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지역주택조합의 위험한 곡예 공중분양'편에서는 무주택자의 꿈을 짓밟는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을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지역주택조합의 위험한 곡예 공중분양' 편 취재와 연출을 진행한 김형윤 MBC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형윤 MBC < PD수첩 > PD

김형윤 MBC < PD수첩 > PDⓒ 이영광

 
- 16일 방송된 < PD수첩 > '지역주택조합의 위험한 곡예 공중분양' 편을 취재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제가 예전에 < PD수첩 > 6년 하고 4년 정도 다른 데 갔다가 와서 두 편째였고, 다시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게 됐어요. 두 회 정도밖에 안 했지만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역주택조합이라는 걸 다루면서 오랜만에 분노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 PD수첩 >을 떠나지만 < PD수첩 >에서는 이 아이템을 몇 번 다시 하면 좋겠어요."

- 방송 후 시청자들 반응은 어땠나요?
"어려웠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조금 더 쉽고 분명하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너무 욕심이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주택조합이 뭐고 왜 위험한지를 천천히 풀어나갔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했죠."

- 방송 못 보신 분을 위해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지역주택조합이라는 건 주택을 짓기 위한 조합이잖아요. 예전에 많았던 직장 주택조합과 같은 거예요. 한 회사 사람들이 모여서 돈 모아 땅 사고 아파트를 올리는 게 직장 주택조합이잖아요. 지역주택조합은 공통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돈 모으고 땅 산 다음 집 짓는 거예요. 주택조합이 성공하게 되면 건설사나 시행사 같은 데가 이익을 가져가지 않고 조합원들이 가져가요."

- 건설사가 들어와야 하지 않나요?
"집 지을 때 시공사와 시행사라는 게 있는데, 건설회사가 시공사고 시행사는 개발업체 같은 곳이에요. 우리나라는 시공사와 시행사를 같이할 수 없으니 건설사에서 파생되었거나 연관된 회사 같은 데가 시행을 하게 되는 거죠. 지역주택조합도 어차피 집은 건설사가 짓지만, 조합에서 땅을 산 다음에 건설사를 데려와 돈을 주고 집 짓게 하는 형태가 되는 거죠.

실제 집 짓는 방식은 재건축 재개발 집 짓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은 땅이 없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재건축 재개발보다 성공하기가 훨씬 어려워요. 국민권익위가 조사를 해 봤는데 전국적으로 성공률이 20%밖에 안 돼요. 관계자들 하는 말이 특히 서울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고 기적이 일어나야 5% 정도 성공한다고 보고 있어요. 땅이 없으니까요.

땅 확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처음에는 땅을 평당 천만 원에 샀다면 옆 땅은 절대 천만 원에 안 판대요. (가격이) 올라가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땅값은 올라가잖아요. 일반 재건축 재개발은 그 지역의 땅 80%를 사면 나머지 20%는 매수청구권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거의 강제로 살 수 있어요.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은 해당 부지의 95%를 사야 해요."

- 관련해서 사기도 많을 것 같아요.
"특히 서울에서 가입한 사람 대부분이 사기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법적으로는 전혀 사기가 아니죠. 조합원들이 낸 돈을 가지고 땅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거나, '조합원을 더 모집하기 위해서 돈 다 썼다'고 하면 사기가 아닌 거예요. 같이 사업하다 실패한 게 되는 거죠. 그러니 만약 일부가 사기 칠 생각으로 돈을 다 모은 다음 '내가 사업하다 보니 돈 다 쓴 거지,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나와도 처벌을 안 받는 거예요."

-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처벌을 안 받는다는 거죠?
"그렇죠. 그리고 그 사람들이 돈 쓸 때 개인적으로 쓰는 게 아니에요. 업무상 월급을 많이 받아 가요. 저희 취재한 곳은 업무대행사 대표가 한 달에 2천만 원씩 받아 갔어요. 지역 주택조합은 일반 개인들이 모여 만든 거라 사업을 진행할 능력이 없잖아요. 그래서 업무대행사라는 조직에 의뢰를 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런데 업무대행사 사람들이 분양하고 사람들 모으는 것까진 아주 잘 알아요. 문제는 직접 건설에 성공한 경험까지는 거의 없다고 해요."

'모델하우스'와 '주택홍보관'이 같은 게 아니라고?

- 방송 이전에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전혀 몰랐어요. 그러나 알고 보니 < PD수첩 >에 5번이나 제보가 왔더라고요. 다만 PD들은 이게 지역주택조합 문제가 아니라 재건축 재개발 문제로 생각했어요. 원래 재건축 재개발은 내부 분쟁이 많고 취재를 해보면 이쪽도 잘못이지만 저쪽도 잘못인 것 같고... 복잡하게 얽혀 있거든요. 더구나 그동안 방송도 많이 나가서 재건축 재개발 아이템을 잘 선택 안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 PD수첩 >에 온 제보들이 주목받지 못했죠."

