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클럽>의 한 장면

<캠핑클럽>의 한 장면ⓒ JTBC

 
'그 시절'의 친구는 그 시절을 소환한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벗을 만나면 신기하게도 그때로 되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중학교 친구라면 중학교 시절의 우리로, 고등학교 친구라면 고등학교 시절의 우리가 되는 기분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체험이다. 놀랍게도 당시에 사용했던 어휘, 말투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고, 더 나아가 심리 상태까지 변화하게 된다. '복원'이라는 말이 좀더 정확하지 싶다. 

JTBC <캠핑클럽>에서 14년 만에 (완전체로) 다시 만난 핑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효리·이진·옥주현·성유리, 서로 어색한 사이라고 알려졌던 그들은 금세 '그 시절'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1세대 아이돌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고, 이윽고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그때로 말이다. 혹시나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 시절의 힘은 무엇보다 강력했고 끈끈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같이했던 시간의 밀도도 높았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쉽사리 잠이 들었다는 옥주현의 말처럼 그들은 '동지'였다. 감정적으로 가장 예민했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그 혼란했던 시기에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됐던 친구 말이다. 시간이 한참 흘렀음에도 그 시절의 핑클로 되돌아간 것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 네 사람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완전체가 된 핑클을 손꼽아 기다렸던 팬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제작진과 핑클 멤버들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
 
 <캠핑클럽>의 한 장면

<캠핑클럽>의 한 장면ⓒ JTBC

 
그걸 잘 알고 있는 <캠핑클럽>은 별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그저 멀찌감치 물러서서 가만히 지켜본다. 그건 핑클의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애써 어떤 사건을 벌이지 않고, 굳이 어떤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다(이효리와 이진이 아침부터 카누 데이트를 한 걸 제외하면 말이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 제작진과 핑클 멤버들 간에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보인다. 

핑클 멤버들은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공주에서 만난 그들은 첫 번째 정박지인 진안의 용담 섬바위로 향했고, 다음 날에는 경주의 화랑의 언덕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에 자신들의 옛 앨범들을 꺼내 들으며 향수에 잠겼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과거를 회상했다. 정박지에선 저녁식사를 준비하며 모닥불 앞에 둘러앉았고,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잠이 들었다. 199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들을 들으며 흥에 겨워했고, 휴게소에 들러 음식을 먹으며 별스럽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움 속에서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캠핑클럽>이 단지 과거의 핑클을 회상하는 데 몰두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그 시절'을 공유하고 있는 핑클의 멤버들은 당시의 관계를 복원해 보여주기도 했지만, 차차 현실 속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캠핑클럽>은 핑클 멤버들이 과거와 비교해서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핑클 멤버들은 40대 전후의 여성이 됐다.

이진은 "내가 너무 막혀있었지? 미국 가서 많이 열렸어"라고 농담을 던지고, 이효리는 "나는 좀 닫았어"라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이제) 우리 완충이 됐겠다"며 함께 웃었다.

경주로 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이효리는 예전보다 관심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고 고백하고, 성유리는 나는 이제야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달라진 자신을 털어놓았다. 멤버들은 예전에는 외부 세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성유리의 변화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핑클, 지금의 핑클
 
 <캠핑클럽>의 한 장면

<캠핑클럽>의 한 장면ⓒ JTBC

 
'루비'의 가사를 두고 '남자친구가 바람피운 이야기'라며 지금 같았으면 싸대기를 날렸을 거라고 성토하는 장면은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애들이 참 수동적이야", "그때 이미지가 우리랑 안 맞았어"라고 말하는 핑클 멤버들은 과거의 자신들을 객관화하고, 현재의 자신을 편안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자신들을 '국민 요정'으로서'만' 소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우리랑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캠핑클럽>은 핑클 멤버들의 그 시절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방송을 보면서 그 옛날에 핑클 멤버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과 달리 동생들과 함께 있으니 자연스레 리더의 기질을 보여줬다. 이진은 여전히 엉뚱했을 테고, 지금처럼 할 말은 꼭 하는 성격이었지 싶다. 옥주현은 센 이미지와 달리 의외로 말수가 적었고, 성유리는 영락없이 예쁨을 받았던 막내였음을 알 수 있었다. 언니들과 함께 있으니 그런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들이 조금 달라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효리, 이진, 옥주현, 성유리가 개인으로서 보여주는 모습과 핑클 멤버로서 간직한 아이덴티티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계 속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서 다른 정체성을 보이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예전과 달리 한결 넉넉하고 풍성한 40대 전후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캠핑클럽>은 과거의 핑클을 발굴하는 동시에, 지금의 핑클 멤버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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