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훌쩍 자라 성인이 됐지만 배우 김새론은 여전히 9년 전 개봉한 영화 <아저씨> 속 소미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김새론은 샤이니, 블락비 등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고 드라마 속에서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한 적도 있지만 <아저씨>를 비롯한 영화 속에서 연기한 배역들의 처지가 워낙 기구했기 때문이다.

김새론은 2010년 <아저씨>에서 마약집단에 납치되고 2012년에 개봉한 <이웃사람>에서는 살인범 류승혁(김성균 분)에게 납치·살해 당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새론은 2014년에 개봉한 <도희야>에서도 의붓아버지에게 감금 당하는 선도희 역을 맡았고 <눈길>에서는 일본군에게 납치 당하는 성 노예 피해자 역할을 맡았다. 김새론이 그동안 맡아 온 캐릭터들은 분명 다른 아역 및 청소년 배우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그리고 여기 김새론 못지 않은 고난사를 가진 동갑내기 배우가 있다.

22일 첫 방송되는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서 유수빈을 연기하는 '최연소 5000만 배우' 김향기가 그 주인공이다.

만 3세에 데뷔한 배우 김향기가 걸어온 길
 
 영화 <늑대 소년> 스틸 컷

영화 <늑대 소년> 스틸 컷ⓒ CJ 엔터테인먼트

 
2000년 8월에 태어나 만 3세도 채 되지 않은 2003년부터 광고모델로 연기를 시작한 김향기의 공식 데뷔작은 2006년에 개봉해 100만 관객을 모았던 영화 <마음이...>였다. <마음이...>에서 유승호가 맡은 찬이의 동생 소이를 연기한 김향기는 영화 중반 썰매를 타다가 살얼음이 깨지면서 익사하는 비운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마음이...>는 앞으로 이어질 김향기의 고난사를 예견한 듯한 작품이었다.

김새론이 작품 속에서 유난히 납치를 많이 당했다면 김향기는 부모님이 안 계신 배역이 많았다. 데뷔작 <마음이...>부터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어린 남매를 버리고 도망쳤고 2007년에 개봉한 <방울토마토>에서는 감옥에서 석방된 아버지 춘삼(김영호 분)이 출소 후 집에 찾아와 돈을 다 가져가 버린다. 2011년에 개봉한 <웨딩 드레스>처럼 사랑하는 엄마(송윤아 분)가 몸이 아픈 경우도 있었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주로 연기했던 김유정이나 김소현과 달리, 주인공의 딸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김향기는 2012년 <늑대소년>에서 박보영과 '귀요미 자매'로 출연해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하지만 이때에도 아빠는 없었다).

그리고 이듬해 김향기는 고현정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심하나를 연기했다.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김향기를 비롯해 김새론, 서신애 등 아역 및 청소년 배우들이 선보인 야무진 연기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향기는 급우들에게 왕따를 당하며 큰 시련을 겪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이를 극복하는 심하나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하지만 <여왕의 교실> 심하나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은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천지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김향기는 <우아한 거짓말>에서 왕따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극적인 성격의 이천지를 연기했다. 김향기는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2014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청소년 연기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력을 인정 받기 시작했다.

<신과 함께>로 '쌍천만'... 김향기의 첫 도전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스틸 컷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스틸 컷ⓒ 롯데 엔터테인먼트

 
김향기는 2015년 KBS의 광복70주년 기념 특집극 <눈길>에서 일본군에게 납치돼 '성 노예 피해자'가 되는 종분 역을 맡아 영애 역의 김새론과 함께 눈부신 열연을 펼쳤다. 김향기는 <눈길>을 통해 KBS 연기대상에서 김새론과 함께 청소년 연기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2003년에 데뷔해 10년 넘게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김향기라는 배우를 대중들에게 크게 알린 작품은 역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였다. 김향기는 <신과 함께>에서 온화하고 명랑한 저승 삼차사 이덕춘을 연기해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김향기는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을 통해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과 인기스타상을 차지했다.

김향기는 지난 2월에 개봉해 2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증인>에서도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자폐 증세를 가진 청소년 임지우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참고로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촬영한 <증인>은 김향기가 미성년자 신분으로 찍은 마지막 작품이었다. 하지만 대학생임에도 여전히 귀엽고 앳된 외모를 가진 김향기는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선택한 <열여덟의 순간>에서도 실제 나이보다 어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연기할 예정이다.

김향기는 <열여덟의 순간>에서 집요하고 치밀하게 딸을 관리하는 워킹맘 엄마(김선영 분) 밑에서도 혼자 공부할 수 있다고 엄마를 설득하는 주체적인 학생 유수빈 역을 맡았다. 그룹 워너원 멤버였던 옹성우가 엄마와 함께 살면서 담대하게 살아가는 최준우를 연기하고 강기영, 심이영, 김선영, 정영주, 허영지 등 여러 배우들이 출연한다. 여느 청소년 드라마가 그렇듯 <열여덟의 순간> 역시 또래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향기는 데뷔 후 2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해 50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만18세의 어린 나이에 '역대 최연소 5000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14년 차 배우 김향기도 아직 한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단독 주연의 부담을 떠안은 적은 없다. 따라서 자신의 이름이 전면에 걸린 <열여덟의 순간>은 이제 막 성인이 된 배우 김향기에게 설레면서도 떨리는 도전이 될 것이다.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포스터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포스터ⓒ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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