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집> 관련 사진.

영화 <우리집> 관련 사진.ⓒ 롯데엔테테인먼트

 
"주 대리! 똑바로 살아. 술은 니 친구들이랑만 마시고!" (10살 유미)
"똥이나 많이 싸!"(7살 유진)


친구이자 언니인 12살 하나(김나연)의 아빠와 수상한 관계로 의심되는 낯선 여자에게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최고의 욕을 선사한다. 하나의 고민은 매일 싸우기 바쁜 엄마와 아빠다. 유미와 유진의 고민은 도무지 자신들을 돌보지 않고 매번 이사만 반복하는 엄마와 아빠다. 

영화 <우리집>은 이렇게 아이들의 시선, 상황을 통해 바라본 가족과 집의 의미를 담는다. 장편 데뷔작 <우리들>로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받은 윤가은 감독의 신작. 전작이 아이들의 관계와 우정을 섬세한 시각으로 잡아냈다면, <우리집>은 시선을 좀 더 외부로 확장해 이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과 어른의 모습까지 포착한다. 

싸우는 부모 틈으로 잡아낸 하나의 불안한 눈빛, 어떻게든 집을 내놓고 집세를 올려 새로운 세입자를 맞이하려는 유미-유진 집주인 아줌마의 모습 등 영화는 감독 특유의 세심한 시선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렇다고 단순히 상황 묘사에 그치는 건 아니다. 부부 싸움을 중지시키고 다시 화해를 시켜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가겠다는 하나와 매번 친구를 깊게 사귀지 못하고 이사만 다니는 생활을 끝내고 싶은 유미-유진 자매의 의지가 깊게 투영되는데, 이로 하여금 관객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끔 한다. 

이를 위해선 뛰어난 연기보다 진솔한 반응이 중요했다. 윤가은 감독은 그간 자신의 현장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아이들에게 무작정 대본을 쥐여주기보단 상황극을 통해 각 장면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이들이 품고 있는 진정성을 포착하려 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더라도 오히려 그 상황에 몰입되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각종 사건과 갈등에 익숙한 어른들의 언어는 빠르게 지나가는 법. 하지만 <우리집> 속 어린이 배우들은 정확히 어린이들의 속도로 말하고 사고한다. 어린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이익이나 상황적 우위를 점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도 생각해야 하고 부모도 생각해야 한다. 꺼낼 수 있는 단어 또한 한정적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입 밖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내는 영화 속 어린이 배우들이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영화 <우리집> 관련 사진.

영화 <우리집> 관련 사진.ⓒ 롯데엔테테인먼트

  
 영화 <우리집> 관련 사진.

영화 <우리집> 관련 사진.ⓒ 롯데엔테테인먼트

 
조심스럽게 퍼올린 아이들 세계

물론 서사성에 뿌리를 둔 극영화기에 갈등 구조는 있다. 이 역시 지극히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이다. 멀리 떨어진 해변에서 장사하는 유미-유진의 부모를 찾아가는 하나와 유진-유미는 멀고 낯선 여정에서 서로 탓하고 상처 주는 말을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로드 무비의 성격마저 보이는데 영화는 거기에 빠지지 않고, 이 아이들이 다시 화해하는 과정과 그 방식까지 제시한다. 단순히 극적 장치를 위한 갈등이 아니라 이 아이들의 캐릭터, 나아가 어른들의 세계와 대조적인 아이들 세계를 드러내기 위한 설정인 셈. 

<우리집>에서 아이들은 단 한 번도 자신의 부모와 함께 제대로 한 식탁에서 밥을 먹지 못한다. 부모는 항상 바쁘거나 갈등 중이기 때문. 그 틈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른에게 얻지 못한 유대감과 소속감을 동격인 또 다른 친구를 통해 찾는다. 일반적인 상업 영화였다면 단순하게 묘사하고 몇 컷의 장면으로 지나칠 수 있는 에피소드지만 사실 이게 <우리집>이 품고 있는 구조의 전부기도 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쉽게 왜곡되거나 지나칠 수 있는 아이들만의 세계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보이려 했다는 데 있다. 마치 모종삽 등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고운 모래를 일일이 퍼내 땅속에 숨어 있는 작은 조개를 꺼내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 조개는 사실 <우리집>에서 주요한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단편 영화부터 두 편의 장편까지 아이들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윤가은 감독. 그는 "영화 속 이야기가 바로 제 얘기라고 느끼고 있다. 화자는 어린이지만 제가 아이일 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이제야 얻은 느낌"이라고 지난 7일 언론 시사회 때 말한 바 있다. 어린이 영화 말고도 여러 관심사가 많다고 했지만 당분간은 윤가은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장기를 계속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집>이 던진 질문은 영화 말미,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무렵 떠올려보길 추천한다. 가족은 어때야 하는지, 또 어떤 집이 좋은 집인지.  

한 줄 평 : 아이들 세상에 들이댄 세심한 현미경, 미소와 눈물이 함께 난다
평점 : ★★★★(4/5)

 
영화 <우리집> 관련 정보

각본 및 감독: 윤가은
출연: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제작: 아토ATO
제공: 롯데시네마 아르떼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92분
상영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19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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