- 전국에 지역주택조합이 몇 개나 있어요?
"국토부에서 파악하는 게 439개입니다. 수도권은 104개고 지방에 335개가 있어요. 제가 직장주택조합과 비슷하다고 했잖아요. 직장주택조합은 전국에 모든 직장을 통틀어 5개예요. 수도권 1개 지방 4개예요. 만약 조합으로 집 짓는 게 쉬웠다면 직장 주택조합도 활발했겠죠. 안 되니 직장주택조합이 대부분 없어져 버렸거든요.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땅 사기가 어려워서요. 그럼 지역주택조합은 부지를 확보하는 데 유리해서 그런 걸까요? (그것보다는) 직장조합에 비해 조합원 참여와 감시가 어려워서라고 생각해요."

- 방송 내용을 보면 땅도 없이 먼저 조합원 모을 수 있다는 것 같던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요?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주택법이에요. 사람이 모여야 조합이 가능하잖아요. 원래 주택조합은 처음에 추진위원회라는 게 있어요. 사람들이 모여 업무 대행사를 선정해요. 그런 다음 추진위와 업무 대행사에서 그 지역 사람들 찾아다니며 '우리가 이 땅을 주택조합으로 사려고 하는데 너희가 우리에게 이 땅 팔겠다는 약속을 해달라. 우리가 당장은 돈이 없어 땅은 못 사는 데 팔겠다는 약속해주면 계약금 주겠다'라든지 '팔겠다는 약속해주면 땅 꼭 사겠다'고 해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요. 그래서 토지사용 승낙서가 해당 부지의 80%를 넘으면 조합이 공식적으로 설립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들은 모델하우스 같이 생긴 주택홍보관을 만들어 놓고 '우리가 토지사용승낙서 몇 %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 땅 돈만 모으면 살 수 있습니다'라고 홍보하는 거죠.

그러나 알고 보면 토지사용승낙서가 무서운 게 재건축 재개발은 실제 계약서와 비슷한 효과를 갖는대요. 그 안에 있는 조항이 계약서처럼 돼 있고 만약 토지 사용 승낙을 어길 경우 지주는 자신이 받았던 돈의 몇 배를 물어내야 하는 식으로 계약서를 쓴대요. 그런데 지역주택조합은 조합 설립 때까지만 효력이 있는 토지사용 승낙서를 써요. 그러니 사실 토지사용승낙서 쓴 지주가 조합 설립 후 땅 안 팔겠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러나 사람들은 토지 승낙서를 보고 땅 확보했다는 생각에 들어오죠. 심지어는 토지사용승낙서가 아니라 지구단위 계획 신청서, 환경영향평가 신청 승낙서 등 비슷한 이름의 신청서를 쓰게 한 다음에 그것으로 사람들에겐 토지사용승낙을 받았다고 과장해 홍보하기도 하죠."
 
 2019년 7월 1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지역주택조합의 위험한 곡예 공중분양’편 중 한 장면

2019년 7월 1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지역주택조합의 위험한 곡예 공중분양’편 중 한 장면ⓒ MBC

 
- 말씀하시면서 '모델하우스 같이 생긴 주택홍보관'이라고 하셨잖아요. 둘이 같은 게 아닌 건가요?
"외향은 똑같아요. 그런데 같은 게 아니에요. 모델하우스는 일반 건설사에서 분양할 때 짓는 거잖아요. 모델하우스는 아무나 못 짓는대요. 모델하우스 지으려면 땅 확보되어야 하는 등 조건이 다 있는 거예요. 땅이 확보됐고 확보된 땅에 건설 이렇게 하겠다고 해야만 모델하우스를 지을 수 있대요. 근데 지역주택조합은 땅도 없는데 모델하우스 같은 것으로 홍보하자니 불법이잖아요. 그래서 업무대행사가 자체적으로 말을 만든 거예요. 이건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주택홍보관이라는 거죠. 법적 실체가 전혀 없는 거예요."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인식, 그리고 문제점들

- 처음 이 사안에 대한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셨어요?
"처음 (방송에서 다룬) 중화지역에서 이야기 듣고 상당히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여기만 문제일까 했는데 알고 보니 너무 많은 거죠. 전국에 439개라니까요. 문제가 너무 크다는 생각에 전국적으로 점검해 보자고 했죠.

