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영화 포스터

▲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영화 포스터 ⓒ 찬란


1868년 미국의 크리스토퍼 숄스가 타자기로 특허를 받은 후 대부분의 문서 작업은 타자기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어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타자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11년 지구상에 남아있던 마지막 타자기 생산 공장이던 인도 뭄바이의 '고드래지 앤 보이스'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문을 닫았다. 타자기 250여 대를 수집하고 아이폰용 타자기 앱을 출시했으며 타자기로 책을 집필할 정도로 타자기 마니아인 배우 톰 행크스는 단언한다.

"좋은 타자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요. 아무리 웃돈을 낸다고 해도 이제 누구도 타자기 공장을 열지 않아요."

스팅, 뉴 키즈 온 더 블록, 펄프, 에어로스미스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는 더그 니콜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로 여전히 타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과 삶의 관계를 탐구한다.

타자기의 현주소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영화의 한 장면

▲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영화의 한 장면 ⓒ 찬란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의 제목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는 전직 IBM 직원이었던 허브가 타자기 수리공 켄 알렉산더의 도움을 받아 1983년부터 운영 중인 타자기 수리점의 이름이다. 영화는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를 통해 타자기의 현주소를 목격한다. 또한, 타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각자의 이유를 듣는다. 때론 타자기의 역사와 (타자기가) 사회 변화에 끼친 영향을 이야기한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모, 질문, 편지를 전부 타자기로 친다는 배우 톰 행크스는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는 걸 가장 좋은 점으로 꼽는다. 작가 샘 쉐퍼드는 종이를 끼워 작업하는 타자기가 타악기와 같다고 하면서 종이 표면에 잉크가 날아가 앉으며 글자가 찍히는 촉감을 예찬한다.

가수 존 메이어는 타자기는 컴퓨터와 달리 생각을 편집 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며 자신의 창작 과정을 기록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작가 데이비드 맥컬로프는 사람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며 컴퓨터 워드를 사용하지만, 자신은 빨리 가고 싶지 않은, 도리어 더 느리게 가고 싶기에 타자기를 쓴다고 밝힌다.

사회를 바꾼 타자기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영화의 한 장면

▲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영화의 한 장면 ⓒ 찬란


다른 방식으로 타자기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조각가 제레미 메이어는 타자기를 해체하여 작품을 만든다. 일부 타자기 수집가와 마니아층은 그가 타자기를 파괴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제레미 메이어는 너무 낡아 고치기 힘든 타자기 가운데 수리에 도움이 되는 부품은 기꺼이 제공하고 남은 것들로 작품을 만들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영감을 떠오르게 한다. '보스턴 타자기 오케스트라'는 낡은 타자기가 내는 소리로 곡을 만들어 사람들의 정서를 고취한다.

타자기 수집가 마틴 하워드는 타자기를 발명한 크리스토퍼 숄스에 존경을 바친다. 마틴 하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1874년 시장에 등장한 최초의 타자기 '숄스 앤 글리프'를 만날 수 있다. 이 제품은 현재 175대만 남은 상태로 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을 하는 중이다. 마틴 하워드는 어린 시절부터 최초의 타자기를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는 게 꿈이었다. 그가 어느 수집가의 도움을 받아 최초의 타자기를 직접 손으로 치는 대목에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진다.

영화는 타자기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었으며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들려준다. 타자기가 널리 확산히고 타자수의 수요가 급증하며 여성들은 사회에 대거 진출할 수 있었다. 

독일의 유명한 미디어 평론가 키틀러는 "타자기가 여성을 해방시켰다"라고 평가를 했다. 크리스토퍼 숄스가 개발한 '쿼티 자판'은 오늘날까지 키보드 자판 배열에 사용된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영화는 쿼티 자판에 영문자 배치에 관한 흥미로운 추측도 넣어 재미를 더한다.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이유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영화의 한 장면

▲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영화의 한 장면 ⓒ 찬란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는 첫 장면에서 1966년 8월 21일 가수 메이슨 윌리암스가 달리는 차에서 타자기를 던졌던 일화를 재연으로 보여준다. 메이슨 윌리어스와 에드 러샤는 당시 파괴된 타자기를 사진으로 담아 '로얄 주행 테스트'란 사진집으로 내놓았다.

타자기의 종언을 암시하는 첫 장면으로 시작한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는 타자기 수리점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와 타자기를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종말이 사실인지를 살펴본다. 영화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으로 타자기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타자기뿐만 아니라 LP, 필름카메라, 카세트테이프, 종이책 등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존재한다. 단순한 호기심, 지나간 시절의 향수, 사라져가는 것을 모으는 수집, 손으로 만지는 느낌 등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편리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들은 잃어가는 문화와 가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대세인 사고방식 외에 작지만 다양한 방식도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의 도입부엔 이런 말이 나온다.

"쓸모가 있느냐? 그건 보기 나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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