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음악 무료저작권 사이트 발췌

▲ 음악무료저작권 사이트 발췌ⓒ Unsplash


앨범 발매를 기념하여 열리는 쇼케이스나 인터뷰에 참여하다보면 음악이란 게 계절과 시간, 그리고 날씨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 예술이란 걸 절감하게 된다. 

많은 가수들이 "이번 타이틀곡은 여름에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다", "비오는 장마시즌에 듣기 좋은 곡을 준비했다", "이 곡은 햇빛 좋은 날 드라이브를 하면서 듣기에 안성맞춤이다", "금요일 밤에 한 주 간의 스트레스를 풀면서 듣기에 딱인 곡이다"... 등등의 이야기들. 즉, 리스너가 노래를 듣는 환경과 그 환경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창작자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일까. 아마도 그건 노래가 사람의 감성과 직결된 것이고, 감성은 계절, 시간대, 날씨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기 때문이다. 물론, 감성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들도 있다. 얼마 전 연인과 헤어졌다거나, 아니면 오랫동안 원하던 것을 이뤄서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라거나. 이런 개인적인 사연들 역시 감정상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개인사정은 그 사람 이외 사람에겐 권한 밖의 일이니까, 창작자의 최선은 모두에게 공통된 환경을 고려하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8월의 첫째 날인 오늘, 비가 막 그친 오후, 현재의 계절, 날씨, 시간대에 어울릴 법한 노래가 있다면 무얼까. DJ가 되어 누군가에게 음악을 추천해주는 마음으로 세 곡을 골라봤다. 

윤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윤하 가수 윤하가 미니 4집 < STABLE MINDSET >으로 돌아왔다. 새 앨범을 소개하는 그의 인터뷰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타이틀곡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이다.

▲ 윤하가수 윤하가 미니 4집 < STABLE MINDSET >으로 돌아왔다. 새 앨범을 소개하는 그의 인터뷰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타이틀곡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이다.ⓒ C9엔터테인먼트


"문득 생각이나요/ 우리 헤어지던 날/ 마음 아팠던 그날을/ 그대는 여전히 잘 지내나요/ 이런 날이면 보고 싶어요"

밖은 이제 막 비가 그쳤지만 비가 남긴 여운은 아직 남아있다. 여름비든 겨울비든 비가 오는 날엔 역시 이별노래가 제격. 윤하의 최신곡 '비가 내리는 날에는'에는 비오는 날과 연결되는 모든 감성들이 꾹꾹 눌러 담겨 있다. 비하면 이별, 이별하면 그리움과 쓸쓸함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위의 첫 소절만 해도 그것이 다 들어 있다. 

이별의 사연이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비가 오면 헤어진 연인이 생각나고 보고 싶어지는 건 모든 사람이 다 엇비슷한가보다. 얼마 전 인터뷰 때 "올 여름에 비가 좀 많이 와야 할 텐데, 요즘 통 비가 안 온다"며 노심초사하던 윤하의 걱정과 달리 이 곡은 차트 상위권 자리를 줄곧 지키며 사랑받고 있다. 윤하는 장마시즌을 겨냥해서 이 노래를 들고 왔다고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비 오는 날 한껏 센치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더군다나 윤하의 애절한 보컬은 이런 날 듣기에 더없이 촉촉하다. 윤하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에픽하이의 '우산'도 같이 들어도 좋겠다. 비오는 날 우산이 없으면 안 되니까.

아이유, '마음'
 
아이유 아이유 '마음' 이미지

▲ 아이유아이유 '마음' 이미지ⓒ 아이유 공식 페이스북


아이유의 '마음'은 다소 생뚱맞은 선곡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비가 막 그치고 하늘이 개서 숨어있던 햇빛이 쫙 내릴 때, 하지만 아직도 거리의 잎사귀는 촉촉하게 젖은 채 이슬을 닮은 물방울들을 데구르르 떨어뜨릴 때. 그럴 때 나는 아이유의 '마음'이란 곡이 떠오른다. 

"툭 웃음이 터지면 그건 너/ 쿵 내려앉으면은 그건 너/ 축 머금고 있다면 그건 너/ 둥 울림이 생긴다면 그건 너/ 그대를 보며/ 나는 더운 숨을 쉬어요/ 아픈 기분이 드는 건/ 그 때문이겠죠/ 나를 알아주지 않으셔도 돼요/ 찾아오지 않으셔도/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툭- 쿵- 축- 둥-. 개인적으로, 각 소절의 첫 부분에 나오는 의태어 혹은 의성어들 때문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곤 한다. 특히 '축 머금고 있다면 그건 너'라는 구절은 초록초록한 여름 풀잎들이, 지나간 소나기를 머금고 더 짙어지고 신선해진 장면을 연상시킨다.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란 가사처럼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 맑고 순수한 무언가는 비가 막 그친 여름 하늘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어반자카파, '목요일 밤'(Feat. 빈지노)
   
어반자카파 어반자카파 '목요일 밤' 재킷 이미지

▲ 어반자카파어반자카파 '목요일 밤' 재킷 이미지ⓒ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평범한 목요일 밤/ 널 데려 갈게 어디든/ 일주일 중에 네가/ 제일 지쳐 있을 오늘/ Wanna drive/ If you don't mind/ 둘이서 갈래 어디든/ (...중략)/ 너의 하룰 들으며/ 그랬어 그러면서/ 너를 괴롭혔던/ 바깥 세상의/ 밤 공기를 밀며/ 창 밖에 내던진 음악처럼/ 한강엔 별과 달이 시간과/ 똑같이 흐르고 있어"

주 4일 근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걸까. 요즘은 회식도 목요일에 많이 한다는 이야길 들었다.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는 것도 금요일보다 목요일을 더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Friday Night'을 부르던 지오디의 열정이 옛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이 곡 '목요일 밤'은 퇴근 후, 황혼이 지는 하늘을 뒤로 한 채 드라이브를 즐기며 듣기에 딱이다. 

물론, '평범한 목요일 밤'이란 가사처럼 이들은 목요일을 금요일 밤처럼 홀가분한 날로 여기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왜 월요일도 아니고, 화요일도 아니고, 수요일도 아니고, 목요일 밤일까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목요일 밤이 다음날 출근의 부담이 다른 평일보다 적기 때문이란 결론이 나온다. 금요일은 피곤에 절어 비몽사몽하더라도 괜찮다. 다음 날이 토요일이니까. 

요즘 음원 어플리케이션에 들어가보면 '지금 이 시각 추천음악' 같은 메뉴가 눈에 띈다. 사람의 감성이란 건 시시각각 변하고, 그 감성에 딱 어울리는 노래를 들을 때 아마 우린 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은 누가 시켜서 듣는 게 아니니까, 오직 내 마음을 따르는 일이니까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한 노래를 찾는 건 근사한 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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