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오동 전투>의 한 장면.

영화 <봉오동 전투>의 한 장면. ⓒ 쇼박스


  일제 강점기를 조명한 여러 영화가 있었다. 특정 독립운동가를 통해 미시적으로 바라보거나 일본의 강압에 스러져 간 사람들의 아픔을 전하는 등 장르와 다양한 서사를 통해 이미 관객은 '일제 강점기 영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상은 고루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해방이었지만 당시는 어둠과 억압의 연속이었기에 전반적으로 이런 영화들은 진중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역사 자체가 일종의 스펙터클함을 담보하고 있기에 필연적으로 사건과 인물을 통해 덧대는 식이었다. 이런 경향에서 <봉오동 전투>는 시대 장르와 상업성을 아주 잘 반영한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1920년 6월 발발한 봉오동 전투는 같은 해 10월에 있었던 청산리대첩에 비해 사료가 적다. 피해자의 승리기에 당시 권력은 어떻게든 관련 자료나 역사적 증언을 숨기기에 급급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홍범도 장군 정도로 기억되는 독립군의 첫 승리의 역사를 영화는 일종의 민중 중심의 이야기로 재편했다.

홍범도, 최진동 등이 주축이 된 독립군 연합의 첫 승리. 봉오동 전투에 대한 짧은 서술이다. 하지만 정작 영화의 주인공은 마적 출신 황해철(유해진), 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분대장 이장하(류준열), 일본군에게 가족을 잃은 다수의 소년, 농민들이다. 많아야 십 수 명인 이들이 근거지를 옮기며 일본 정예 추격대와 일전을 준비한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분명한 문제의식
 
 영화 <봉오동 전투>의 한 장면.

영화 <봉오동 전투>의 한 장면. ⓒ 쇼박스

   
이런 민중 중심 사관은 영화 속 대사에서도 꽤 자주 등장한다. "어젠 농부였던 사람도 오늘은 독립군이 될 수 있다"고 하는 황해철이나 "이제 독립군 그만하고 마적질 합시다"고 재촉하는 저격수 마병구(조우진) 등의 모습은 독립의 주축이 소수가 아닌 다수의 의식 있고 행동하는 사람들이었음을 강조한다.

이런 주제의식은 지금 대한민국의 흐름과 맞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바꾸거나 재창출하던 국민은 최근 전임 대통령의 비위와 국가 농단 행위에 분노해 자리에서 물러나게까지 했다. 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많은 국가들 중 한국은 좀 더 역동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봉오동 전투> 역시 그 지점을 서사적으로 잘 구축했다.

그렇기에 여름 시장 흥행 면에서 <봉오동 전투>는 꽤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천만 관객을 모은 <명량>의 사례를 봐서도 그렇게 예측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이 현재 무역 보복 등 외교적 강수를 두며 국민 사이에 반일 감정이 꽤 고조된 터다. 물론 영화 자체는 이미 5년 전 기획됐기에 이런 외교적 상황까지 바라본 결과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국민 정서를 잘 파악하고 영화에 반영한 기획물인 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유리한 요소를 빼고 영화만 놓고 보면 <봉오동 전투>는 역동적인 액션과 캐릭터 구축으로 꽤 잘 구성된 작품이다. 다만 사건 전개와 서사 구성에 있어서 쫓기는 독립군들의 역습이라는 단순성 때문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는 인상을 준다. 극을 뒤집는 반전 요소가 없고 예상 가능한 결말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 나간다. 그 우직함을 미덕으로 볼지 약점으로 볼지는 관객에 따라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다소 과하게 등장하는 살육 장면도 거북하게 느낄 여지가 있다.

항일 메시지와 민중의 승리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론 흔히 말하는 '국뽕 요소' 또한 보인다. 그 자체가 문제라 할 수는 없지만 이 역시 일부 관객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일본은 나쁜 존재, 한국은 선한 존재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피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긴 하다. 일본군 소년병 포로를 통해 영화는 반성하는 사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한 줄 평: 국민 정서를 파악한 잘 기획된 시대물
평점: ★★★☆(3.5/5)

 
영화 <봉오동 전투> 관련 정보
연출: 원신연
제공 및 배급: 쇼박스
제작: 빅스톤픽쳐스/더블유픽처스
출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박지환, 최유화, 성유빈, 이재인, 다이고 코타로
크랭크인: 2018년 8월 16일
크랭크업: 2019년 1월 18일
러닝타임: 134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9년 8월 7일
봉오동 전투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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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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