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폐막한 칸 영화제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황금종려상은 칸 영화제에서 작품상에 해당하는, 영화를 연출한 감독에게는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다. <살인의 추억>으로 연출력을 인정받고 <괴물>로 티켓파워를 증명하고 <설국열차>로 해외시장에서 주목받은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통해 영화감독으로서 최정점에 올랐다.

이후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했던 예전 영화들을 다시 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2009년 개봉한 영화 <마더>는 국민배우 김혜자와 톱스타 원빈이 출연했음에도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전작 <괴물>로 13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흥행성적이었다.

하지만 <마더>를 다시보기 하다 보면 두 주연배우 외에도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 이정은, 송새벽, 곽도원 등 <마더>에 등장한 많은 조단역 배우들이 현재는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는 배우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중 진태(진구 분)의 여자친구 미나를 연기했던 천우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써니>로 주목 받은 신예, <한공주>로 '청룡의 여왕' 등극
 
 천우희는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상처 받은 소녀 한공주의 심리를 잘 표현하며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천우희는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상처 받은 소녀 한공주의 심리를 잘 표현하며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무비꼴라쥬

  
천우희는 여고 시절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천우희가 고교 시절 아마추어 배우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은 일제강점기 '성 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반쪽 날개의 새>였다. 그렇게 배우의 꿈을 키워가던 천우희는 2006년 대학 연기학부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걸었다. 

고교 시절이던 2004년 권상우, 하지원 주연의 영화 <신부수업>에서 불량 청소년 역할로 영화에 데뷔한 천우희는 2009년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미나를 연기했다. 물론 당시에는 비중이 크지 않아 <마더>를 천우희의 출세작이라고 분류하긴 힘들다. 

천우희라는 배우의 이름과 얼굴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2011년에 개봉해 74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써니>였다. 천우희는 <써니>에서 본드 흡입으로 하춘화(강소라 분)와 절교한 후 써니에 앙심을 품는 불량 학생 이상미를 연기했다. 이상미가 임나미(심은경 분)를 소각장으로 불러내 협박하는 장면과 본드에 취해 깨진 음료수 병으로 수지(민효린 분)의 얼굴에 상해를 입히는 장면은 천우희라는 배우를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이후 2012년 탁구 남북단일팀의 이야기를 다룬 <코리아>에서 현정화(하지원 분)의 동생, < 26년 >에서는 임슬옹이 연기한 권정혁의 누이를 연기했다. 사실 <써니>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다소 소극적인 행보였지만 천우희는 훗날 인터뷰에서 <써니> 이후 외출도 자제할 정도로 깊은 슬럼프에 빠졌었다고 고백했다.

천우희가 배우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작품은 2014년 단 2억 원으로 제작된 독립영화 <한공주>였다. <한공주>는 2004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천우희는 극 중 상처를 안고 서울로 전학 온 여고생 한공주의 복잡한 심리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천우희는 2014년 청룡영화제에서 손예진, 김희애, 전도연, 심은경 같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상을 받은 천우희가 벌벌 떨며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한 수상소감은 2014년 청룡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상업 및 독립영화 오가던 천우희, JTBC <멜로가 체질> 주연 
 
 천우희는 <곡성>에서 썩 크지 않은 비중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선보이며 영화를 더욱 빛냈다.

천우희는 <곡성>에서 썩 크지 않은 비중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선보이며 영화를 더욱 빛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한공주>로 청룡영화제를 비롯한 7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신인상을 휩쓴 천우희는 단숨에 한국 영화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천우희가 갑작스러운 인기와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에도 <뷰티 인사이드> <해어화> 같은 상업 영화뿐 아니라 <카트>처럼 작은 영화에도 다양하게 출연하며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풍부하게 채워 나갔다. 그리고 2016년에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서 또 한 번 뛰어난 존재감을 보였다. 

2017년과 2018년, 고 김주혁의 유작이 된 <아르곤>과 <흥부>에 나란히 출연했던 천우희는 9일 첫 방송되는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멜로가 체질>은 지난 1월 개봉해 무려 160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이병헌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각본에도 참여한다.

천우희는 <멜로가 체질>에서 성공을 꿈꾸는 감정 기복이 심한 신인 드라마 작가 임진주를 연기한다. 이 밖에 대중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독립 영화계에선 잘 알려진 전여빈이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을,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지은이 워킹맘이자 드라마 제작사 마케팅PD 황한주 역을 맡았다. 남자 배우로는 <응답하라 1988>의 김정봉으로 유명한 안재홍과 <극한직업>의 막내 형사 공명이 출연한다. 

천우희는 지난 4월 산불 피해 때 1000만 원의 성금을 기탁했고 지난 2016년에는 홈리스들을 위한 기부 화보를 촬영했을 만큼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배우다. 영화로는 <써니>(740만), <곡성>(680만), <한공주>( 7개 영화제 연기상) 등 대표작이 많지만, 2017년 <아르곤>을 제외하면 드라마 활동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1600만 영화를 만든 이병헌 감독과 함께, '수다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멜로가 체질>로 드라마에 복귀한 천우희.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천우희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천우희는 '수다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멜로가 체질>을 통해 2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천우희는 '수다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멜로가 체질>을 통해 2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멜로가 체질> 홈페이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