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오데사영화제 우크라이나 국내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Nicholas Elliott (평론가, 로카르노 프로그래머), Joanna Kos-Krauze 감독, Ivanna Dyadyura 프로듀서, Mania Akbari 감독 배우가 올렉 센초프의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채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제10회 오데사영화제 우크라이나 국내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Nicholas Elliott (평론가, 로카르노 프로그래머), Joanna Kos-Krauze 감독, Ivanna Dyadyura 프로듀서, Mania Akbari 감독 배우가 올렉 센초프의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채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클레어함

 
"정복자의 법정은 공정할 수 없다." 
"세상 최악의 죄는 비겁함이다."
"당신이 신념을 위해 분투하거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신념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 올렉 센초프

 
지난 7월 20일 폐막한 우크라이나 오데사영화제는 러시아 시베리아 감옥에서 20년형을 감내하고 있는 정치범, 올렉 센초프(Oleg Sentsov) 감독을 위해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벌였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오데사영화제는 개폐막식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 상영회 전에 '올렉 센초프를 석방하라 (#Free Oleg Senstov)'라는 메시지를 담은 30초가량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또 개막식 레드카펫행사에서는 우크라이나 국내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들이 올렉 센초프를 석방하라는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아울러 영화제측은 공식 웹사이트의 한 페이지를 할애해 그의 영화뿐만 아니라 재판에 관한 전 과정 및 지원상황 등 많은 정보를 알렸다.

올렉 센초프 구명 운동 나선 유럽 영화인들
 
 올해로 10회를 맞는 오데사영화제는 개폐막식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 상영회 전에 '올렉 센초프를 석방하라 (#Free Oleg Senstov)'라는 메시지를 담은 30초가량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오데사영화제는 개폐막식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 상영회 전에 '올렉 센초프를 석방하라 (#Free Oleg Sentsov)'라는 메시지를 담은 30초가량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클레어함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지역인 크림반도 출신의 올렉 센초프 감독은 2014년 5월 10일 밤, 옛 소련 시절 정보기관인 KGB 후신 러시아 연방안보국(FSB)에 의해 갑작스레 체포된다. 이후 2015년 8월 25일, 러시아 군법재판에서 불법 무기거래 및 테러 공격 계획 등의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중이다.

하지만 본인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과거 러시아의 유명한 여성주의 펑크록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을 변호했던 그의 변호사 디미트리 딘제(Dmitry Dinze)는 러시아 정부가 물증도 없이 신뢰할 수 없는 두 명의 증언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피고인은 조사 중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올렉 센초프 감독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점령에 저항하며 당시 현지에서 포위되었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의료와 음식을 제공했던 적극적인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테러활동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던 증인 중 한 명은 경찰의 고문과 협박에 못이겨 거짓 증언을 했으며 센초프 감독을 만난 적이 없다고 재판 후반과정에서 증언을 번복하기도 했다.

FSB는 센초프 감독이 러시아에서 테러단체로 규정한 'Right Sector'의 회원이라는 증거로 그가 소장한 500개 DVD 중 파시스트·나치 관련 DVD 2개를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정치범 석방 요구하며 단식
 
 올해로 10회를 맞는 오데사영화제는 개폐막식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 상영회 전에 '올렉 센초프를 석방하라 (#Free Oleg Senstov)'라는 메시지를 담은 30초가량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오데사영화제는 개폐막식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 상영회 전에 '올렉 센초프를 석방하라 (#Free Oleg Sentsov)'라는 메시지를 담은 30초가량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클레어함


올렉 센초프 감독의 수감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영화인들부터 언론, 인권단체 등이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아스콜드 쿠로브 (Askold Kurov) 감독은 다큐멘터리 <재판 : 러시아 대 올렉 센초프 (The Trial: The State Of Russia Vs Oleg Sentsov)>(2017)를 통해 센초프의 힘겨운 재판 과정과 불굴의 의지를 현실감 있게 잘 담아냈다. 이 다큐는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또한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언론 <가디언>은 재판이 열린 2015년 8월 25일자 신문에 "정복자의 법정은 공정할 수 없다", "세상에 최악의 죄는 비겁함이다", "당신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분투하거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신념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등 많은 올렉 센초프가 재판정에서 한 마지막 발언 전문을 번역해 지면에 게재하기도 했다.
 
같은날 국제앰네스티도 그의 구속과 수감에 대해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에 반대하는 그의 활동때문에 부당한 재판을 받았다"며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스탈린시대 쇼 재판'을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는 2018년 5월 14일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 정치범 64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시작하기도 했다. 앰네스티측이 밝힌 것에 따르면, 그의 건강이 염려돼 단식 81일차에 의료진과 함께 감옥 방문을 요청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별다른 이유없이 거절했다고 한다.

센초프 감독은 145일에 걸친 (제한적인) 단식투쟁으로 체중이 30kg이나 줄었으나, 러시아 정부의 강제음식투여 협박이 있었다며 공식서한을 통해 단식중단 선언을 했다. 그의 목숨을 건 투쟁에도, 러시아 정부는 한 명의 정치범도 석방하지 않았다.

