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있던 호날두가 종료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있던 호날두가 종료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팬들이 가장 아끼는 축구 스타가 하루 아침에 '국민 비호감'이 됐다. 불과 24시간 전까지만 해도 '우리형'이라 불리던 유벤투스 FC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그 주인공이다.

호날두는 2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단 1분도 뛰지 않았다. 유벤투스 선수단의 지각으로 1시간가량 킥오프가 지연되는 와중에도 호날두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지켰던 6만3000여 관중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것이다.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친선경기를 주최한 더 페스트는 27일 "호날두는 최소 45분 이상 출전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호날두가 선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도 관중들은 후반 시작과 함께 호날두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호날두는 후반전에도 내내 벤치를 지켰고 경기가 끝난 후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호날두와 유벤투스 선수단은 한국에 입국한 지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출국했고 호날두가 떠난 자리에서 주최사 더 페스트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권오갑 총재가 대신 사과를 해야 했다.

'호날두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지며 축구팬들을 분노케 하고 있지만 사실 축구에서 해외 명문팀을 초청했다가 혼란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모두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해외 구단의 편의만을 지나치게 봐주다가 축구팬들이 뜻밖의 피해를 입은 경우다.

예매 취소표가 많아도 걱정, 적어도 걱정인 슈퍼스타 출전 여부

사실 호날두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시절이던 지난 2007년 7월 맨유 선수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FC 서울과 친선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호날두는 선발로 출전해 전반 45분 동안 1골 2도움을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쳤다. 물론 당시만 해도 호날두는 독보적인 슈퍼스타라기 보다는 웨인 루니(DC 유나이티드)와 함께 맨유의 미래를 이끌어 갈 특급 유망주에 불과(?)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후반 경기가 끝나기 전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이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자 자리를 뜨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후반 경기가 끝나기 전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이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자 자리를 뜨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처럼 해외 명문 구단의 초청이 문제가 됐던 것은 2010년 8월 FC 바르셀로나의 방한 경기였다. 그리고 올해의 호날두처럼 당시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선수는 2009년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명성을 떨치던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였다. 당시 메시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워낙 커서 함께 입국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갤럭시)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을 정도.

당시에도 한국에서는 메시의 경기 출전 여부가 축구팬들의 커다란 관심사였다. 하지만 당시 바르셀로나를 이끌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현 맨체스터 시티FC 감독)은 경기 전날 인터뷰에서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바르셀로나와 K리그 올스타의 친선경기를 예매했던 축구팬들은 커다란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메시가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비싼 돈을 내고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러 가는 보람(?)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인터뷰가 나온 이후 메시의 불참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바르셀로나 경기를 예매했던 팬들의 대대적인 예매 취소 러시가 이어졌다. 실제로 단 하루 만에 3만장에 가까운 티켓이 취소되면서 서울월드컵 경기장에는 정원(6만5000명)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3만1000명의 관중만 들어왔다. 메시는 후반 29분 교체 출전해 2골을 터트리며 활약했지만 이미 취소된 표는 돌아오지 않았다.

슈퍼스타 메시의 결장 소식으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예매 취소가 발생하면서 당시 바르셀로나의 방한 경기를 추진했던 스포츠 마케팅 업체는 막대한 금전 손실을 봤고 결국 스포츠 마케팅 사업을 접었다. 그리고 9년 후 메시의 영원한 라이벌 호날두가 45분 출전 약속을 어기며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호날두의 출전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관중들은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의 명문구단과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에게 배신을 당했다.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팬들을 기쁘게 해줄 이벤트는 얼마든지 있다

사실 올스타전이라는 문화가 미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유럽축구에서는 대부분의 리그에 올스타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가끔 팀을 섞어 친선경기를 할 때는 대부분 여름 비시즌에 그 일정을 소화한다. 미국 스포츠의 영향을 많이 받은 K리그는 1991년부터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K리그가 반드시 유럽축구의 문화와 제도를 따라 가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팬들을 위한 K리그의 축제로 올스타전을 발전시키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K리그는 2008년과 2009년 한일 클럽 올스타전인 JOMO컵을 개최했고 2017년에는 동남아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베트남 U-22팀과 맞붙기도 했다. 한·중 올스타전을 기획했던 2016년에는 한국과 중국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같은 조에 포함되면서 중국축구협회의 불허로 무산됐다. 2010년과 올해처럼 해외 명문 구단과의 친선경기를 위해 올스타전이 취소된 적도 있다. 
 
 2012년 7월 5일 오후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에서 박지성이 전반 골을 넣은 뒤 10년 전(오른쪽)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012년 7월 5일 오후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에서 박지성이 전반 골을 넣은 뒤 10년 전(오른쪽)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역대 올스타전을 보면 거창한 국가대항전이나 해외구단 초청 경기를 하지 않더라도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축구팬들을 즐겁게 하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팀2002'와 '팀2012'가 맞대결을 펼친 2012년 올스타전이었다.

당시 박지성은 골을 성공시킨 후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안기는 포르투갈전 세리머니를 재연했고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상의 탈의 후 근육을 자랑하는 '발로텔리 세리머니'를 패러디해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1995년과 1997년에는 국내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이 청룡과 백호로 팀을 나눠 올스타전을 펼친 적도 있다(물론 외국인 골키퍼 영입이 금지된 지금은 본의 아니게 편파경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프타임에 벌어지는 캐논슈터 선발대회나 선수 및 코칭스태프의 이어 달리기 등도 선수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벤트다. 

물론 해외 명문 구단 초청 경기는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을 수 있다. 해외 스타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스타전은 K리그와 축구팬들이 축제를 통해 가까워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프로축구연맹은 비싼 돈을 받고 입국해 성의 없는 경기를 치르고 떠나는 선수들을 위해 아까운 올스타 기간을 써버리기 보다는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하나라도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