처음 저희가 제보받은 건 의정부와 성수역 쪽에 있는 거였는데 거긴 몇 년 전 사건이 종결되듯 끝나서 피해자들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중화지역은 현재 업무대행사 대표가 구속되어 있고, 피해자들이 함께 모여 피해 대책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전국에 439개의 지역주택조합이 있고 그 중 10~15년 된 곳도 있는데 조합원이 뭉쳐서 대규모 반대 시위하는 데가 없어요. 왜냐면 나쁜 조합장이 있으면 조합원들이 뭉치지 못하게 만들어요.

조합원도 자기는 분양받았다고 생각해서 그런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 안 해요. 그나마 중화지역 주택조합은 사람들이 뭉쳐 문제제기를 했고 업무 대행사 대표가 구속돼 저희 시야에도 들어온 거죠. 지역 주택조합 문제 조사해보니 중화지역 비대위 위원장님이 만든 블로그에 문제점을 다 정리해 놓으셨더라고요."

- 그럼 방송에서 다룬 백아무개 대표 구속이 특이한 사례인 건가요?
"굉장히 특이한 사례라고 합니다. 이런 사례가 많지 않았다고 해요. 대부분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로 했고 형사로 걸어도 재판부가 '무슨 소리야? 너희가 사업 같이 하다 사업 안 됐으면 같이 책임져야지 왜 업무대행사나 조합장에게 하느냐? 법률적으로 모두 책임이다'라며 지금까지 다 풀어줬대요. 사실 지금까지 법원이나 검찰도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제대로 인식을 못 하고 있었다는 거죠."

- 법적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중화지역에서 문제점을 일으키니까 중화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에게 전달되었어요. 그래서 국토부와 함께 논의해서 이번에 개정안을 냈어요. 개정안에서는 새로 조합을 설립하려면 그 지역 땅 30%를 사야 해요. 그 다음에 주택홍보관도 함부로 할 수 없고 업무대행사도 자격 갖추게 해서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지는 걸 억제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요. 하지만 아직 개정안이 처음 소개되는 수준에 불과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 지역주택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올 만할 것 같아요.
"주택조합 관여한 모든 사람이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없애길 원해요. 심지어 주택조합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지역주택조합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얘기해요. 자양 12지구 같은 경우 백아무개 대표 쫓아내고 기적적으로 살렸어요. 여기는 서울시 집값이 올라가며 큰 수익도 났어요. 대표를 만나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지역주택조합은 당장 없어져야 한대요.

그러나 문제는 만약 이걸 폐지할 경우 이미 가입한 2만7천여 가구는 어떻게 하냐는 거죠. 기존에 이미 조합이 세워졌다든지 조합추진위가 만들어진 곳은 빨리 조사해서 남은 돈이 얼마고 이걸 앞으로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대체법을 세워야 하고, (이후에) 기존의 지역주택조합법은 폐지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에요."

"같이 노력해서 이익을 나누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김형윤 MBC < PD수첩 > PD

김형윤 MBC < PD수첩 > PDⓒ 이영광

 
- 이 사안을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제가 이전에 협동조합에 대해서도 방송했었는데, 조합이라는 건 결국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 공통의 이익을 추구해 가는 과정이거든요. 그런 조합이란 제도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너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가 잘 사는 이유 중 하나가 조합 제도가 발달돼 있기 때문이거든요. 조합을 하게 되면 내가 거기서 어떤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도 잘 되어 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각자도생'이잖아요. 그래서 조합이라는 것 자체를 생리적으로 잘 이해 못 하고 있어요."

- 학교에서 깊게 배우지 못하는 부분이죠.
"네. 너무 큰 얘기지만, 협력해서 성취한 다음 나누게 하는 삶이 있다는 것도 교육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경쟁을 통해 성공한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져가는 사회가 아니라, 같이 노력해서 상호 이익을 나누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이번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정부가 문제 있는 제도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 같아요. 국민들도 조합이라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고 지역주택조합이라는 건 쉬운 게 아니니 웬만하면 가입 안 하는 게 좋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미 가입한 분이나 선의로 하시는 분이라면 조합이라는 건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철저히 생각하고 철저히 자기들이 발로 뛰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조합은 사기꾼 같은 대표를 만나 고생했지만, 조합원들이 그 대표가 못 도망가게 묶어놓고 매일 감시해 결국 사업을 성공시켰어요. 물론 거긴 지방이라 처음부터 땅을 산 뒤에 시작했어요. 그래서 가능했지만, 서울은 어렵죠. 생각해 보세요. 만약 기자님에게 6천만 원이 있는데 성공할 확률 20%인 사업에 돈 넣으시겠어요? 반대로 실패할 확률 20%라도 전 돈 안 넣어요. 그런데 20%를 보고 돈 넣으라는 제도를 존속해야 할까요? 이런 제도는 없어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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