2018년 12월 12일 올렉 센초프 감독은 유럽 의회가 인권과 자유 수호에 큰 공헌을 한 개인과 단체에게 수여하는 사하로프 '사상의 자유상 (Freedom of Thought)'을 받았다. 이 사하로프상은 1988년 소련의 핵물리학자이자 반체제 인사인 안드레이 사하로프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수감중에도 멈추지 않는 창작활동
 
 올해로 10회를 맞는 오데사영화제는 개폐막식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 상영회 전에 '올렉 센초프를 석방하라 (#Free Oleg Senstov)'라는 메시지를 담은 30초가량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오데사영화제는 개폐막식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 상영회 전에 '올렉 센초프를 석방하라 (#Free Oleg Senstov)'라는 메시지를 담은 30초가량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클레어함


1976년 크림반도의 수도, 심페로폴에서 태어난 그는 성장기 컴퓨터 게임에 관심이 많아 한때 컴퓨터 게임 콘테스트에서 우크라이나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고 사이버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비디오게임에 관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첫 장편영화 <게이머 Gaamer>로 로테르담영화제에서 데뷔한 후,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첫 작품의 성공은 그의 두번째 작품, <리노 Rhino>의 펀딩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러시아 크림반도 침공으로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그는 수감중에도 계속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데사국제영화제의 율리아 신케비치 (Julia Sinkevich) 집행위원장은 "올렉 센초프 감독은 우리 영화제와 인연이 깊다"며 "그의 데뷔작 <게이머>는 본 영화제에서 초청되어 상영되었고, 차기작, <리노 Rhino (Nosorog)>은 2018년 피칭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데사영화제 같은 연례행사는 조작된 혐의로 억울하게 수감된 그의 상황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라고 전했다.

센초프 감독처럼 크림반도 출신으로 알려진 유명 배우이자 감독 아크템 세이타블라예프(Akhtem Seitablayev)는 영화제 기간 중 <넘버즈 Numbers> 기자회견을 통해 그와의 협업을 설명했다.

세이타블라예프 감독과 동석한 안나 팔렌척(Anna Palenchuk)프로듀서는 센초프 감독이 각본을 쓴 <넘버즈 Numbers>의 영화화 제안은 작년에 처음 동 영화제 피칭세션에서 나왔고, 우크라이나 문화부로부터 재정을 지원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넘버즈>의 트레일러를 공개한 후 현재 후반작업중이라고 알렸으며, 센초프 감독과의 소통은 백통이 넘는 편지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안나 팔렌척은 "이런 방식의 작업은 센초프 감독이 수감중에도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가 단식 투쟁을 할 때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선 센초프 감독의 서한도 공개됐다. 이 서한에서 센초프 감독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함께 참여해 준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세이타블라예프 <넘버즈> 공동감독은 "<넘버즈>의 각본이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부조리극을 연상시킨다"며, "센초프 감독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연극과 영화 두 매체를 혼합하는 복잡한 성격을 지닌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주요한 결정은 모두 센초프 감독이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감옥에 있는 센초프 감독과 직접 소통이 불가한데다 편지는 자주 지연되고 정치적인 내용은 배제된 채 예술만 논의해야 해서 작업과정이 무척 지난했으나, '올렉 센초프 감독의 열정과 디테일에 대한 그의 세심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제10회 오데사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은 영국의 거장감독 마이크 리는 시상식에서 "물론, 나도 세상의 모든 영화인들처럼 올렉 센초프를 지지한다. 그에게 나의 지지하는 마음과 애정을 보낸다"라는 발언으로 청충들의 박수를 받았다. 마이크 리 감독은 이전에도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한에 연명하며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한편 유럽 영화계는 올렉 센초프의 석방을 위해 많은 지원활동을 해왔다. 2014년 그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칸영화제는 마켓 부스에 그의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고, 그 다음해에 '올렉 센초프에게 자유를'이라는 자막과 함께 그의 사진을 영화 상영전에 공개하기도 했다. 산세바스찬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는 수감중인 그를 명예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유럽필름아케데미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고위 정부 관료들에게 서한을 보내 올렉 센초프의 상태와 위치를 공개할 것과 아울러 그의 사건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며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페드로 알모도바, 켄 로치, 벨라 타, 빔 벤더스, 아그니에슈카 홀란드, 크쥐쉬도프 자누시,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 다수의 감독들과 프로듀서, 배우들이 이 공개서한에 연명으로 참여했다. 2015년, 독일필름아카데미는 러시아정부에 그의 석방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고, 파티 아킨, 탐 티커 감독, 베로니카 페레스 등이 연명했다.     

오데사영화제는 올해로 오데사영화스튜디오 백주년을 맞아 과거 "흑해의 할리우드"라고 불렸던 시네마의 황금기, 1920년대에 제작한 고전영화 특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전함 포템킨>의 대규모 시위 장면의 배경인 포템킨 층계에서는, 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한 1928년작 무성영화 <코삭 Cossacks>의 야외상영에 무려 5만명의 시민들이 함께 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클레어 함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칼럼니스트및 인권활동가이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