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인천 송도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정유찬 군의 생전모습

지난 5월 인천 송도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정유찬 군의 생전모습ⓒ MBC

 
현대 사회에서 운전면허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수능을 끝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것 역시 운전면허 취득이라고 한다. 그러나 운전은 결코 쉽게 생각해선 안 될, 위험을 떠안는 일이다. 실제 우리나라 한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평균 5000명 정도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9월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처벌법까지 개정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10%뿐이고, 나머지 90%는 단순 부주의나 운전 미숙으로 인한 것이란 점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 MBC 스페셜 > '도로 위의 살인 면허' 편에서는 인천 송도 교차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통해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연출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4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도로 위의 살인 면허' 편을 연출한 이영백 PD를 만났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영백 MBC PD

이영백 MBC PDⓒ 이영광

 
- 지난 22일 방송분을 마친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방송하면서 되게 많이 힘들었거든요. 너무 큰 아픔을 겪는 가족을 만나니까...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분들 따라다니며 촬영할 때도 굉장히 힘들었고, 편집하면서도 계속 눈물이 났어요. 너무 안타깝죠. 끝나고 나서는... 그분들에게 위로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분들이)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 반응은 어떤 것 같아요?
"방송을 보신 분들은 굉장히 적극적인 위로와 공감의 말씀을 해 주셨어요. 또 '조심해서 운전해야겠다'는 등의 얘기도 하고요. 특히 방송에 나온 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 제목이 '도로 위의 살인 면허'예요. 음주운전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운전 그리고 교통사고에 대한 내용이죠. 이 아이템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료를 찾아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5천 명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그중 음주운전은 10% 정도거든요. 음주운전도 많긴 하지만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워낙 많다는 얘기죠. 그래도 작년엔 조금 줄었어요. 사람들은 '차는 현대 사회의 필수품이고 편리한 도구라서 차가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더라고요.

항상 제 문제의식은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부터 시작해요. 당연하고 익숙하게 생각하던 것도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돌아볼 만한 문제가 있거든요. 그래서 교통사고를 공부했어요. 일단 우리는 교통사고를 계산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인구 10만 명당 몇 명이 사망하는지, 또 하나는 자동차 1만 대당 사고가 얼마나 나는지, 두 가지 틀로 보더라고요.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를 따지면 우리는 8명 정도예요. 그러나 자동차 사망사고가 적은 나라인 북유럽은 굉장히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데 10만 명당 2명 정도예요.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우리가 4배 정도는 더 많더라고요. 그리고 차량 1만 대당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1.7~1.8 정도 되거든요. 그러나 노르웨이 같은 경우 0.3이에요. 교통사고는 차가 많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전광판에 사망자 몇 명 부상자 몇 명이 나오잖아요. 뉴스에서도 교통사고가 보도되고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것에 너무 무감각한 것 같아요. '교통사고 났으니 큰일 났네'라고 생각하지 않고 '누가 좀 실수 했나보네'로만 생각하는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한 해 동안 일어나는 운전 사망사고가 4000건 정도인데 그 숫자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각자 다 아픔이 있어요.

그래서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담아보자고 했어요. 사람들이 짐작은 하고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어떤 아픔이 있는지 보여주자는 게 출발점이었죠. 더불어 우리가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를 생각하고 대안을 찾아보자 해서 이 얘기를 시작하게 된 거죠."
 
 인천 송도 교통사고 취재 이야기하던 이영백 PD는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님 생각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인천 송도 교통사고 취재 이야기하던 이영백 PD는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님 생각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이영광

 
- PD님도 운전하시지요? 이 방송을 제작하기 전과 지금은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저는 이전부터 운전을 조심하며 하고 있고,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운전 안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시내 나갈 때도 어지간하면 버스나 지하철 타요.

우리 사회가 운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해요. 수능 시험 끝나고 학생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게 운전면허 따는 거라고들 하잖아요. 저는 운전 자체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친구들끼리 '너 운전면허 없냐? 그 나이 먹도록 운전도 안 해?'라고 많이 얘기하잖아요.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죠. 또 차가 우리나라에서는 '과시용'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방송은 5월 인천 송도 한 교차로에서 일어난 축구클럽 승합차 교통사고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이 사건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제가 4월 말, 5월 초부터 급하게 이 방송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교통사고로 아이템을 결정하고 사례를 찾는 도중, 이 사고가 난 거예요. 그래서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님께 '우리가 이런 방송 준비하고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만나주셨어요. 힘든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법규나 제도를 그냥 두면 또 다른 아이가 희생될 것 아니냐. 우리가 상황을 알리고 방지책을 만들 수 있다면, 그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부모님들이 (출연에) 동의해 주셨어요."

- 아이들의 모습을 방송에 많이 담으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노래도 부르고 축구하고 춤도 추고 '엄마아빠 사랑한다'고 말하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희생됐다는 절절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아픔을 겪는 부모님들의 눈으로 아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의 생전모습도 많이 담고 엄마·아빠와의 모습도 많이 담는 등 아이들을 추모하는 내용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 송도 교차로 사고와 관련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게 있나요?
"특별하게 밝혀진 건 없고 운전자가 정확히 빨긴 불로 바뀐 후 8초 뒤 제한속도 30km인 거리에서 85km로 달렸다고 인정했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가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빨리 돌아와 당직을 서야 해서 바빴다고 진술했거든요. 어이가 없죠. 운전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니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거예요."
   
