밤이 어제보다 더워/ 딴 사람은 몰라도/ 네가 잠들 리는 없어/ 그 머릿속에 지금 누가 있어/ 그게 나일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없어"

첫 소절부터 공감 백프로다. 분명 일기예보를 확인했을 땐 어제보다 기온이 떨어졌다는데, 이상하게 나는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은 느낌이다.

서머송이든 윈터송이든 사랑 이야기를 접목시켜 풀어내기 마련인데, 이 곡 역시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그런데 일반적이지 않다. 여름밤에 연인과 함께 하는 설레는 산책 같은 낭만적 이야기가 아닌 것. 그런데 뻔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오히려 신선하고 특별한 서머송의 탄생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 이 순간 나를 생각하고 있다면 좋겠단 바람을 여름밤을 배경으로 풀어놓는다. 구체적 배경은 모기가 있는 방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게 나일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고 이어서 상대를 설득하기로 마음먹는데, 이 부분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지점이다.   

"하루가 끝나갈 때쯤/ 우연히 내 얼굴이 떠오른다거나 할지도/ 별것도 아닌 이유로/ 갑자기 내가 궁금할 수 있지/ 예를 들게 그럼 봐봐/ 

방에 모기가 있어/ 근데 잡을 수 없어/ 창문도 열 수 없다면/ Do You Think Of Me/ 해가 너무 빨리 떠/ 너는 잠들 수 없어/ 지금 누가 생각나/ Do You Think Of Me/ Do You Think Of Me"

 
방에 모기가 있어 10cm '방에 모기가 있어'

▲ 방에 모기가 있어십센치, 권정열ⓒ 매직스트로베리(주)

 
설득의 방법으로 화자는 예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 단지 소망이 아니라 정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렇게 믿고 싶은 화자의 마음이 귀엽다. 국어문제도 아닌데 예까지 드는 그 심정을 알 것 같기 때문이다.

만일 방에 모기가 있는데 어딨는지 몰라서 잡지 못하고, 잠도 못잘 때 그럴 때 내 생각이 나지 않느냐며 '답정너' 대답을 유도하는데 웃긴 건, 모기가 윙윙 거리면서 수면을 방해하는 그런 상황은 사실 무척 짜증나는 일이라는 거다. 그런 상황에 누군가가 떠오르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싫어하는 걸까. 어찌 됐든 내 생각을 하면, 그걸로 성공인 걸까. 아니면 그 사람에게 내가 모기 같은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걸까. 생각할수록 재밌는 가사다.

"그 머릿속엔 뭐가 그리 많대/ 비집고 들어가도/ 앉을 데도 없던데/ 오늘 밤이 유난히도 더워서/ 나는 어제보다 더/ 네가 생각나던데/ 어쩌다 마주쳤을 때/ 내 몰골이 불쌍하게 보였다거나/ 아직은 그런 적 없었더라도/ 한 번은 내가 걱정될 수 있지/ 예를 들면 지금 나도/ 방에 모기가 있어/ 근데 잡을 수 없어/ 창문도 열수 없다니/ Do You Think Of Me"

뒷부분 가사를 보니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모기 예시는 예시로써 적절해서 사용했다기보단, 그냥 '아무말대잔치', '의식의 흐름' 같은 것이다. '오늘 밤이 유난히도 더워서 나는 어제보다 더 네가 생각나던데'라는 가사처럼 말도 안 되는 인과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말이 안 돼서 더 화자의 진정성이 느껴진달까. 사랑에 빠지면 바보처럼 횡설수설하지 않나. 앞뒤도 안 맞고. 유난히 덥기 때문에 네가 생각난다? 전혀 상관없는 원인과 결과다. 그러니까 사랑인 것이다. 화자는 매 순간 시도 때도 없이 니가 생각난다는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 듯하다.   

"너를 생각하다가/ 잠을 놓쳐 버렸어/ 지금 누가 생각나/ Do You Think Of/ 아침부터 밤까지 내 머릿속 가득한/ 목소리 그 얼굴이 도배된 것처럼/ 네 마음을 내 맘처럼/ 만들 순 없는 거 아는데/ 졸라볼래 들어 봐봐/ 너는 잠들 수 없고/ 아직 모기가 있어"

끝까지 모기가 있다. 이토록 집요한 '예로 들기'는, 이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집요한지 말해주는 듯하다. 마치 새벽 내내 귓가에서 윙윙대는 모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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