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말]
 
 영화 <라이온 킹> 메인포스터

영화 <라이온 킹> 메인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1.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프리카의 한 왕국을 배경으로 어린 사자 심바가 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영화에 담기기까지 말이다. 지금에야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적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드물었기에 흥행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이 영화를 제작하기 이전까지 디즈니가 자신들의 작품을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니라 기존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제작해 왔다는 점 또한 이 작품에 있어서는 큰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디즈니의 32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라이온 킹> 이야기다.

영화화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감독이 계속해서 교체되는 일도 있었고, 음악 감독을 맡은 엘튼 존과 제작진 사이에는 크고 작은 갈등도 있었다고 한다. 그 누구도 이 영화의 성공을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는 이 작품에 투입되었던 디즈니의 핵심 인력들이 또 다른 애니메이션인 <포카혼타스>로 빠지면서 내부에서도 제작비만 보존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난 뒤에야 감독인 로저 앨러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매끄럽지 못한 과정들조차 잘 조각된 결과 하나로 그 모습을 고칠 수 있다고 했었나.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이 영화가 가져다준 수익은 어마어마했다. 북미에서조차 제한 상영으로 시작한 첫 주 오프닝 성적은 18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입소문을 통해 극장 확대에 확대를 거듭하던 영화는 전체 점유율 49.1%라는 그 해 최고의 기록을 세우며 3억 1천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월드 와이드까지 포함한 수익은 7억 6천만 달러. 이는 2003년 개봉한 <니모를 찾아서>에게 자리를 내어주기까지 10년 간 바뀌지 않는 애니메이션 최고 성적이었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2.
디즈니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신데렐라>, <정글북> 등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클래식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작업에 점차 박차를 가하면서 <라이온 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 <라이온 킹>은 흥행적 측면 이외에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다양한 의미를 가져다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1년에는 3D 재개봉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2억 2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또 한 번 거두기도 했다. 그러니까, 2016년 9월에 디즈니가 <라이온 킹>의 실사화 계획을 발표한 것은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다.

다만, 이 프로젝트의 수장을 존 파브로 감독이 맡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아이언 맨> 시리즈를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정글북>을 통해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이미 경험한, 최근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디즈니 측에서는 <라이온 킹>의 실사화 작업을 존 파브로 감독에게 맡긴 중요한 이유로 그가 <정글북> 실사화를 통해 동물들의 CG화를 경험한 바 있고, 이전의 다양한 장르 작품을 통해 매끄러운 연출력을 보여준 점을 특정했다. 어쩌면, 존 파브로 감독이 아니었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한 <정글북>과 <라이온 킹> 실사화 프로젝트는 연장선 상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2016년 실사화 된 <정글북> 역시 월드 와이드에서 9억 6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 바 있다).

03.
영화는 원작에 해당하는 1994년의 클래식 애니메이션과 거의 동일한 흐름으로 진행된다. 소소한 서브 캐릭터의 변화라든가 특정 지점 대사의 결, 스토리의 중간에 배치되는 테마송들의 길이 정도가 변했을 뿐이다. 특히 <라이온 킹>의 경우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즈니의 다른 실사 프로젝트의 작품들에 비해 그 유사성이 훨씬 더 높은 편에 속하는데, 영화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들이 실제 인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동일한 장면이 연출되더라도 최근 <알라딘>의 경우에는 캐릭터의 변화로 인해 신선함을 획득할 수 있지만, <라이온 킹>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 자체가 '리메이크'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을 인지한 관객들 대부분에게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어떤 관객들에게는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온 킹>이 보여주는 실사화 수준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그 기술 수준을 다른 작품을 통해 이미 경험한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거의 실제와 다름없는 동물들의 모습은 털 한 올 한 올이 살아 움직일 때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이미 알고 있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전달할 정도다. 앞서 잠시 언급했었던 2011년 버전의 3D와 비교해도 또 다른 느낌을 주는데, 2019년 버전의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열 번 선택하라고 해도 열 번 모두 지금의 작품을 선택하고 싶어질 정도의 그래픽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는 리메이크라면, 같은 내용을 다시 한번 보더라도 얼마든지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4.
원작 애니메이션과 이번 작품을 포함하여, 어느 버전의 작품을 보더라도 <라이온 킹>이라는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연출 상의 의미적인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라고 여겨진다. 첫째는 영화의 장면과 테마송을 교차적으로 편집해 서로의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는 점. 그중에서도 영화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Circle of Life'는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관통하는 곡이다. 이 곡의 경우에는 극 중 라피키가 갓 태어난 심바를 집어 들고 프라이드 락 위로 드는 장면뿐 아니라 성체가 된 심바의 흔적이 다시 프라이드 랜드로 되돌아가는 장면에서도 반복해서 강조된다. 무파사의 아들이었던 심바가 영화의 처음에서 탄생했듯이, 프라이드 랜드를 다시 차지한 심바의 자식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탄생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다양한 뮤지컬 형식의 영화가 등장한 지금과 달리, 1994년 당시에는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 셈이기도 하다.

