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일본 음악영화 <오래된 이 길>

제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일본 음악영화 <오래된 이 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가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한일 대결 국면이 격화되면서 우리 측의 반격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조언이다. 4일 제천시의회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에 일본영화 상영중단을 요청한 것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다소 우려를 보내고 있다.
 
핵심은 국가적 차원으로 대응하기보단, 시민들에게 맡겨달라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글처럼 '국가는 원칙적으로 정제된 대응을 하고 싸움은 시민들이 하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순수 예술의 흐름으로 바라봐 주길"

4일 제천시의회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일본영화 상영중단 요구는 제천영화제 측이 "상영되는 7편의 일본 음악영화들이 일본 정부 주장과 무관한 데다, 일본 정부외 뜻을 같이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는 구분돼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제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천 제천시장도 소설미디어를 통해 영화제 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 시장은 "2019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는 일본의 감독과 배우들이 게스트로 참석해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을 논한다"며 "올해의 상영작 총 127편(37개국) 중, 일본과 관련되었다는 7편은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과의 합작 영화이거나, 일부 제작비가 투자되었지만 타 국적 감독 혹은 아베 정권을 경멸하는 감독의 작품이 4편, 순수 인디음악과 뮤지션에 대한 몽환적 삶을 그린 작품이 3편으로 일본의 정치적 내용과는 무관한 지극히 '순수 예술'의 작품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아베 정권의 행태에 상응하는 일본 영화계의 움직임이나 작품들이 있었다면 단호하게 대처해야겠지만, 그렇지 않고 순수하게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의 영화인들이나 작품까지 보이콧하는 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민간 문화교류의 장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신중해야 할 부분"이라며 "단순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하고 편견 없이 총 127편의 상영작을 그저 세계 순수 예술의 흐름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 시장은 글과 함께 '일본 반대' 구호를 든 사진을 같이 올려 자신도 국민적 감정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렸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이상천 제천시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이상천 제천시장ⓒ 이상천 페이스북

  
검열로 실추된 아이치 트리엔날레
 
한국 문화예술계의 신중한 대응은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에 예민한 문화예술인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시 검열 문제는 국제예술제로서의 위상을 떨어뜨렸다.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문제 삼은 일본 측이 개관 3일 만에 전시를 중지시키면서 국내 작가들은 작품을 철수시켰다.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로 부상하던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검열로 치명타를 입게 됐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검열 사건에 대한 한국 문화예술인들의 공동 성명이 준비되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제천시의회의 영화제 관련 일본영화 상영 거부 요구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 정치의 몰가치를 비판하는 예술가들의 활동은 더 자유로워야 하고 예술을 통한 인류의 소통은 훨씬 더 활발해지도록 장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영화계는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부산영화제 <다이빙벨> 상영 중단 요청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이후 정치적 탄압과 블랙리스트를 통해 정권 차원에 차별과 배제에도 강하게 저항했다.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은 독재 시대의 산물이자 몰지각한 반문화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적지 않은 일본 영화인들은 아베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는 등 우리와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다.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베 정권의 축하를 거절했다. 아베 역시도 축하 전화를 따로 하지 않았다. 감독의 작품은 전통적인 가족관을 강조하는 아베 정부를 반박하는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일본 사회 우익 시선과 반대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베 비판한 일본 배우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2018년 10월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근 제주 해상 관함식을 앞두고 일본 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게양하고 입항하는 것에 대해 "자위대는 욱일기가 자신들의 전통이라 굽힐 수 없다고 하겠으나, 한 번쯤 과거사를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며 "사실 일본 아베 정권은 욱일기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2018년 10월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근 제주 해상 관함식을 앞두고 일본 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게양하고 입항하는 것에 대해 "자위대는 욱일기가 자신들의 전통이라 굽힐 수 없다고 하겠으나, 한 번쯤 과거사를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며 "사실 일본 아베 정권은 욱일기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성호

 
지난해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은 한국에서 열리는 해군 관함식에 일본 군함가 욱일기를 게양하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히며, 양심적 일본 영화인들의 인식을 보여줬다. 당시 쿠니무라 준은 피할 수 있었던 질문임에도 "한국 분들이 이 깃발에 대해 남다르게 생각하는 걸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일본이 한국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아베 정부는 욱일기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배우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외에 일본의 대표 감독 중 하나인 이와이 슌지는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조명한 반핵 다큐를 만들었다. 아오야마 신지, 소노 시온 감독 등도 아베 신조 정권과 우경화에 공공연히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따라서 아베에 반대하는 양심적 일본 문화예술인들과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에서, 굳이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기보다는 시민사회에 맡겨 달라는 것이 영화계, 더 나아가 문화예술계의 요구인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