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선도했다던 드라마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시청률이 7%대만 나와도 '선방'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요즘이다. 각 방송사들은 '적자'를 이유로 드라마 제작 편수를 줄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방영하는 드라마보다 차라리 과거에 만든 드라마를 방영하는 게 시청률이 더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만큼, 최근 방영했거나 하고 있는 드라마들은 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들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세 드라마는 '특정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해 가는 장르물로, 시청자들은 매회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범인 찾기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왓쳐> : 누가 범인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
 
 왓쳐

왓쳐 ⓒ ocn

 
OCN 드라마 <왓쳐>의 시작은 어린 영군이었다. 그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칼에 찔려 죽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머니를 찌른, 칼을 든 아버지가 있었다. 아니 영군은 그렇게 믿었다. 영군을 담당했던 의욕이 앞섰던 검사 한태주(김현주 분)가 영군의 증언을 독려했고, 아버지의 후배 형사인 도치광(한석규 분)은 아버지에게 가장 불리했던 증거인 피가 묻은 잠바를 찾아냈다. 그리고 영군의 증언과 도치광이 찾아낸 증거로 아버지 김재명(안길강 분)은 감옥에서 15년을 살았다.

그리고 15년 후, 아버지를 감옥에 보낸 도치광과 이제 경찰이 된 영군(서강준 분)이 비리 수사팀에서 만났다. 시작은 경찰 내부 비리 수사였지만, 그 과정에서 15년 전 영군 어머니 살인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영군을 비롯해 과거 영군 어머니 살인사건과 연관된 수사팀원들은 각자 개인적인 의도를 가지고 과거를 헤집는다.

그렇게 <왓쳐>는 수면 위로 올라온 과거 사건의 범인들을 하나씩 찾아 나선다. '비리'와 가장 어울릴 듯한 장해룡(허성태 분)을 의혹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작한 드라마는 뜻밖에도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그 '의심'의 시선을 팀장 도치광에게로 돌린다. 영군이 잊었던 그날 세탁기에 아버지의 잠바를 넣은 사람, 그리고 가장 정의로운 듯하지만, 비리의 핵심인 재벌 회장의 '개'라던 사람... 심지어 장해룡은 대놓고 말한다. 자신에게 향했던 그 의혹의 화살의 방향을 바꾸어 놓고 보면 도치광이 범인인 게 자명하다고 말이다.

경찰 내부의 비리를 밝히겠다며 시작한 수사가 사실은 자신의 과거를 덮으려는 또 다른 범행일 수 있다는 의심을 <왓쳐>는 매혹적으로 풀어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자들은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드라마 속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 중엔 '단선적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모두가 다른 속내를 숨기고 있다.

10회, 비로소 백송이 사망 위장 사건을 통해 도치광의 속내가 드러나고, 그는 혐의에서 한 발 비껴 선다. 하지만 도치광이 비껴 서자마자 나머지 인물들이 의뭉스런 모습을 보이며 용의선상에 줄을 선다. 이젠 영군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자 했던 한태주조차 믿을 수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왓쳐>로 인해, 시청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회를 기다린다.

< 60일, 지정 생존자 > : 원작과 다른 선택이 만든 쫀득함
 
 지정생존자

지정생존자 ⓒ tvn

 
이미 <넷플릭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본 <지정생존자>가 리메이크된다 할 때, 많은 이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미국 대통령 유고 시의 사건을 다룬 이 드라마가 과연 다른 조건의 제도를 가진 한국적 상황에 어울릴 것인가부터, 시즌1 중반부에 이르러 이미 드라마적 동인이 한결 떨어졌던 드라마를 리메이크했을 때 과연 재미를 보장할 수 있을까가 주요 화두였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임을 tvN 월화드라마 < 60일, 지정 생존자 >는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다. 미국과 다른 정치적 상황은 남과 북의 대립이라는 긴장감 있는 지정학적 조건으로 치환하고, 미국 내 소수 인종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재외 동포의 문제로 풀어내는 등 한국적인 상황에 걸맞은 서사로 안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작에서 키퍼 서덜랜드라는 배우에 의지했던 대통령 캐릭터는 배우 지진희를 앞세워 답답할 때도 있지만 원칙적이면서도 강직한 모습으로 잘 그려내며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 60일, 지정생존자 >는 범인과 배후를 드러내며 드라마의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은 원작과 다른 길을 택하며 긴장감을 더해 가는 중이다. 드라마는 국회의사당 폭파 사건에서 살아남은 오영석(이준혁 분)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을 '백령해전'에서 살아남았지만 국가와 국민들에게 응분의 '존중'을 받지 못해 뒤틀린 '테러 집단'으로 설정하여 개연성을 살렸다.

아울러 그들 뒤에 합참의장의 권한조차 좌지우지할 청와대의 그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위기의 순간, 박무진 대통령 권한 대행 곁에서 헌신적으로 그를 지탱해줬던 한주승(허준호 분)과 차영진(손석구 분), 과연 그들이 테러의 배후일까? 그 의혹을 풀어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 60일, 지정생존자 >다.

<미스터 기간제> : 학교비리의 절정... 추악한 괴물은 누구?
 
 미스터 기간제

미스터 기간제 ⓒ ocn


상위 1%만 가는 명문 사학 천명 고등학교에서 여고생 정수아가 살해를 당하고 같은 반 남학생 김한수가 용의자로 몰렸다. 수임 받은 사건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송하 로펌의 에이스 기무혁은 로펌 대표로부터 적당히 형량을 조절하라는 청탁을 받고 사건에 임한다.

하지만 로펌 대표의 말과 달리 욕심이 앞섰던 기무혁은 법정에서 김한수의 무죄를 주장, 이를 위해 정수아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스폰'을 접대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려다 김한수의 반발과 이어진 자살 시도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기무혁은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간제 교사 기강제로 천명 고등학교에 잠입한다. 명문 사학이라는 번드르르한 외양과 달리, 학교 안에서는 상위 1% 학생들의 커넥션과 갑질이 횡행하고,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 사회배려자(사배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에 대한 학대에 가까운 차별이 게임처럼 벌어지는 걸 목격하게 된다.

사배자 안병호를 상대로 학교 옥상에서 벌어진 일방적인 폭력 게임을 시작으로 <미스터 기간제>는 여전히 학교 안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학폭'을 이야기 한다. 또 학교 교육은 서비스라는 마인드로, 편법과 부당 학사 관리를 자행하며 돈 있고 권력 있는 학부모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비리 재단의 모습을 기강제를 통해 조명한다.

드라마는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을 통해 상위 1%라는 학교 안 권위에 기대어 정수아를 괴롭혔던 학생들의 민낯을 고발하는 동시에 천명고 행정실장 이태석(전석호 분)을 중심으로 정수아의 스폰, 그 실체에 다가간다.

실체에 다가갈수록 모두가 '공범자'이자 '가해자'임이 드러나며 추악한 명문사학의 파멸의 시간이 점점 가까이 온다. 비리고 범벅이 된 명문사학은 언뜻 < SKY 캐슬 >을 떠올리게 하지만, <미스터 기간제>는 교사가 된 변호사의 색다른 시선과 빌런으로 등장하는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의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장르물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왓쳐 지정 생존자 미스터 기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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