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자> 스틸

영화 <사자>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도입부는 엔딩만큼이나 중요하다. 관객들을 영화 속 세계관으로 안내하고, 등장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기도,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그 세계가 비현실적인 세계거나 현실의 삶과 동떨어졌다 할지라도 영화가 상영되는 그 시간만큼은 현실처럼 느끼고 꿈을 꾼다. 이는 관객이 영화 속 세계관에 몰입했을 때 이야기다.

영화 <사자>는 신을 믿지 않는 용후(박서준)가 어떤 사건을 통해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고 그 후 정체불명의 강력한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2015)로 대중성을 얻은 오컬트 장르라고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진입장벽이 낮지는 않다. 

박서준이라는 대중적인 배우로 관객들을 극장까지 끌고 올 수는 있지만, 세계관으로 끌어오는 것은 오롯이 영화의 힘으로 이뤄내야 한다.

<사자>는 초반, 관객들을 온전히 영화 속으로 끌어 들이지 못했다. 과거 이야기가 현재의 용후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을 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반부터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한 <사자>는 결국 영화 절정에서 '불주먹'이 거슬리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영화 <사자> 스틸

영화 <사자>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분위기는 CG(컴퓨터 그래픽)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용후의 불주먹은 영화에 수없이 등장한다. 안신부를 도와 악을 처단하기 위한 수단인 용후의 불주먹은 당연히 CG로 처리됐고, 너무나도 인위적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불주먹으로 불편함의 정점을 찍는다.

불주먹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사자>에 너무나도 많은 CG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불주먹이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가 아닌, 불주먹 외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구마의식과 함께 언제나 등장하는 것은 CG다. 오컬트 분위기를 CG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처럼 남용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관객들이 온전히 그 분위기에 몰입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CG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분위기'다.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그 세계에 흡수된다면 불주먹은 큰 문제가 아니다. <사자>는 그 분위기를 형성시키지 못하고 힘겹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영화 <사자> 스틸

영화 <사자>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몰입 방해하는 드립과 TMI(Too Much Information)

<사자>의 대사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거슬리는 것은 영화와 전혀 상관없이, 뜬금없이 등장하는 드립이다. 이런 대사들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숨 쉴 구멍을 만들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영화에서 현실로 빠져나가는 틈을 만들기도 한다. 

<사자>에서는 전자보다는 후자로 작용했다. 중국집 배달원과 용후의 의미없고, 이해하기 힘든 대화는 관객들이 실소를 터트리게 한다. 또 너무나도 설명적인 전개는 흥미로운 인물마저 호기심을 떨어트린다. 용후와 안 신부를 만나게하는 점쟁이가 대표적이다.

영화의 흐름과 전혀 상관없는 TMI도 문제다. 용후와 안 신부의 대화는 그나마 만들어진 영화의 분위기를 깨트린다. 관객들이 궁금한 것은 용후에게 갑자기 생긴 능력이지 용후의 여자관계나 안 신부가 여자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가 아니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번에 전환시키고 몰입을 깨트린다. <사자>에 등장하는 악이 얼마나 강력한지, 또 그 악으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숨죽이고 지켜보던 관객들을 그 순간 영화에서 빠져나오게 만든다.

결국 <사자>의 문제는 불주먹만이 아니었다. 이는 영화 속 세계관에 깊게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여러 요소로 인해 부각된 오점이다. 아직 몰입하지 못하고, 교감하지 못한 상황에서 날아오는 블주먹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영화 <사자> 스틸

영화 <사자>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도전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물론 <사자>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서준을 비롯해 안성기, 우도환, 박지현, 아역 정지훈 등의 연기에는 모난 곳이 없다. 특히 용후와 안 신부에게 맞서는 빌런 지신 역을 연기한 우도환은 자신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를 잘 이용했다. 멋스러우면서 야비하고 비열한, 섹시하면서도 비릿한 지신을 자유자재로 탁월하게 표현했다.

<사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도전이다. 이 작품은 영화 <청년경찰>로 상업영화에 데뷔한 김주환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서준과 다시 만났다.

<청년경찰>은 경찰대생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이 열정과 집념으로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성(性)과도 연관된 사건이라 다루기 까다로웠지만 재기발랄하게 풀어냈다. 그 결과 56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자>의 표면적인 장르인 오컬트는 진입장벽이 높다. 오컬트만이 지닌 분위기를 차치하더라도 대중적으로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톤 조절에 다소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대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노력과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지난달 31일 개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