 <MBC 스페셜>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MBC

   
- 평소 그곳이 차가 별로 없는 지역인가요?
"차가 아주 많지는 않아요. 이게 신도시들의 특징인데 새로 도시가 만들어져서 길은 잘 닦여 있어요. 그러나 그에 비해 차들이 아주 많지는 않아요. 대신에 신호 체계에 문제가 있던 거예요. 신호를 한번 놓치면 그 뒤 또 신호를 놓치고... 여길 빨리 통과하면 쭉 갈 수 있는 구조인 거예요. 도로는 잘 닦여있고 평소 차들이 다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신호 지키기 시작하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운전자는 23살의 젊은 축구 코치거든요. 입대 전 면허를 따고 제대 후 일을 시작해 조심성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애들 태우고 매일 오가는 길이고 신호체계는 엉망이고 어떻게든 빨리 지나야 하니 신호 좀 어겨도 되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어진거죠.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여기 사고 위험 많다고 민원도 넣었대요."

- 운전자는 어느 정도 다쳤어요?
"운전자는 멀쩡해요.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분석해보면 절반 이상 보행자가 죽는 거예요. 운전자는 멀쩡한데 사람이 죽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에요. 차끼리 부딪치는 경우도 많기는 한데 운전자가 잘못해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사고가 나더라도 마지막 순간 피하게 돼요. 그래서 운전자들은 멀쩡한 경우가 많아요.

이번 사고는 그런 경우와 조금 다르긴 한데, 과속을 하던 사고 차량이 정상으로 들어오던 차에 부딪혀서 속도는 그대로고 방향만 틀어진 거예요. 방향이 틀어지며 신호등 기둥을 때렸고 중간 부분이 휘어진 거거든요. 그래서 운전자와 뒤에 있던 사람들은 많이 안 다쳤어요."

- 운전면허 취득에 대한 문제점도 담으셨잖아요. 총 13시간 교육인데 왜 이렇게 간소화된 건가요?
"운전면허 시험이 간소화된 건 2010년 즈음이에요. 이명박 정부 정책 기조 중 하나가 규제 완화잖아요. 운전면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니 국민 편의를 위해서 비용과 시간 줄이라고 한 거예요. 그 전엔 50시간 교육을 받아야했는데 이걸 13시간으로 줄인 거예요.

물론 국민이 누구나 차를 사서 편하게 운전하는 것도 정책의 한 방향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차는 잘못 다루면 무시무시한 흉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데 이걸 비용 측면에서만 접근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또한 어떻게 해야 저렴하게 빨리 (면허를) 딸 수 있는지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운전면허가 있는데도 기본적인 걸 모를 때도 많잖아요. 저는 그걸 바꿀 수 있는 게 운전면허 시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시험을 통해 차에 대해서 잘 배워야죠. 그런 과정을 통해 차는 얼마나 위험한 기계고 어떻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지 알게 되면서 운전에 대한 태도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봐요."

- 주변의 다른 나라들은 그런 게 잘 되어 있나요?
"일단 일본은 운전면허 따려면 60시간 교육이 필요해요. 빨리 따면 한 달이지만 1년에 걸쳐서 따기도 합니다. 세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운전면허를 통해 차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죠. 방송에도 나오는데 일본 운전면허 과정에는 응급처치도 포함돼 있거든요. 그걸 통과하지 못하면 면허 못 땁니다. 길에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잖아요. 운전을 하다가 다른 사람을 칠 수도 있고 다른 차와 부딪힐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어떤 식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배우는 거죠. 그건 일본만 그런 게 아니고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응급처치는 기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 교육을 통해 교통사고를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시나요?
"대안은 두 가지입니다. 사전 면허시험이나 재교육을 통한 사전 예방 방식, 그리고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 저는 교육으로 당연히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이나 일본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도로에서 비슷한 사람들이 운전하지만, 우리보다 사망자 수가 적거든요. 그건 교육으로 된다고 봅니다."

- 방송에 담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운전면허 시험 제도를 정교하게 수정하고, 교통사고 났을 때의 처벌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싶었는데 이런 걸 못한 게 아쉽죠. 또 아이들과 관련된 사고였잖아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다루려고 했지만, 그 부분이 빠져서 아쉬워요."
 
 인천 송도 교통사고 취재 이야기하던 이영백 PD는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님 생각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인천 송도 교통사고 취재 이야기하던 이영백 PD는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님 생각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이영광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세림이법'에 대해 취재하면서 느낀 게 많아요. '세림이법'은 학원들이 어린이 보호 차량을 구비한 후 이를 신고해야 하고 보호자도 탑승해야 하고 탑승한 아이들에게 안전띠를 매줘야 하고 운전자 교육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아주 기본적인 거죠. 그런데 당시 '세림이법을 시행하면 학원가들은 다 망한다'고 엄청난 반발이 있었던 거예요. 아이를 매일 실어나르는 학원이 돈 때문에 안전수칙도 못 지킨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것부터 하고 다른 걸 해야죠. 전 태도를 전 바꾸자는 거예요."

-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뭐예요?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운전면허 시험과 교통사고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안전과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해야죠.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운전면허를 딸 때 안전에 대해 더 배워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게 필요하죠. 학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비용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요. 안전에는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을 시청자들이 가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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