둘째는 이 영화가 성장 영화의 구조를 따르고 있으면서도 극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심바를 철저히 약한 존재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그는 삼촌 스카에게 빼앗긴 프라이드 랜드를 다시 탈환하기까지 수많은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그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무파사에게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마지막까지 주변 조연급 캐릭터들은 물론, 날라와 암사자 집단의 도움도 받는다. 영화가 무파사라는 캐릭터에게서 일인자의 완벽한 힘을 획득하고 있다면 심바를 통해서는 집단(무리)을 통솔하고 동료를 만들 줄 아는 매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어린 심바가 성체 사자가 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성장 영화의 경우에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지만, 심바는 하쿠나 마타타 속에서 유유자적한다. 이 지점을 특정해 더욱 깊이 들여다보면 '라이온 킹'이라는 작품의 타이틀이 단순히 '심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이 작품에서의 라이온 킹은 '무파사'이자 '심바', 그 이전의 선대 왕 모두를 의미함과 동시에,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심바의 아들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이는 '라이온 킹'이 어떤 모습이든, 그들의 땅 프라이드 랜드를 풍요롭게 다스릴 수 있는 자라면, 그 능력은 무관하다는 의미가 된다. 동일한 맥락에서 그 무파사조차 어린 시절에는 아들 심바와 같은 모습이었다는 자주의 말은 그런 심바가 이 영화의 끝에서 획득하게 되는 것이 무엇일지를 예상할 수 있게 만든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5.
마지막으로는 작품 속 특정 문구의 양면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삼촌 스카에게 밀려 프라이드 랜드에서 쫓겨난 심바가 탈진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티몬과 품바. 그들이 알려주는 삶을 대하는 태도 '하쿠나 마타타'가 대표적이다. 표면적으로는 과거를 잊고 그저 행복한 마음만을 품은 채 새로운 삶을 살자는 것으로 던져지지만, 결과적으로는 과거를 딛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것으로 표현된다. 과거를 뛰어넘을 만큼 응축된 힘을 갖지 못하고서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의미로서 반어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티몬과 품바가 심바에게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하던 지점과도 맞닿아 있으며, 성체가 된 심바와 재회한 라피키가 과거는 아플 수 있지만 과거로부터 도망치거나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라고 말하는 장면과도 연결된다.

어린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의 커다란 발자국 위에 자신의 조막만 한 발을 올려놓던 장면이 떠오른다. '하쿠나 마타타'. 이 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현실 앞에 놓인 어린 심바의 마음에 위안을 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다만 그 작은 발이 아버지의 발자국에 꼭 맞게 커가는 동안 정말로 필요했던 것은 역시, 그 안에서 쌓이고 단단해지고 있던 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진짜 사자의 울음소리가 프라이드 랜드 전체에 울려 퍼질 수 있도록. 그리고 이 장면의 의미는 조금 전의 자주의 말과 다시 연결되며 하나의 순환적 고리(Circle of Life와 유사한)를 형성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날라는 그런 그를 변모시키는 역할을 부여 받음과 동시에 '하쿠나 마타타'의 의미를 뒤집어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존재로 활용된다.

06.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는 이미 그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작품이었던 <알라딘>의 흥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작품 <라이온 킹> 역시 북미 기준으로만 개봉 3일 차에 1억 8000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봉 5일 차에 벌써 22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알라딘>의 두 배가 넘는 속도다. 다음으로는 디즈니의 또 다른 흥행 작품인 <뮬란>이 공개될 예정이며, 캐스팅과 관련한 이슈가 있기는 하나 <인어 공주> 역시 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알라딘>과 이번 작품 <라이온 킹>이 그랬듯이, 앞으로도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 작품들은 계속해서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 생각된다. 1990년대 클래식 애니메이션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들에게는 익숙하고 친숙하면서도 행복했던 옛 추억을 떠올리는 작품으로, 그 시절을 함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작품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작품 <라이온 킹>은 그 프로젝트 내 모든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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