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초연 이후, 1년 만에 연극 <알 앤 제이(R&J)>가 돌아옸다. 엄격한 규율이 가득한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네 명의 남자 학생이 등장한다.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강렬한 일탈과 희열의 순간을 경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연극 <알 앤 제이>에서는 극이 시작됨과 동시에 학교 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발을 구르며 무대 위로 올라온다. 그들은 다같이 "거짓말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자신을 속이지 마라, 누구도 죽이지 마라,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마라"라고 외친다. 그리고 이들은 늦은 밤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와 붉은 천으로 감싸 놓은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낭독한다.

네 명의 배우들은 학생 1, 2, 3, 4의 역할뿐만 아니라 각각 로미오, 줄리엣, 머큐쇼, 티볼트, 유모 등 한 사람이 여러 역을 맡아 연기한다. 이 극에선 여배우가 아닌 남배우가 줄리엣을 연기하는 신선한 연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무대 위에도 객석이 있고 배우들은 그 사이를 왔다 갔다하며 그 위에서도 발을 구른다. 진동이 크게 느껴지고 배우가 코 앞에 있다보니 조금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다. 무대 위의 객석에 앉은 관객들도 공연의 한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일반 객석 사이에도 무대가 설치되어 있어, 무대석이 아니더라도 가까이에서 배우들과 함께하는 기분을 즐길 수 있다. 무대 설치에도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탑처럼 쌓여진 책상들, 그리고 책상들보다 더 높이 있는 창문들이다. 높은 곳에 달린 큰 창문을 보면 큰 성 안에 갇힌 기분이 들어, 억압받는 학생들의 기분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극 중에는 여러 번의 종소리가 들린다.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혹은 현실에서 빠져나가 그들만의 세상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신호인 것 같다. 무대 위, 그리고 사운드의 효과로 극 안에서 나름대로 해석해보는 재미가 많은 극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속에서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 폭력과 욕망, 죽음의 서사는 따분한 설교와 공부만 가득한 학생들의 삶에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학교의 규율을 어기고 역할극을 이어가던 학생들은 점차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언어와 이야기에 매료된다. 그리고 희곡 속 인물의 삶에 자신들의 삶을 투영한다. 금기와 억압, 냉정한 현실의 시작을 알리는 수업 종이 울리기 전까지, 그들은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꾸듯 스스로 창조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을 향해 간다. 

연극 <알 앤 제이>의 음악은 연극 <카포네 프릴로지> <킬 미 나우>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음악을 담당한 김경욱 작곡가가 맡았다. 그의 음악은 관객이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부터, 발을 구르는 것과 같은 드러밍까지. 작품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감각적인 음악은 공연에 풍성함을 더했다. 

한편 <알 앤 제이>는 오는 9월 29일까지 서울 동국대학교 이해랑 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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